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건기식품 제조 인프라에 우리조명 기술 더한 스마트팜 구축
CBD, THC 등 대마 성분 제어가 핵심, 노지재배로는 불가능 단점
4~5년 내 국내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전망’, 해외기술 격차 줄여야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LED조명 업계 맞형인 우리조명에선 다른 조명 업체에서 맡을 수 없는 진한 ‘대마’ 향기가 풍긴다.
국내 조명 그룹 중 1위인 1조6000억원 규모의 압도적 연매출에서 나오는 대마(大馬)향이기도 하지만 우리조명의 스마트팜 및 건강기능식품 전문 자회사인 우리바이오에서 의료용 대마(大麻)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해 우리조명 사옥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바이오에서는 200여 명의 직원이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2000년 5월 설립돼 20년 넘게 건강기능식품을 제조·생산해온 우리바이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2135평(약 7058㎡)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다양한 제형의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히트작인 멀티비타민 ‘하루틴’을 비롯해 10여 개의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잡았으며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코오롱제약 ▲종근당건강 ▲삼양사 ▲일동제약 ▲순수식품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또 우리바이오는 최근에는 미래 소재 발굴을 위해 스마트팜을 활용한 특수작물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후환경과 맞지 않아 해외에서 주로 수입하던 소재들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공급이 불안해지고 있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된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우리바이오는 소재발굴부터 재배연구, 원료제조, 제품개발, 제품생산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만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죠. 최근에는 스마트팜을 직접 운영하며 해외 의존 소재인 마리골드와 대마 재배에 나섰습니다.”
이현용 우리바이오 연구소장의 안내에 따라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한 후 우리바이오 실증 재배실에 들어서자 처음 맡아본 대마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대마는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삼과의 한해살이풀로 민들레풀과 닮은 듯하면서도 민들레보다 크고 우거진 모습이었다.
“대마는 칸나비디올(CBD) 성분과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핵심입니다. CBD는 대마의 의료용 성분으로 항암, 항우울 등에 효과가 있고 뇌전증, 다발성경화증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죠. 반면 THC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성 성분입니다. THC의 함유량에 따라 대마는 산업용(의학용)과 기호용(마약용)으로 나뉩니다.”
CBD 성분은 높이고 THC 성분은 낮게 유지하는 것이 대마의 핵심인데 이는 노지재배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이용해 환경조건을 통제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대마 재배의 핵심은 얼마나 일정하게 성분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노지에서 자란 대마를 보면 나무처럼 위로 솟구친 모양인데 이는 햇빛이나 바람 등 환경으로 인해 성분 함유량이 불규칙하게 되는 원인입니다. 우리바이오의 대마는 비교적 높이가 일정하게 자라도록 설계해 대마의 성분 편차를 줄였습니다.”
대마의 CBD 성분은 항우울 및 각종 질병에 효능이 입증된 바 있어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마 재배 및 유통이 금지돼 있어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의료용 대마의 효능과 수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정부차원에서도 의료용 대마 산업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경남 안동에서는 대마재배특구가 형성됐고 정부 기관에서도 대마에 대한 연구용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바이오 측 설명이다.
“향후 4~5년 내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재배 및 유통이 허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우리바이오가 선도적으로 대마에 대해 연구한다면 해외 기업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용 대마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일부 기호용 대마를 합법한 국가에서는 대마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뒤처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마는 마약성 성분만 통제한다면 항우울, 항암, 뇌질환 예방 등 의료적 가치가 충분히 높은 작물입니다. 우리바이오는 선도적으로 의료용 대마 재배를 연구하고 의료화해 국내 대마 산업이 해외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곧 다가올 의료용 대마 합법화 시기에 맞춰 국내 환자들에게 질좋은 대마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