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본부장, “원전 사이버공격 갈수록 진화…경각심 가져야”
SMR 등 신형 원전에 대한 규제방안 선제적 연구 진행
작성 : 2021년 06월 23일(수) 21:55
게시 : 2021년 06월 29일(화)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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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격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 ‘언제든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나영 핵안보본부장은 담백하면서도 소신 있게 그의 철학을 풀어냈다.

기술과 정책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가로서의 경륜 덕일까? 이나영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명확하고 간결하게 답변하며 소탈하면서도 세련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력공학 석사, 박사를 취득하고 펜실베니아 대학 등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에서 안전조치실장, 정책기획실장, 미래전략실장, 교육훈련센터장을 거쳐 2020년 4월부터 핵안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박사후연구원 당시 전문가 세미나에서 ‘KINAC은 원자력 외교관’이라는 소개에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는 원자력이 가진 정치적․외교적 함의에 쏙 빠져들어서 KINAC에 지원했고, 공학 기술과 정책 및 국제협력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핵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기술지원․전문기관으로서 KINAC이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나영 본부장을 만나 KINAC과 핵 안보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어떤 일을 하는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원자력 규제 전문기관이지만, 통상 알려진 안전 규제가 아닌, 핵무기로 쓰이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한다. 핵 비확산․핵 안보 규제라고 하는데, 핵 비확산은 핵물질이나 관련 기술을 무기로 전환해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안전조치(Safeguards)와 국가 간 불법 이전을 방지하는 수출입통제라는 수단을 이용한다. 핵 안보는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위협에 대비, 대응하는 것으로 물리적 방호와 사이버보안으로 이행한다.

이러한 일련의 규제 활동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증진하되 핵의 확산을 막는다”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것들이다 보니 KINAC은 핵확산의 대표적 사례인 북한의 핵 활동 관련 공개 정보의 수집 및 분석도 추진하며, 핵 비확산․핵 안보에 관한 국내외 교육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 본인 소개를 하면?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 ‘90년대는 공대에 여자들이 많지 않던 때였고, 공대 문화에 적응하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흥미로운 것을 찾아 다양하게 연구하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 같다. 석사과정은 원전 사고 탐지를 위한 센서 소자 개발을 위해 무기재료공학과와 협업으로, 박사과정은 발전소 안전계통 디지털화 관련 주제로 컴퓨터공학과와 협업으로 연구를 하게 됐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검증, 원전의 재료 부식 특성 연구 등을 수행했다. 그러던 차에 KINAC 전문가의 세미나가 있었는데, ”KINAC은 원자력 외교관“이라는 소개가 흥미로웠다. 처음 들어보는 원자력이 가진 정치적, 외교적 함의에 쏙 빠져들어서 KINAC에 지원하게 됐다.

▶ KINAC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돌이켜보니 KINAC에 들어온 이후 매우 많은 일이 있었다. 2009년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을 수출하게 되면서 UAE의 규제기관인 FANR(UAE 연방 규제청)과 협력 협정(MOU)을 체결하는 등 UAE가 원전 도입에 따른 핵 비확산․핵 안보 의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UAE는 미국과 ‘골드스탠다드’라 불리는 조항을 체결할 만큼 핵 비확산․핵 안보에 높은 관심이 있기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프로세스가 시작되면서 핵 안보가 각광을 받게 됐다.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되면서 KINAC에서는 부대행사로 서울핵안보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또한,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에 참여해 핵 비확산․핵 안보 관련 사항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했다. 2015년 협정이 개정된 이후에는 협정에 따른 한미 고위급협의회 핵 안보 실무그룹을 지원해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KINAC은 정부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약속한 국제 핵 안보 교육훈련센터를 2014년 개소한 이래 다양한 국제 교육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201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개최한 사이버보안 훈련과정은 많은 국가의 호응과 IAEA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은 특히 체험환경 구축과 실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는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가 개최한 것은 그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다. 준비하면서 실습 환경 구축과 효과적인 커리큘럼 구성을 위해 근 1년간 국제 전문가들과 논의하기도 한 터라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훈련과정이다.

지금은 본부장으로서 핵 안보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위협이 진화됨을 체감하고 있고,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핵 비확산이 언급됐는데?

국내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할 경우 안전 규제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제적 관점이나 수출 차원에서 본다면 KINAC에서 수행하는 업무들이 더욱 중요해진다.

원자력 역량을 가진 국가들은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참여해 수출통제를 추진한다. 이 체제에서 원자력 수입국은 안전조치(Safeguards)와 물리적 방호 체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는 안전조치, 수출통제, 물리적 방호․사이버보안에서 모두 높은 수준의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기에 UAE 원전 수출 시 이러한 경험을 전수할 수 있었다. 핵 비확산 원칙과 의무를 지켜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을 수출한 이후로 미국은 해외 수출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주목해 왔다.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이면서 이미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핵 안보 우수모델이므로, 원전과 더불어 핵 비확산․핵 안보 체제를 함께 수출할 수 있기에 미국은 한미 협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고,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명문화했다고 생각한다.

