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80% 협업경험 전무,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활성화 안돼
협업지원사업 인지도 떨어져, 엄격한 협업체 승인규정 애로 호소

‘여러 개의 기업이 제품 개발, 원자재구매, 생산, 판매 과정에서 각각의 전문적인 역할을 분담해 상호보완적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행위’

협업(Collaboration)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국내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이 행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은 협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연하게 협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협업을 시도했거나 추진하는 기업은 매우 드문 게 대한민국 중소기업계의 현실인 것이다.

이 같은 현주소는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정책정보본부장이 ‘중소기업 네트워크형 협력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협업에 대한 인식과 정부 협업지원사업에 대한 인지도, 협업 진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이번 설문은 전국에 소재한 중소기업 21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됐으며, 응답기업의 평균 종업원수는 26.3명, 매출규모(2015년 기준)는 10~50억원 미만이 44.3%, 50~100억원 미만이 25.9%, 100억원 이상이 17% 등이었다.

설문결과 응답 업체의 77.8%는 중소기업 간 공동수주, 신제품개발 등 협업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8개 업체가 협업의 시너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업체 간 협업이 활성화됐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낮았다.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39.1%)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13.2%)보다 3배나 높았다.

중소기업들은 협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판단할까.

‘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결여’가 34.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협업 활성화 제도·정책 미비(24.1%)’, ‘거래·경쟁관계 갈등발생 우려(18.1%)’, ‘협업역량 부족(13.3%)’, ‘거래업체의 전속거래요구(4.8%)’ 순이었다.

기업들이 협업 필요성에 대해 절박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막상 이해관계가 맞는 업체를 만나도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의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미비한 게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신상철 본부장은 “협업은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이를 촉진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협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식이 여전히 낮다고 평가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협업을 위해 단계별 정보 및 매뉴얼을 한 눈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결과 중소기업 10개사 중 2개사 정도가 협업해 본 경험을 가졌지만 그 과정에서 거래기업을 신뢰하지 못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들의 협업은 주로 ‘공동기술개발(51.1%)’, ‘공동 신제품개발(25.5%)’, ‘공동입찰 컨소시엄구성(12.8%)’, ‘원부자재 공동구매(6.4%)’ 형태로 나타났는데, 그 과정에서 불명확한 ‘협업조건(28.3%)’, ‘기술탈취 우려(19.3%)’, ‘부당한 거래조건 강요(17.5%)’, ‘부당한 이익배분(11.3%)’ 등을 이유로 거래기업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다.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협업 지원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사실 중 하나다. 응답 업체 가운데 정부의 협업지원 사업을 인지하는 비율은 고작 17.9%에 불과했다.

때문에 정부의 지원 사업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도 전체의 24.4%에 그쳤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강화와 함께 관련 정책을 홍보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막상 정부의 협업 지원 사업에 참여해도 엄격한 규정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존재했다.

정부의 협업지원사업을 알고, 이 사업에 참여한 11개 기업에 애로요인을 확인한 결과 응답자의 54.5%가 ‘엄격한 협업체 승인규정’을 꼽아 ‘협업체 상호 간 신뢰부족’, ‘미흡한 협업컨설팅 연계지원’, ‘문서화 역량 부족’, ‘금융지원 부족’ 같은 문제를 압도했다.

신 본부장은 “정부는 협업 문화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현재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협업의 형태는 무엇일까.

일단 ‘원자재 등 공동구매(30.7%)’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공동상품 및 기술개발(18.9%)’, ‘공동설비(기계, 작업장 등) 활용(16.5%)’, ‘공동마케팅(공동브랜드 개발 등)(14.6%)’, ‘공동생산 또는 제조(8.5%)’, ‘공동수주(6.6%)’ 순이다.

원자재 등 공동구매 방식의 협업 외에 설문대상 업체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적은 종업원 1~19인 기업은 ‘공동상품 및 기술개발’을 선호했고, 40인 이상 기업은 ‘공동설비(기계, 작업장 등) 활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협업을 진행할 경우 가장 기대되는 효과로는 ‘제품기술력 향상(55.7%)’을 꼽았고,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이익 및 손실 배분의 문제(45.3%)’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경영환경으로는 ‘협업기업 간 신뢰기반 강화’가 30.2%로 가장 많았고, ‘법·제도기반 강화(18.4%)’, ‘협업기업의 동반성장 자세(18.4%)’ 등도 지적됐다.

협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로는 ‘법·제도적 기반 확충(28.3%)’, ‘협업기업에 대한 금융·세재 개선(26.9%)’, ‘협업필요성에 대한 기입인식 제고(13.2%)’, ‘기업 간 협업문화 활성화(13.2%)’, ‘협업기업에 대한 포상 또는 인증(11.3%)’, ‘협업실행을 위한 실천적 교육강화(7.1%)’ 등이 제시됐다.

특히 가장 시급한 지원정책으로는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50.9%가 ‘공동 기술개발 등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협업 또는 협력기업에 대한 세제지원(17.9%)’, ‘협업문화 또는 협업질서 기반구축(13.2%)’, ‘컨소시엄 구성지원 등을 통한 시장개척(9.0%)’, ‘협업 활성화를 위한 협업컨설팅 역량 강화(8.5%)’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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