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아직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를…?
일부 지자체 개정법령 이해 못해...관련 법률 잘못 적용해 공사 발주
물품・용역 계약에 초점 둔 제도인데 공사 계약에도 무분별하게 적용
발주처와의 유착・특정업체 혜택 등 비판 잇따라…이미 5년 전 개정
분리발주 의무 위반 결과까지 낳아…인천교통공사 ‘기관경고’ 처분
전기산업계 건전한 발전 위해 발주처 관계자의 책임 있는 자세 요구
작성 : 2021년 09월 09일(목) 16:46
게시 : 2021년 09월 10일(금)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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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한강의 31번째 다리인 월드컵대교가 개통해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국민 편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건축물 준공을 위해서는 발주 담당자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제공:연합뉴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최근 춘천시는 법에 어긋난 입찰행정으로 전기공사업계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이미 5년 전 개정된 ‘협상에 의한 계약’과 관련된 법률을 잘못 적용해 전기공사를 발주한 것이다. 이에 전기공사협회가 문제점을 지적했고 춘천시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달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를 적절히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발주 담당 공무원들의 아쉬운 행정력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제도는 본래 계약의 전문성, 기술성을 보장하거나 공공시설물의 안정성 또는 국가안보 등을 지키기 위해 마련됐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평균 이상의 높은 난도의 공사를 발주할 때 업체들이 제안하는 물품‧용역 등을 평가해 가격 점수와 합산하는 식이다. 보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주처와 일부 특정 업체들의 유착 관계를 가리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본래는 물품‧용역 계약에 초점을 둔 제도였지만 무분별하게 공사 발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 소수 특정 업체에만 유리하게 활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정부는 개정이유를 밝히며 서두에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의 취지와 다르게 일반 공사 분야까지 협상에 의한 계약이 확대되거나 소수 특정업체에만 유리하게 활용되는 문제점이 있어 공사 분야에서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중략)”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을 체결할 수 있는 공사는 전문성‧기술성‧창의성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하나 일반 공사까지 확대되거나 소수 특정업체만 유리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공사에 대해서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방식을 폐지함”이라고 밝힌 바있다.

결국 지난 2016년 9월 제도의 근거가 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약칭 지방계약법)’ 제43조가 개정됐다. 이로써 공사 계약은 해당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물품과 용역만 대상으로 남았다. 또 이 중에서도 단순 물품구매와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는 제외됐다. 부정부패의 씨앗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였다.



◆법령, 어떻게 바뀌었나

개정되기 전 조항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물품‧용역 계약과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공사의 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이행의 전문성‧기술성‧창의성‧긴급성,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42조에도 불구하고 제안서(공사의 경우 설계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중략)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43조의 내용이다. 물품‧용역 계약뿐 아니라 공사 계약도 제도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조항은 2016년 9월 13일부로 개정됐으며 개정안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조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물품(단순 물품구매는 제외한다)‧용역(청소‧경비 등 단순한 노무를 제공하는 용역은 제외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이행의 전문성‧기술성‧창의성‧예술성,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42조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공급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중략)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수정됐다.

이로써 더 이상 공사는 협상에 의한 계약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아울러 ‘다수의 공급자들’을 추가함으로써 제도 악용의 여지를 줄이려는 의지도 넣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지자체 발주 담당 공무원들은 공사를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발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자체들, 아직도 개정된 법령 어기며 발주

전기공사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9년도부터 올해까지 12개 지자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13건의 공사를 발주했다. 이는 공사비가 1억원이 넘거나 이에 준하는 규모의 계약들만 추린 것이며 또 전기공사가 포함된 공사만 합산한 수치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 춘천시가 발주해 논란이 된 ‘춘천대교 분수 및 경관조명 설치‧운영 용역’이다. 추정가격 50억원 규모의 이 공사는 춘천시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테마파크 ‘레고랜드’로 가는 다리를 건설하는 건이다.

춘천시는 LED 경관등으로 다리를 화려하게 꾸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기술력을 가진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춘천시는 엉뚱하게도 전기공사를 물품 및 용역과 묶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를 해버렸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전기공사 분리발주 의무까지 위반했다. 이는 업계에 파장을 몰고 왔고 전기공사협회 강원도회가 즉각 대응하며 일단 논란은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별도의 전기공사 발주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불씨는 남아 있다.



◆법령 위반할 경우 발주처 제재받을 수 있어

공사를 협상에 의한 계약건으로 발주하게 되면 법령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주처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인천교통공사가 이러한 이유로 정부합동감사에서 ‘기관경고’ 처분을 받 은 바 있다.

앞서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2017년 도급금액 183억원 규모의 ‘○○궤도차량 운행시스템 제작구매 설치’ 사업을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으로 발주했다. 인천시에 있는 궤도차량 즉 모노레일 운행시스템을 제작 및 설치하는 건이었다.

당시 발주는 전체 사업비 183억5500만원 중 35% 수준인 65억2500만원만 물품에 관한 건이었으며 나머지 65%인 117억9700만원은 궤도설치‧신호‧통신 등 공사 부분이었다. 전체 금액의 2/3가 공사였음에도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발주를 추진한 것이다.

평가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로 나눠 입찰을 평가하는데 당시 공사는 두 점수의 비중을 8:2로 평가해 기술점수의 비중이 컸다. 그런데 정작 기술점수 80점 중 20점인 사업수행능력평가만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그 외 전부는 정성적으로 평가한 것이 추후 조사에서 밝혀졌다. 더군다나 제안서 감점사항은 쪽수, 색채, 부수, 제본방법 등 단순히 제출된 제안서의 모양, 형식 등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당시 발주처는 분리발주 의무 대상 사업임에도 통합발주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주 이전에 인천광역시 담당 부서로부터 분리발주 대상 공사임을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자담보책임의 일원화 등을 근거로 법에 어긋난 통합발주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 편의를 위해 분리발주 책임을 저버린 셈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 9개 부‧처‧청은 2019년 6월 36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해 인천교통공사를 대상으로 13일간 감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공사는 인천광역시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항에 대해 시정 조치 명령을 받았다.



◆건전한 업계 발전 위해서는 법 준수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더 이상 무의미한 다툼과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며 발주처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제도가 개정된 만큼 발주처가 이를 준수해 업계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춘천시와 인천교통공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협상에 의한 계약 제도의 오용은 자칫 분리발주 의무 위반 사항으로 번질 수 있다. 이는 전기공사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해치는 위해요소일뿐더러 업계와 발주처의 신뢰를 좀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서울 소재 한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의 대표는 “발주처 담당자들뿐 아니라 의외로 이들이 자문을 구하는 심의위원회 관계자들도 제도를 적절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며 “건전한 전기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 관계자분들이 보다 책임감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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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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