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하이드레이트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화재전문가 평가
20년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 매진
지구온난화 대안’ 가능성 커
21C 대체에너지 자원과 환경문제 해결 방안 ‘주목’

이주동 생기원 센터장이 가스하이드레이트 펠릿 제조장치 옆에 서 있다.
이주동 생기원 센터장이 가스하이드레이트 펠릿 제조장치 옆에 서 있다.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동남본부 실험실에서 만난 이주동 생기원 해양플랜트 기자재 R&D센터장의 인상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학자의 전형이었다.

낯을 가리고 나서는 것을 싫어한데다 겸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이 센터장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자기만족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널리 알려 화재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고 폐수처리를 통해 더욱 깨끗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학자의 사회적 책임감을 자극했다.

가스하이드레이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캐나다의 브리티쉬콜롬비아대학(UBC) 피터앵글레조스 교수는 해외출원 특허 수와 진행된 연구프로젝트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주동 센터장을 가스하이드레이트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연구원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학자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20년 넘는 세월을 가스하이트레이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이 센터장만의 편집증도 있었다,

상용화가 되지 않은 기술이라 이해가 쉽지 않아 자정 가까운 시간에 연락하면 이 센터장은 항상 연구실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7일 생기원 동남본부에서 열린 ‘난접근성 특수화재 진화를 위한 고기능성 소화탄 개발 및 이를 적용한 실증화 능동화재 진화 시스템 기술개발’ 공청회에서 참석한 화재 전문가들은 가스하이트레이트 제조 기술을 응용한 소화탄이 화재진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했던 화재 전문가 중 한 명은 지난 6일 평택 냉동창고 화재에서 제일 마지막 진화 단계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제를 뿌리고 인명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면 소방관들의 순직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했다.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제는 녹으면서 주변 열을 흡수하고 또한 소화가스를 방출하기 때문에 잔불로 인한 갑작스러운 화재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언론사 인터뷰 처음인데다 부산에서 주로 연구해서인지 이 센터장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본인 소개와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약한 수소결합이 끊어지는 것은 분명 작은 사건이지만, 눈과 얼음이 녹아 아름다운 봄을 만드는 자연의 숭고함 때문에 자연과학에 마음이 끌리게 됐고, 학부 전공도 화학공학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대학 졸업 후 군 복무 기간에도 화학 장교로 근무하면서 화생방전에서의 개발 무기 발전사 및 방호전략 등을 접했다.

자연환경의 물리학적 현상, 생태계의 물질 및 에너지 수지 등의 화학공학적 기초지식은 환경 문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이러한 배경에서 환경공학과의 박사과정에서는 환경오염물의 발생 경로와 발생 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응용 과목 등을 학습했으며 수처리 전반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다.

고농도 오염수로부터 깨끗한 물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데 2001년 박사과정 중 가스하이드레이트 관련 국제세미나를 우연히 접했을 때 가스와 물이 결합하여 상온에서 결정이 된다면 새로운 방법의 수처리 공정을 꾸밀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2002년 캐나다 UBC에서 박사후연구원과정을 거치면서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초연구를 4년간 진행했다. 이후, 2006년 생기원 동남본부(부산 소재)에 입사해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 대다수 사람들에게 가스하이드레트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다. 간략히 설명하면.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 및 고압 조건에서 주체(host)인 물 분자들이 수소결합을 통해 만드는 3차원 결정격자(crystal lattice) 내부에 기체분자가 물리적으로 포획된 결정성 고체 화합물을 의미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들이 기본 골격을 이룬다는 점에서 얼음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동공 내에 ‘반 데르 발스’(van der Waals) 상호 작용을 통해 저분자량의 기체(CH4, CO2, N2, H2, HFC125a 등)가 안정화된다는 차이가 있다.

천연으로 존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결정 속에 메탄가스가 채워져 있으나 대기 중에서 물과 가스로 분리될 뿐 아니라 불을 붙이면 연소하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으로도 불린다. 21세기의 대체에너지 자원과 환경 문제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 분야는 ‘에너지 자원 개발’ 측면과 아울러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저장도 가능하므로 “지구온난화 대비책”으로서도 그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타 ‘수용액 중의 오염물 제거’, ‘해수 담수화’, ‘분리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하이드레이트의 해리와 형성을 전제로 한 응용연구는 원전해체 제염기술(방사능 오염수 처리)과 소화방제에 대비한 기술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본인이 인공적으로 만드는 가스하이드레이트와 동해안 해저에 묻혀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동해의 울릉 분지에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요를 수십 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가스하이드레이트(메탄하이드레이트) 자원이 다량 부존돼 있으며 지난 2007년 세계 5번째로 실제 채취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존 지역이 넓게 퍼져있어 자원으로서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심해 동토층, 퇴적 지층에 매장되어 있는 하이드레이트 자원을 채굴하면 지반 붕괴 등 주변 환경에 대한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꾸준한 시험생산 및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반면 실험실 또는 현장에서 특정 성분의 가스를 함유한 하이드레이트를 대량으로 제조하면 에너지 자원 개발 측면과 아울러 ‘이산화탄소 분리·저장’, ‘해수 담수화, ’방사능 오염수 제거‘ 등의 응용 기술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메탄 대신 소화가스를 함유한 새로운 소화탄 개발도 가능하다.“

