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이미지 추락이 심상치 않다.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 경영진의 먹튀 논란까지 더해지며 국민 ‘밉상’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는 빅테크 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곤혹을 치렀다. 골목상권 침해 비판론에 오너 김범수 의장은 일부 사업 정리와 3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마련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플랫폼 규제 이슈가 잠잠해지자, 이번엔 경영진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지난해 말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상장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주식 총 44만주를 대량 매도했다. 대표이사의 시세차익만 400억원이 넘고 7명을 합하면 800억원이 넘는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주당 5000원에 취득한 주식을 20만원 위에서 팔아 치웠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다 투자자들의 비판까지 가세하며 여론의 눈총이 따가워지자 카카오페이는 대표 자진 사퇴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곧이어 카카오뱅크 경영진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물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다만 제도의 취지가 회사와 개인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나 전국민 생활 플랫폼을 지향하던 카카오그룹의 행보와는 매우 동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기업공개) 최초로 일반 청약자 몫의 공모주 물량 100%를 균등 배정하며 단숨에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균등 배정 100%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고, 국내에서도 처음이다.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하게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선언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5조원을 돌파하며 전통 금융그룹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경영진이 기습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각한 행태는 주주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배신으로 느낄만한 모럴 해저드다.

흔히 자사주 매입 행위에 책임경영 강화가 친구처럼 따라붙는 것처럼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주주가치 저해와 무책임이 동반된다. 먹튀 논란은 결국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실패로 해석되기도 한다.

카카오는 부랴부랴 상장 후 일정기간 주식 매도를 금지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알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카카오가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비단 카카오뿐 아니라 아이파크 브랜드로 신뢰를 받으며 성장해 온 현대산업개발의 최근 모습은 기업이 오랫동안 쌓은 신뢰도가 얼마나 속절없이 붕괴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는 데는 굳이 오랜 시간이 필요없다.

기업은 결코 스스로 성장할 수 없다. 마땅히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모든 기업은 이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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