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헌 수석특파원의 금요아침)오펙플러스의 딜레마
작성 : 2021년 07월 13일(화) 13:50
게시 : 2021년 07월 15일(목)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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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국제 석유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0.74달러 상승한 72.94달러를 기록한 반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66달러 하락한 70.63달러에 마감되었다. 중동산 두바이유가 미국산 원유보다 배럴당 2.31달러나 낮게 거래된 것이다. 그 이후에도 두바이유가 계속 더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두바이유가 WTI보다 가격이 낮아진 것은 2016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유종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국제 석유시장이 중대한 전환을 맞고 있다는 의미이다.

원래 미국산 원유는 비중이 가볍고 황 함량이 적은 고품질로, 무겁고 황 함량이 많은 중동산 원유는 물론, 같은 경질원유인 유럽의 브렌트유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그런데 셰일혁명으로 미국산 원유 생산이 2008년부터 획기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WTI 상대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브렌트보다 배럴당 5달러 이상씩 높게 거래되던 WTI가 2009년부터는 2달러~11달러 낮아졌다. 심지어 2011년부터는 저품질의 중동산 원유보다도 많게는 10달러나 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2016년에는 WTI가 두바이유보다 약간 높아졌으나 그해 12월 14일부터는 계속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많게는 6달러 이상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8일을 기점으로 가격의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4년 반 이상 유지되어오던 유가의 가격구조에 큰 변화가 시작했다.

원유의 상대가격구조의 변동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미국과 유럽지역은 백신의 빠른 보급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 WTI와 브렌트를 크게 상승시킨 반면, 중동원유의 주요 소비지인 아시아지역에서는 인도를 필두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회복중인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에 돌입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차량연료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항공유에 대한 기대수요가 늘어나면서 저유황 경질원유인 브렌트와 WTI에 대한 수요가 고유황 중질유인 중동 원유를 크게 넘어서고 있는 것도 주된 요인이다. WTI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상승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규제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은 향후 수년 후에도 2020년 초의 하루 13억배럴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원유의 상대가격 하락은 대규모 감산으로 유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OPEC+에 큰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의 과실을 경쟁자인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더 많이 따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유가가 2020년 평균보다 76% 상승했지만 WTI는 더 큰 폭인 92% 급등했다. 고립된 미국시장과 달리 차익거래로 시장이 연결되어 있어 직접적인 경쟁관계인 브렌트와의 스프레드는 금년 1월 평균 0.5달러에서 7월 현재 2.52달러로 벌어져 있다. 그만큼 브렌트유가 중동원유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이 시장에 복귀하면 중동원유의 상대가격은 더 많이 내려갈 것이다. 제재가 풀리면 이란의 수출량은 현재 하루 60만배럴에서 3개월 안에 15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복귀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결정(pricing)인데, 이란은 수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쟁유종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수니파의 좌장인 사우디는 시아파 숙적인 이란의 시장잠식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란산 원유는 러시아의 핵심 유종인 우랄(Urals)유와 성상이 비슷해 유럽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에 연결된 우랄유가 두바이 유가에 링크된 이란 원유보다 상대가격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러시아의 시장잠식은 불가피하다. 결국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란의 수출 공세를 최소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싸게 더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OPEC+는 머지않아 감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제 석유시장에는 아직 공포가 남아있다. 산유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파괴’와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유가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지난해 4월 OPEC+가 하루 970만배럴의 기록적 감산에 합의한 후 조금씩 감산물량을 줄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수요붕괴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하다. 이란과 시장복귀와 미국의 생산 증가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원유를 구매하는 정유사들은 재고급증으로 큰 홍역을 치룬바 있어 가동률 원상복귀를 주저하고 있다.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에서 파생된 델타 변이바이러스는 세계각지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 중동 산유국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수출가격(OSP)를 계속 인상하면서 대규모 감산 중에도 아시아 정유사들이 요청하는 물량은 최대한 공급했다. 그러나 임박한 이란의 시장복귀와 미국의 생산증대, 상대가격 구조의 변화는 OPEC+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프로필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국제경제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오일의 공포> <에너지 빅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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