▶ 형성원리를 응용해 원전해체 제염기술과 고기능성 소화탄을 연구 중인데 간략히 설명하면.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수소결합을 하는 물 분자 내부에 가스분자가 포획되어 형성된 결정체(얼음)이며, 영상의 온도에서도 결정이 형성되고, 이때 물속의 오염물(염 및 방사능 핵종 등)은 결정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원리에 의해 다양한 수처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짠 바닷물에서 형성된 빙산이 짜지 않은 원리로서 원전해체 제염기술인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할 수 있다. 현재의 연구 결과에서는 코발트(Co), 스토론튬(Sr), 세슘(Cs) 등의 방사능 물질 등을 한꺼번에 약 90%가량 걸러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물을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어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낫다.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제나 소화탄 개발은 메탄가스 대신 소화가스를 투입해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만들어 소방방재에 사용한다.

2018년 시행된 소방청 고시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소화가스 15종을 고시했다. 이러한 기체 소화약제는 전기적으로 비전도성이며 소화 후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 청정소화약제이다.

이례적으로 이러한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는 특별한 용기 없이 가스하이드레이트 격자( 5.5Å 규모) 내에 포획돼 단위 부피당 50-120배가량 저장된다. 이를 소화탄(소화약제) 형태로 응용하게 되면 ▲단위부피 당 화재진압 범위가 넓어서 획기적인 연소 차단 기능 ▲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은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물리적 성질이 있어서 부가적인 냉각 효과 ▲소화가스의 고밀도 충전으로 대규모 화재에 대해서도 화염류에 떠밀리지 않고 화염을 향해서 분출할 수 있어 초기 진압에 탁월한 기능을 갖는다.“

▶ 이외에도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를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약 98%를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수입액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관할 해역에서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부존을 확인하는 것은 에너지원의 확보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막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 및 낮은 경제성으로 인하여 상업적인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재래형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한계,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적게 방출하는 청정성 및 온실가스 방출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분명히 각광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가치는 에너지 자원 개발 측면과 아울러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소나 이산화탄소를 가스하이드레이트로 분리, 저장할 수 있고, 해수 담수화 기술에 적용하면 역으로 농축된 잔류물(여액)로부터 리튬 등의 희귀 자원을 회수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제약이나 식품산업에서 유용한 물질을 분리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혁신기술 중의 한 방법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다양한 가스와 물이 특정 조건에서 반응해 결정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하이드레이트의 해리와 형성을 전제로 한 응용연구는 다양한 가스산업과 수처리 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

▶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산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34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막힘(plugging) 현상 해결 때문이었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를 이용한 상용화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그동안 생기원에서 국책과제를 통해 진행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이용한 ‘천연가스 저장·수송 연구’ 및 ‘해수담수화 연구’의 기초지식 및 인프라를 통해서 최초로 산업에 활용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 과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수소결합으로 눈과 얼음이 생기고, 이 결합이 끊어지면서 눈과 얼음이 녹아 아름다운 봄이 되는 그 자연의 숭고함에는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형성 원리도 포함된다. 이에 끌려 21년째 심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연현상의 모든 섭리를 파악하고 상용화 기술을 추진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된다.

1887년 진공에서 에테르의 존재를 확인코자 진행한 실험은 당시에는 실패한 실험으로 유명했는데, 이 실험(마이컬슨-몰리 실험)에서 측정한 빛의 속도가 그 후에는 특수상대성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이른 시일 내에 눈에 보이는 획기적인 결과가 없더라도 계속해서 묵묵히 가스하이드레이트라는 응용과학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

He is....

▲1967년생

▲대구 대륜고등학교(1982~1985) ▲경북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1985~1989)

▲육군학사장교 13기 (1989~1992) ▲경북대학교 화학공학과 공학석사 (1992~1995)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공학박사 (1998~2001) ▲캐나다 British Columbia 대학 화학공학과 박사후 연구원 (2002~2006)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입사 (2006.3)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2006.7~2010.4)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2010.4~)▲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겸임교수 (2009.3~2011.2)▲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해양플랜트기자재R&D센터장 (2012.11~) ▲Marquis Who's Who 세계 인명사전 등재(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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