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월드뷰)거리의 시민들
작성 : 2019년 10월 28일(월) 09:45
게시 : 2019년 10월 29일(화)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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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 말이다. 말 그대로 전 세계가 화약고다.
남미의 칠레와 볼리비아, 온두라스와 아이티, 에콰도르부터 유럽의 영국과 스페인, 중동의 레바논과 이라크, 그리고 아시아의 홍콩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가 촉발된 구체적인 이유야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홍콩은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홍콩 정부의 법안 추진 포기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가 문제다. 정치권의 무능을 규탄하는 브렉시트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고질적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문제가 시위의 이유였다. 온두라스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 마약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볼리비아에서는 대선 투표 개표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이 시위를 촉발시켰다. 아이티에서는 대통령의 원조기금 횡령 혐의 때문이다.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 발생한 시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정치 때문이라면 경제적인 문제로 시민들이 거리에 나선 곳도 많다.
레바논의 경우는 메신저 프로그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 불을 질렀다. 하루 20센트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에 따른 생활고와 정치권의 부패 때문에 누적된 불만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다. 칠레는 지하철 요금 인상 때문이다. 고질적인 빈부격차에 누적된 경제적 불평등으로 쌓였던 분노가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폭발했다. 물론 칠레의 최저임금이 한 달에 우리 돈으로 50만 원도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적은 돈은 아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연료 보조금 지원 중단 결정이 문제였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에 식량난까지 겹치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시위도 과격해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위에서 지금까지 20명이 숨졌고, 200여 명이 다쳤다고 한다. 이라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위대는 만성적인 실업난과 수도·전기 등의 공공서비스 부족, 정부의 만성적인 부패에 항의하고 있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만 벌써 1백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나라들에서는 심각한 빈부격차나 높은 생활물가가 공통적이다. 시민들의 불만에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는 정부의 무신경도 일을 악화시킨다. 특히 재정적자를 줄여보려고 시도하는 공공요금 인상은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때가 많다.
정리해보자면 나라마다 일단은 부정선거나 공공요금 인상, 정부의 부패 등 시위가 촉발된 이유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밑바닥에 깔린 공통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역시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돼있는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는 없다.
세계 각국의 시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도 요즘의 추세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일반적으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누적되고, 쌓인 불만은 SNS를 통해 공유되고 시위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등장한 디지털 미디어는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요즘 세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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