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인사이트] 「중대재해처벌법」시행…전기공사업계의 고민이 필요한 때
작성 : 2021년 06월 03일(목) 17:36
게시 : 2021년 06월 03일(목)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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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발생 시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2022년부터 시행된다. 노동계의 숙원 사업 같은 법이지만, 제정 이후 오히려 노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판단에서다. 경영계도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경영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셈이다.

「중대재해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은 산업 재해 예방이다. 여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도 징벌 대상에 포함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안전 부문 투자가 늘어나면서 산업 재해도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10년 먼저 「중대재해법」을 도입한 영국은 어떨까.

영국은 현대적 자본주의를 확립한 최초의 국가다. 18세기 후반 산업 혁명 이후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 갈등의 역사로 축약할 수 있다.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노동·기업 문화를 갖춘 이유다. 이에 맞게 2008년 우리의 「중대재해법」에 해당하는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매서운 이름과 달리 「기업살인법」은 상당히 합리적인 법으로 평가된다. 「기업살인법」도 「중대재해법」과 마찬가지로 ‘처벌’에 무게를 둔다. 벌금 상한선이 없고, 시정 명령과 함께 위반 사실이 공표된다. 그러나, 회사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만큼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또 경영자 개인이 아닌 법인(회사) 처벌을 우선하며 관리자, 경영자 과실이 명백히 확인될 경우에만 공범으로 처벌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아닌 사람에 더 집중한다. 문제는 대규모 조직일수록 경영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를 지닌 대기업은 오너가 모든 사안을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대신 안전 관리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일임한다. 이 경우 경영자에겐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또한 소규모 기업의 경우는 경영자가 구속되면 사실상 회사가 도산할 수밖에 없다.

「기업살인법」도 「중대재해법」 같이 언뜻 ‘처벌 만능주의’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오해일뿐더러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에 따르면 「기업살인법」이 시행된 첫해(2008~2009) 영국 내 근로 중 사망자는 179명이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8~2019년 사망자는 147명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획기적’이라 말하긴 힘든 수치다. 오히려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기업살인법」이 없었던 1988~1994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단점은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구속을 감수하며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경영자가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영국 사례처럼 「중대재해법」이 실질적인 산재 감소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업 종사자 대다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 및 개정 의견’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절반 이상(63%)은 “「중대재해법」 시행이 산재 감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31.7%)가 가장 많았다.

노동계도 「중대재해법」을 ‘졸속 입법’이라 비판하고 있다. 다만 비판의 결은 전혀 다르다. 경영계가 법의 실효성, 산업 위축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 노동계는 산재를 뿌리 뽑기 위해 처벌 규정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최근 벌금 하한선 등을 신설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경영계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만으로도 충분히 산재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산안법」은 1명 이상의 사망자,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2명 이상의 부상자·10명 이상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했을 때 안전 책임자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과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 법인(회사)에는 사망자 발생 시 최대 10억 원 이하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사실상 「중대재해법」과 동일한 내용이다.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의 핵심 차이는 경영 책임자의 처벌 여부다. 「산안법」은 위반 행위자가 주요 형사 처벌 대상인 반면, 「중대재해법」은 경영자에게도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만약 책임 소재를 경영자까지 넓히고 싶었다면 「산안법」 개정만으로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중대재해법」을 두고 ‘이중 처벌’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공사업계도 「중대재해법」의 예외일 수 없다. 바뀐 환경에 대처할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공사업계의 절대다수는 재정 능력, 인력 구조가 약한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기업*이다. 영세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중대재해법」 시행일(2022년 1월 27일)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빠른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50인 미만 사업장은 총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4년부터 적용되며,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

최승동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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