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민간 PF사업까지 분리도급, 현실적으로 어려워”
업계 “비중 크지 않아…자금조달 문제 삼는 건 논리 약해”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소방시설공사의 분리도급 예외규정을 놓고 건설사와 소방공사업계가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는 민간 PF사업까지 분리해서 도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소방시설공사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앞서 지난 2020년 소방시설공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소방공사도 전기, 통신공사처럼 분리도급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일부 공사는 분리도급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달았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 셈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공사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의 사업은 분리도급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소방청장의 승인이 이뤄질 때만이다. 이에 명확한 승인 기준을 만들어달라는 건설사들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은 대다수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인데, 현실적으로 분리도급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Project Finacing의 약자인 PF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일으키기 위한 자금 조달의 한 방법이다. 본래는 건설사업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받는 방식인데, 한국에서는 건설 시공사의 신용도를 담보로 금융회사 등이 자금을 조달하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국내의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주로 이러한 PF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할 수 있는 시공능력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환능력을 보고 자금을 빌려준다. 즉 건설사의 시공능력과 신용도가 자금 조달의 키워드다.

건설사의 시공능력과 신용도를 담보로 돈을 빌려오는데, 소방시설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다룰 수 없는 건 억울하다는 게 종합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종건사들은 책임소재의 불분명도 문제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리도급을 한다면 소방시설의 문제는 시공한 소방시설업체가 져야 한다. 그런데 건설사가 시행사에 ‘소방공사업체한테 가세요’ 할 수가 없다. 시행사는 건설사의 신용을 보고 공사를 맡긴 것이지 소방시설공사업체에 맡긴 게 아니라서다”고 말했다.

국내 PF사업 특성상 시행사는 건설사에 준공 책임을 묻기 때문에 분리도급을 하더라도 결국 책임은 건설사가 지게 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공사현장의 안전문제가 PF사업 분리도급의 한계라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상 공사금액 80억원 이상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분리도급을 하게 되면 소방공사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부재하게 돼 안전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소방공사는 전체 공사비의 4% 내외를 차지하는데, 공사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소방공사는 안전관리자를 배치할 법적 의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건설업계는 소방청 측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분리도급 예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청 측에서는 아직까지 실제 문제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므로,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건설업계의 입장에 대해 소방시설공사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소방시설공사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논리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분리도급하는 게 싫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시설업계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PF 사업의 문제점을 알아봤지만 구조적으로 분리도급이 어려운 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오히려 업계에서는 어차피 공사도 우리가 하는데 왜 (분리도급에) 예외를 두느냐고 불만인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건설업계 설명대로 전체 공사에서 소방공사의 비중이 높지 않은데, 건설사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을 문제삼는 건 논리가 약하다는 설명이다. 준공 책임에 대해서도 이미 소방시설공사업체들이 현장에서 책임지고 준공을 하고 있으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가 지적한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공사비 80억원 미만 공사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서 안전 규제들이 이미 완비돼 있다”며 “그러면 80억원 이상 공사는 안전하고 80억원 미만 공사는 허점 투성이겠느냐.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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