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분해 아닌 파장분해 방식, 에너지 및 유해물질 저감
지난해 12월 산업부 신기술 인증, 올해 지자체 3곳 설치
정유사 2곳과 실증사업 착수, 향후 협업도 가능

인천 수도권매립지공단 내에 위치한 도시유전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반응기의 모습.
인천 수도권매립지공단 내에 위치한 도시유전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반응기의 모습.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인류는 기후변화 말고도 또 다른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 문제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20년에는 4억6000만t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북태평양에는 세계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한반도 크기의 7배인 플라스틱섬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돼 플랑크톤이나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결국엔 인간의 몸까지 침투해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골치덩어리가 됐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활용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은 석유를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고분자 탄화수소 성분을 갖고 있다. 재활용 기술은 이 고분자를 분해해 다시 원재료인 액체성의 석유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천 수도권매립지공단 내에 위치한 중소기업 ㈜도시유전(대표이사 정영훈)은 파장분해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함동현 사업본부장은 “도시유전의 폐플라스틱 분해처리기술은 반응기내에 설치된 히터봉의 전기가열에 의해 발생된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받은 세라믹촉매의 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광파, 진동파 등 물리적 촉매반응을 활용, 혼합폐기물 중에서도 플라스틱만 선택적으로 분해한다”며 “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 열분해방식보다 에너지소비가 절감되고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 배출량도 거의 없는 친환경 재활용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열분해방식은 반응기 안에 폐플라스틱을 집어 넣고 400~1100℃의 고열과 고압으로 이를 분해하는 방식이다.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고열을 내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고 유해물질도 발생하며 플라스틱 외에 다른 물질까지 분해돼 생산품에 이물질이 섞이는 왁스화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함동현 도시유전 사업총괄본부장이 과자봉지에서 플라스틱 성분만 추출한 뒤 남은 알루미늄박을 보여주고 있다.
함동현 도시유전 사업총괄본부장이 과자봉지에서 플라스틱 성분만 추출한 뒤 남은 알루미늄박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도시유전 기술은 밀폐식 세라믹촉매반응기를 이용한 폐플라스틱 저온분해방식으로 반응기 안의 온도를 전기히터로 ~270℃±20℃까지 높여주면 해당 반응기안에서 광파, 진동파 등 물리적 촉매반응이 일어나 저온의 열에너지와 함께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틸렌(PS)을 분해 및 유증화 시킨다. 플라스틱만 선택적으로 분해하기 때문에 병, 알루미늄박 심지어 종이까지도 녹지 않고 배출돼 경제성에 따라 이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도시유전 설비는 2차 공정으로 나눠져 있다.1차 반응기에서 플라스틱이 액상중질유(C9-C40)로 생성되면 이 액상중질유를 2차 반응기로 이송 시킨 후 증류 및 화학적 촉매반응을 통해 분리정제해 경질연료유(C1-C4)로 생산한다. 시간당 평균소요전력량은 1차 반응기 200kW/h, 2차 반응기 180kW/h정도이다.

도시유전은 이 기술에 대해 3건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7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인증번호 제1383호)도 획득했다. 생산품은 한국석유관리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동 등으로부터 인화점, 유동점, 밀도 등 품질검사까지 완료했다.

도시유전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제적 성과를 올릴 계획이다. 오는 3월부터는 춘천, 정읍, 광양에 설치할 기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현재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도시유전의 샘플을 제공받아 실증사업을 진행 중으로 향후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약 50t을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투입해 결과를 확인하고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설비 투자를 모색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도시유전 샘플 및 자체 개발 기술로 실증을 한 뒤 향후 연 5만t 규모의 설비를 건립할 계획이다.

도시유전은 2021년 4월 공학, 물리학에 투자하는 영국 기관인 EPSRC IAA에서 10만 파운드(약 1억6000만원)를 지원받아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화학부 멜빌연구소에 공동연구소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영국을 비롯한 세계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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