▶ 대한민국의 핵 안보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를 보면서 원자력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 안전 측면에서도 핵 안보가 중요하다. 사람의 실수나 기계의 고장, 천재지변에 의해 일어나는 사고의 확률을 ‘고의적 의도’가 들어감으로써 훨씬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테러나 사이버 공격 등 악의적인 목적으로 원자력시설의 시스템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비하고, 초기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핵 안보 수준을 다른 국가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핵 안보는 각국이 처한 환경에 맞게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시설이 많은 우리나라와 원자력시설도 없고 위협도 거의 없는 남태평양 섬나라의 핵 안보 이행체제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핵 안보에 대한 정책적 측면의 평가는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급격히 높아진 바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2010년~2016년까지 핵안보정상회의 프로세스를 추진한 것은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해 ‘트로이카’로 불리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기술 기반의 높은 정책 역량을 보여줬다.

또한, 2014년 우리나라는 IAEA의 핵 안보 자문서비스(IPPAS)를 수검했고, 이때 국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원자력 발전 수준에 요구되는 필요한 것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그것도 아주 우수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핵 안보 수준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다.



▶ 미국의 송유관업체 콜로니얼파이프라인(’21.5.7), 정육업체 JIBS 사이버 공격(5.30.) 등 최근 사이버보안 이슈가 많다. 원자력 분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2015년 원전 자료 해킹으로 알려진 ‘who am I 사건’은 실제 원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아니었지만, 당시 원전에 대한 사이버 규제 필요성을 각인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본격적 사이버보안 규제 체제가 자리 잡게 됐다.

사이버보안 위협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KINAC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심사 및 검사 등 사이버보안 규제를 통해 원전 등의 원자력시설이 단계적으로 사이버보안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원자력시설을 운영 중인 원자력 사업자가 사이버 위협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행 조직, 및 사이버보안 활동 절차 등을 구축하도록 하고 관련 보안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는 원자력 분야의 사이버보안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단계별로 체계화된 규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사실 국내 원전 등 원자력시설의 제어시스템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망으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 통상적으로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외부로부터의 해킹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이란의 스턱스넷 사건처럼 악의적인 목적의 조작 프로그램을 담은 USB 등의 이동식 저장매체를 가지고 외부인 등이 직접 제어시스템에 접근하는 등의 경우는 경계해야 하므로, 원자력시설 내 출입 통제 및 감시 등의 물리적 방호 규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원전 등 원자력시설의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기능적 의존도가 점점 커짐에 따라 사이버 위협 가능성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KINAC도 꾸준히 사이버 위협 요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고도화된 규제 기준을 수립 및 시행하여 각 시설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고려한 가상훈련을 통해 원전 등 원자력시설의 위협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노력 및 현황은?

위협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며 점점 진화하고 있다. 위협의 방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그런데도 변화하는 위협을 평가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함으로써 규제 체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이 KINAC의 역할이다.

KINAC에서는 기존 원전의 핵 안보 체제 강화, 신규 원전에 대한 핵 안보 고려사항 도출, 신규 위협에 대한 대응 체제 연구 등으로 구분하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전 등 원자력시설에 대해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를 이용한 악의적인 목적의 공격을 신규 위협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KINAC에서는 각 원자력시설의 사업자가 대응해야 하는 위협의 규모를 설정한다. 그리고 공격의 영향을 분석해 대응하도록 사업자를 규제한다. 또한, 사업자가 제시한 대응 방법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드론 방어체계를 평가하고, 폭발물과 차량 돌진으로 원자력시설에 위협을 가하면 물리적 방벽의 성능을 검증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생체인식 위조 우려를 감안해 출입인증체계를 평가하고, 원자력시설 내에서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의 보안성을 검증하는 등 물리적 방호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한 다년간의 연구를 새로 시작했다.

KINAC은 최근에 사이버 공격으로 발전소의 운전에 어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특히 어떤 시스템이 취약하여, 무슨 대비가 필요한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사이버 공격 영향 분석을 연구하고자 발전소와 유사한 환경의 사이버보안 연구시설인 사이버보안 테스트베드의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격의 경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구축될 경우 그만큼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핵 안보의 향후 과제라면 어떤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

비행기 충돌 테러, 드론을 이용한 정유시설 테러와 요인 암살 등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영화나 신문기사를 마냥 흥미롭게 볼 수 없는 것이 핵 안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위협의 지속적인 변화 트렌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체제 구축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기술(IT/OT)의 고도화에 따라 최신형 원전의 경우 최소인원 또는 무인으로 가동하는 형태가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모듈화되어 있어 쉽게 지을 수 있고, 안전성도 높아 전력 공급이 여의치 않은 오지나 저개발 국가,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국가에 수출하는 용도로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오지나 지정학적 요건이 불안한 위치에 건설할 경우, 이에 대한 방호 측면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운전 기능 자동화 및 원격 제어 등의 특성이 추가된다면 추가적인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 측면도 고려해야 하나 그에 대한 기술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KINAC은 신형 원전에 대한 규제방안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핵 안보 수단을 갖추더라도 원자력시설에 근무하는 담당자들이 핵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은 지침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위험을 예방한다는 생각이 정착되어야 하며, 핵 안보 문화 증진을 위해 KINAC도 노력할 계획이다.



She is

1991~1995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학사

1995~1997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석사

1997~2001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박사

2001~2002 University Pennsylvania 박사후연구원

2002~2006 서울대학교 박사후연구원,연구교수

2006~현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2020.4.1.~현재 핵안보본부장





윤재현 기자 기사 더보기

mahler@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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