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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부터 SK까지…RE100이 뜬다
기후위기 전 세계 강타…소비자·기업 모두 “친환경”
글로벌기업, 국내 기업에 RE100 요구 이어 탄소국경세 도입까지
한국, K-RE100 제도・PPA법 등 법적기반 마련…후속조치 시급
정재원 기자    작성 : 2021년 05월 12일(수) 11:03    게시 : 2021년 05월 14일(금) 15:14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기후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환경문제 위기감에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더는 환경을 해치지 말라’고 요구하고, 기업들은 이를 넘어 적극적으로 “친환경”을 외친다. 오히려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중 최근 주목받는 것은 RE100이다. RE100이란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지난 2014년 비영리 환경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가 연합해 ‘RE 100’ 캠페인을 처음 발족했다. 2021년 5월 현재 309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로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11월 SK가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기존 산업 질서 바꿀 ‘뉴 패러다임’, 핵심은 탄소국경세

RE100이 다가올 미래에 끼칠 영향은 막강하다. 소비자들은 탄소배출 등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투자자들도 리스크에 대응해 투자를 멈춘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RE100, ESG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기존 산업 질서를 뒤바꿀 뉴 패러다임이 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핵심원인이 산업용 연료 사용으로 지적된 만큼 제조업, 무역이 중심 산업구조인 우리 현 상황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특히 애플, 구글 등 외국계 기업들은 RE100에 더 적극적이라 국내 납품 기업들에게도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국경세의 본격적인 도입에 따라 앞으로는 기업경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상품·서비스가 수출될 때 적용되는 무역 관세다.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 3월 탄소국경세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오는 6월엔 EU가 탄소국경세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EY한영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국경세 도입 시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EU,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 국경세는 2023년 6100억원, 2030년 1조8700억원로 나타났다. 기업들에는 부담되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다.

◆낮은 신재생에너지 비중…RE100 달성 걸림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RE100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작돼 무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변 기업에 참여를 요구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애플이 삼성에 요구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관련 기업 전체에 RE100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100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인식하면서도 기업들이 RE100 달성을 앞다퉈 외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달성은 요원하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전기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6%에 불과해 OECD국가 중 최하위로 뽑혔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은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 38%로 화석에너지 비중(37%)을 넘어섰다. 또 이미 신재생에너지의 가격이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원가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지역이 많다.

◆뒤늦게 뛰어든 한국...RE100 이행 방안은?

RE100 달성수단을 만들어야 했던 정부는 올해 K-RE100 제도를 통해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다섯 가지 이행수단을 만들었다. ▲녹색프리미엄제 ▲인증서(REC) 구매 ▲제3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지분 투자 ▲자가발전이 그 방법이다. 여기에 기업 구매 유인을 높이기 위해 녹색프리미엄제를 제외한 이행수단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법안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PPA법’이 통과됨에 따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과 직접 전력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어 RE100 달성의 기반이 마련됐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RE100이 주목받아 준비한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 모두 합심해 RE100이 시급한 과제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법안은 어느 정도 마련됐고 이제는 보완을 통해 시장 제도를 개선할 차례”라고 말했다.



다음은 국내 RE100 전문가로 김승완 충남대 교수와의 일문일답.

“RE100 달성과 ESG・탄소 중립, 결국 ‘의지’에 달렸다”

▶RE100 달성을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와 외국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력시장의 차이가 크다. RE100 선진국들은 우리와 달리 전력시장이 이미 자유화돼있다. 재생에너지와 기존 화력발전의 요금차도 크지 않고 유럽 몇몇 지역의 경우 그리드 패리티가 이미 일어났다. 굳이 RE100을 위한 제도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전력시장 제도로 RE100 생태계를 형성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용이 더 비싼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위주의 발전 정책은 지금껏 미뤄놨던 방학 숙제를, 개학 직전 급하게 해나가는 것이라 보면 쉽다.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위주 발전이 확장돼 ‘각’이 점점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이 평균적으로 107.8원인데, 태양광 발전의 경우 땅을 가진 경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결국 자산을 가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위주로 가면 몇 년 안에 가격은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기업들은 자연스레 비용 절감을 위해 재생에너지라는 더 싼 발전원을 찾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어떤 제도를 바꿔야 RE100 실현이 가능한가.

“최근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에 한해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세부적인 하위법령은 규정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가 발전하지 않는 시간 보완공급 주체, 초과발전과 계통운영 문제, 송배전사업자 제공 망 이용 요금 등 다뤄야 할 것이 많다. 기존 우리 시장에 없었던 제도이기 때문에 전력시장 운영규칙부터 시작해 모든 규정과 카테고리를 바꿔야 한다. 다만, 요금체계라는 건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만큼 망 요금 체계 정비를 우선한 후, 전력시장 자체를 바꿔 RE100과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RE100이 기업 또는 산업계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 운영인들은 RE100으로 인해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RE100에 대한 2020년과 2030년의 시선은 서로 다를 것이다. 캠페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첨단 반도체나 배터리 등 관련 기업이다. 곧 ‘더 센 놈’, 탄소국경세가 온다. 탄소국경세는 RE100보다 기업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직접적인 무역리스크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RE100은 탄소국경세가 시작되기 전 원재료를 들여와 수출하는 단계까지 그 공급사슬 전체에 대해 전략을 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RE100 자체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무역장벽기능을 하지만, 국가 간 직접 이뤄지는 것이 아닌 기업 간 협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산술로 따지기보단 미래 전략 중 하나로 보고 미리 준비하는 그 과정을 RE100이라 보면 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들이 많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인식과 현 상황은 어떠한가.

“외국은 모두 알다시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선도적 기업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자신들과 거래하는 업체들에도 RE100 달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역과 제조업 위주의 국내 기업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2018년 전까지는 RE100이나 ESG를 사회공헌 중 하나로만 생각했고 큰 관심이 없었다. 개념조차 제대로 모른 채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에 따라 이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RE100 관련해서 강의 요청도 자주 오고, 비용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배터리 사와 전자 쪽 기업들이 특히 관심이 많아 RE100과 ESG에 관련된 팀도 있고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중소, 중견기업들은 수익 문제로 인해 RE100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RE100이나 ESG 문제를 패키지로 대응해주는 에이전트 회사들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솔라커넥트 같은 기업들이 이미 준비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RE100 달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와 기업에서 RE100이 장벽이 되지 않도록 빠른 달성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까.

“국가가 할 일은 제도를 잘 정비하는 것이다. 최근 법안이 비교적 순조롭고 빨리 통과돼 RE100 달성을 위한 제도적 틀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RE100 달성의 키는 기업들이 쥐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RE100의 기본 취지를 생각해보면, 비용이 더 들지라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끼친 사회적 비용을 환원하라는 것이지 기업에 경제적 혜택을 주기 위한 캠페인이 아니다. 따라서 RE100을 가지고 경제성만 생각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기업들이 사회 환원과 미래 투자 마인드를 가졌을 때 그 결과는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RE100 달성과 ESG, 탄소 중립은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면 된다.”


정재원 기자 one@electimes.com        정재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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