원전 24기 중 11기 멈춰놓고 전력수요 급증에 연일 DR 발동
한전․한수원․LNG사업자․DR사업자․DR 참여기업 모두 불만

역대 최강 한파로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이틀 연속으로 수요감축(절전) 요청이 발령됐다.

25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의 아침 최저기온이 올겨울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최대 전력수요가 전날 8628만kW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0~11시께 8645만kW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오후 5시에는 또 8725만kW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최대 전력수요를 8520만kW로 전망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만일 수요감축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전력수요가 8900만kW이상 치솟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2015년 수립한 7차 계획에서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를 8820만kW로 잡았다가 지난달 29일 확정한 8차 계획에서는 최대 전력수요를 300만kW 낮게 잡았다.

최대 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량이지만 순간적으로 더 많은 전력이 사용되기도 한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수요자원(DR)시장 제도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 11일, 12일, 24일에 이어 4번째이자 올겨울(지난해 12월부터)에만 7번째 수요감축 요청이다. 감축 전력 규모는 전날과 비슷한 270만kW다. 1GW짜리 원전 3기를 돌려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력거래소는 오전 9시∼오전 11시30분(230만kW, 2363개 업체), 오전 10시∼오전 11시(40만kW, 373개 업체) 등 두 그룹으로 나눠 수요감축 요청을 내렸다.

◆수요감축 요청 왜 연일 발동되나= 많은 언론에서는 정부가 탈원전정책에 따라 원전 11기 가동을 중단시키고, 전력수요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수요감축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력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전력수급계획상의 목표수요(2018년 8520만kW)를 맞추고,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낮추려는 목적에서 수요감축요청을 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자원(DR) 감축이란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높아질 때 공장이나 빌딩의 전기사용을 줄여 전력시장을 안정시키는 제도로, 경제성DR과 신뢰성 DR로 구분된다. 경제성DR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전기를 수요관리 사업자가 하루 전에 입찰을 하고 가격에 따라 낙찰을 받으면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신뢰성DR은 1시간 전에 급전지시가 내려지면 의무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감축해야 한다. 경제성DR은 입찰에만 참여하면 용량요금(CP)을 받게 되는데 연간 2000억원 규모다. 신뢰성DR은 계통한계가격(SMP)만 지급되기 때문에 한전으로서는 전력구입비를 낮출 수 있어 좋지만, LNG발전사업자들은 그만큼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고 SMP도 낮아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DR업계와 참여고객들의 불만도 크다. DR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수요감축 요청에 따라 전기 사용을 줄이고 그만큼 보상금을 받지만,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발생하는 손해가 더 클 수 있고, 수요감축 요청을 3번 이행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해 연일 DR발동에 불안해하고 있다.

◆원전 11기 가동 정지로 전력구입비 상승 우려= 25일 현재 원전 24기 중 가동정지 중인 게 11기나 된다. 이에 따라 1월 25일까지 원전 이용률은 5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정책의 일환이나 LNG발전소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1기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계획예방정비, 격납건물 철판 등의 점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입장에서도 원전의 가동 정지는 달갑지 않다.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했는데 원전 가동을 줄이면 대신 값비싼 LNG발전소 가동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도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NG발전량이 늘면서 전력구입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수원도 이용률이 급락해 올해 적자가 우려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하루빨리 원전 가동을 허가해 줘서 전력공급을 충분히 늘리고, 전력구입비 상승도 막아야 한다”며 “산업부도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급위기가 아닌데도 신뢰성DR을 남발하는 것은 국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인 만큼 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의 상황은 전쟁에서 정규군은 놀리면서 기동타격대를 내보내는 꼴과 같다”며 “DR참여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서 줄어드는 매출액과 전력시장에서 전력구입비가 줄어드는 금액을 명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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