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월드뷰) 미얀마, 중국과 미국
작성 : 2021년 03월 08일(월) 14:45
게시 : 2021년 03월 09일(화)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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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2월 1일은 작년 말 총선거로 새로 구성된 의회가 출범하는 날이었다. 국민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군부는 아직 물러날 뜻이 없다. 많은 미얀마 국민이 군부의 뒤에 중국이 있다고 믿는 모습이다. 의심을 받을 만도 하다. 쿠데타가 발생하기 2주 전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미얀마를 찾아 쿠데타 주역이 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얀마 군부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발휘해 공헌하는 걸 지지한다고 했다. 현재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관련한 제재에 미온적이다.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는 특수하다. 무엇보다 2160㎞에 달하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다. 공산권 국가가 아닌 나라들 가운데서는 최초로 공산당의 중국을 인정하고 수교한 관계이기도 하다. 미얀마 군부는 오랫동안 중국과 밀착해왔다. 미얀마 군부 정권이 서방의 경제 제재와 국제적 고립 속에서 살아남았던 것도 중국의 원조와 투자 덕분이었다. 중국은 미얀마에 제트기와 장갑차, 함정을 공급하면서 군부를 친중 세력으로 만들었다. 중국도 이유가 있다. 중국은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 진출로를 뚫으려 한다. 지난해 1월에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얀마를 방문해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미얀마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 건설 사업이다. 약 870㎞의 도로와 함께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송유관은 하루 원유 26만 배럴, 연간 2200만 톤을 운송하게 되며, 미얀마는 그 대가로 200만 톤의 원유를 받는다. 미얀마와의 유대 강화는 중국으로서 원유 수송로 확보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인도에 대한 포위전략이기도 하다. 당연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악재다. 미국도 고민이 많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중국에 대한 봉쇄망에서 빠졌던 미얀마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사건 이후 관계가 멀어졌고, 그 틈을 노려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앞으로 미국이 제재를 늘리면 미얀마 군부의 중국에 대한 의존은 더욱 커진다. 미국 정부도 수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의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 수단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정부 차원의 원조를 중단했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작년에 미국이 미얀마에 지원한 금액은 1억8500만 달러에 그친다. 반면에 미얀마에서 중국의 경제적 비중은 미국의 10배가 넘는다. 우선 경제적으로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다. 2019년 기준 미얀마 수출입의 약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이 미얀마에서 추진하는 34개 대형 프로젝트는 투자액이 240억 달러에 달한다. 많은 사업에는 미얀마 군부의 이권도 걸려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군이 운영하는 국영기업을 앞세워 경제를 장악해 왔다. 미얀마가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보석, 비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얀마에서 비취 원석의 채굴광산과 거래회사는 모두 군부나 관련 재벌이고, 자본은 대부분 중국이 댄다. 비취 가공 공장은 미얀마와 인접한 중국 윈난성에 몰려있다. 중국 자본과 미얀마 군부의 네트워크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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