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진 교수의 금요아침)이런! 또 낚였네. 낚였어
작성 : 2021년 08월 25일(수) 08:08
게시 : 2021년 08월 26일(목)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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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교수

‘극단 선택 고교생 괴롭힌 동급생 11명 기소 의견 송치’



도코올림픽 여자 배구에서 한국과 터키의 8강전이 끝난 다음 날, 포털 뉴스를 보는데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 기사 제목 옆에는 김연경 선수 사진이 함께 배치돼 있었다.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클릭한 순간, 내 입에서는 “아~ 이런~ 낚였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김연경 선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기사인데,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의 사진을 함께 배치한 언론사의 '낚시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한 번 낚이면 다음에는 절대 낚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또 ’낚시 기사‘에 낚여 한숨을 뱉곤 한다. 30분쯤 흘렀을까. 지인에게 해당 기사를 보여주기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열었는데 '언론사 요청에 의해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쓴웃음이 나왔다.



낚시 기사는 앞에 소개한 사례처럼 자극적인 제목이나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조회 수나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의 기사나 콘텐츠를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내 신문사는 4246개다. 종이신문 대부분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서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는 신문은 대략 4000개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신문시장은 피 터지는 전쟁터다. 신문사 수입의 대부분은 광고가 차지한다. 종이 신문은 여전히 발행 부수로 광고 단가를 책정 받지만, 인터넷 신문은 조회 수로 광고 수익이 결정된다. 따라서 포화상태인 인터넷 신문시장에서 인터넷 신문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문사들은 속보 기사나 단독 기사를 경쟁하듯 쏟아내고, 심지어는 내용 없는 제목의 기사만을 올리기도 한다. 심지어 저널리즘의 본질은 도외시한 채 낚시성 기사만 쏟아내는 몰지각한 인터넷 신문사들도 있다.



문제는 낚시 기사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저널리즘의 가치는 국민들의 올바른 여론 형성에 있다. 즉, 기사는 진실성과 정확성을 통해 사회적 담론을 얘기하고 국민이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저널리즘이 무너지면 피해는 국민들이 보는 것이고, 민주주의 사회는 후퇴하며 국가는 권력자들의 놀이터가 된다. 실제 뉴스 이용자들은 한국 언론의 문제점으로 가짜 뉴스를 가장 많이 언급했고, 편파적 기사, 속칭 ‘찌라시’ 정보 기사, 자사 이기주의 기사, 낚시성 기사 순으로 답했다(2020 언론수용자 조사). 이 사례들이 더욱 나쁜 것은 단순 실수나 오보가 아닌 언론의 의도적 개입이라는 점이다. 즉, 어느 정도 계획된 기사라서 언론사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2019 한국 언론인' 보고서에 따르면 가짜 뉴스나 오보, 낚시성 기사, ‘찌라시’ 정보 기사, 광고성 기사 등이 심각하다고 기자들은 지적했다. 그리고 속보 경쟁과 흥미성 보도가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핵심인 언론 중재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유도 이러한 언론인들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결국은 구조적 문제다. 지난 10년간 신문 기업체는 82.5% 증가했지만, 대부분 소규모 인터넷 신문이고 전체 매출액은 거의 변화가 없다(2020 신문산업 실태조사). 매년 적자는 쌓여가고, 코로나19로 경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신규 채용 등 인력 운영에도 어려움이 가중되어 기자 1명당 작성해야 하는 기사 수는 늘었다. 매체별 편차는 있지만 일주일 평균, 기자 1명이 지면 기사 13건, 온라인 기사는 10건 정도 작성한다고 한다. 더욱이 마감 시간이 없는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는 인터넷 신문의 경우 기자 1명당 뉴스량은 더 많을 것이고, 시간에 쫓기면서 내부 검열과 자기 검열은 느슨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광고 의존도가 높은 신문사 수익의 다변화다. 먼저 신문사는 기사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잘 쓴 기사는 당연히 충성도 높은 구독자가 늘고 후원금과 회비가 증가한다. 또한, 신문사의 신뢰도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져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국가의 공적 재원의 투입이다. 신문사에는 언론인 재교육과 기획취재지원 등 저널리즘 기반 프로그램을 늘리도록 하고,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인턴 제도를 확대해 인력난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바우처를 지급하여 국민들이 선호하는 언론사나 기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미디어 바우처’제도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털에 빼앗긴 기사 선택권을 국민들에게 주면 신문사는 포털과 광고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기사의 질적 향상에 매진할 수 있어서 신문사의 수익과 기사의 질적 향상 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프로필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박사수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교수 ▲사)한국독립PD협회 감사 ▲방송 제작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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