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최근 의도치 않게 풍력발전과 관련된 제보를 연달아 받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여기에는 작은 공식이 있다.

어느 제보에서든 ‘외국기업’은 자신을 억울한 약자로 포장하고 우리나라의 기업은 다양한 편의를 누리는 강자로 등장한다.

일례로 한 외국기업은 최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풍력계측기를 설치한 국내기업과 경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허가받지 않은 개인사유지에 풍력계측기를 설치했는데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가 심의에서 인정받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외국기업은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국내기업에 풍력계측기를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내렸지만 국내기업은 이를 무시했고 불법적으로 얻어진 데이터는 심의에서 인정됐다.

이것조차 기울어진 운동장의 작은 예다.

이처럼 국내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인지라 기왕이면 국내기업이 사업을 따내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보통 태양광발전보다 훨씬 규모가 거대한 풍력발전 공사는 억을 넘어 조 단위까지 들어간다. 이처럼 큰 자본이 외국로 유출되는 것은 외국계 기업들이 아무리 전문가 육성과 기술이전을 약속해도 국민으로서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저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국내기업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다.

외국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고 레퍼런스를 가진 외국기업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겨룬다면 국내기업의 백전백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외국기업들에 시장이 잠식되고 토종 풍력기업들이 쓰러진다면 탄소중립 실현의 토대가 돼야 하는 풍력발전을 외국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지금 국내기업들이 누리는 편익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풍력 시장을 지키기 위해, 뻔히 공정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국내기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외국기업과 견줄 수 있도록 기술과 경험을 쌓는데 집중하는 것이 도리이며 오래 살아남는 방법일 것이다. 혹시 그렇지 않고 온갖 인맥과 수단, 그리고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의 이익을 좇아 더욱 운동장을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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