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미시장 첫 성과…‘글로벌 기업’ 도약 원년”
“기존 사업 유지·확대하며 해외시장 확대 개척 주력”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코로나19’라는 이름의 먹구름이 산업계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생존전략 모색에 골몰하고 있으나 내수부진, 국내외 기업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신통한 방안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근 2년간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성적표도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제조업군의 경우에는 대다수 기업이 활로를 찾지 못해 고개를 떨궜다. 실적 선방 혹은 신장에 성공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의 난관 속에서도 ‘제2의 도약’을 이뤄낸 기업들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연결매출 기준 1조원(잠정)을 초과 달성하면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냈다. 전년 매출액 8574억원 대비 15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로, 산업계가 당면한 상황을 고려하면 수치보다도 실제 상징성은 더욱 크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지난해 가온전선은 2년의 준비 끝에 진출한 북미시장에서도 최초로 실적을 내며 중장기 기업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재인 가온전선 대표는 “지난 한 해는 가온전선이 북미시장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원년’”이라며 “국내를 넘어 더 큰 시장에서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가온전선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또 코로나19 속에서 전선업계가 나아갈 방향성은 어디일까. 지난 12일 경기도 안양시 소재 가온전선 본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답을 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가온전선은 매출액 1조원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액티비티(사업활동)의 총량이 감소했다는 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해외출장은 물론 국내의 영업, 생산, 지원 등 모든 액티비티가 전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간 축적된 노하우에 기반해 비대면 사업방식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국내 유통의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회복하는 한편 실적 측면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가온전선 단일로도 9000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여기에 더해 가온전선의 3개 자회사 매출이 정상수준을 회복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여전히 이익률이 매출액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0억원대로 매출액 대비 1% 수준인데, 2% 수준까지 이익률을 끌어올려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전 직원들에게 전한 신년 메시지에서 ‘2%대 이익률 신장’을 화두로 던진 까닭이기도 하다. 현장 일선 직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생산직 모두가 동일한 비전을 공유해야만 실제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해에는 이 부분을 더욱 강조해나가려 한다.”

▶특히 지난해 해외시장 진출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북미시장에서 우리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사업적으로 의미를 갖는 실적을 창출한 게 처음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지난해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년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개척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차적으로는 미국-중국의 충돌과정에서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측면이 있고, 또 단순히 기존 레드오션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가온전선의 규모와 역량에 적합한, 소위 ‘궁합이 잘 맞는 시장’을 발굴했다는 게 성패를 갈랐다. 또한 미국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사를 찾았다는 점도 큰 성과다. 이는 앞으로 더욱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가온전선은 2년여의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쳐 해외진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시점에 해외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해외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단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국내 마켓셰어가 50%라도 해외시장 점유율 1%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가온전선은 일본, 유럽 등지에 규모는 작지만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고객들이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에 진출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들과의 관계에 기반해 가온전선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키우고,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것. 여기에 가온전선의 중장기 지속성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봤다.”

▶국내외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전선업계에도 큰 파고가 일고 있다. 오늘날 업계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국내 전선업계의 위기는 과거의 주요 산업군들이 중국,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생긴 수요-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일감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선의 시장가격은 한국산업이 궤도에 오른 뒤 역대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유화자재를 비로한 모든 원자잿값과 물류비까지 20% 이상 급등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동시에 업계에서는 상생 발전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공급초과’라는 시장 한계점이 분명하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업계에도 새로운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2~3세대 경영인 교체가 대표적인 예인데, 직접 만나본 2~3세 경영인들은 R&D 투자에 기반해 독자 브랜드를 만들거나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굉장히 도전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과거 방식대로 주문자위탁생산(OEM)으로만 사업을 영위해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기도 한데, 업계 전반에서 새 기류가 크게 일기 시작하면 전선산업도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새해에 들어서며 각 기업들의 생존전략 모색도 본격화되고 있다. 가온전선의 올해 방향성은.

“큰 차원에서는 ‘기존 사업을 계속 유지·확대해나가며 해외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는 그룹사 경영방침의 반영이기도 하다. 앞서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신년 메시지로 ‘양손잡이 경영’(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을 언급하며, 이 같은 경영 방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가온전선은 여기에 더해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광케이블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아직 지역별로 통신망 편차가 큰 만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 정책 이행이 본격화될 경우 신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밑준비에 착수했다.

기술력 확보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통신망 등 산업이 전선업계의 주요 시장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가온전선은 올해 신입직원 중 엔지니어 비중을 대폭 늘려 R&D 부문을 강화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ESG 경영 도입 또한 산업계의 화두 중 하나다. 이에 대한 가온전선의 대응 방침은.

“ESG는 기업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과 국민 안전을 고려해야만 기업은 물론 산업계도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배가되고 있다.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 상당수가 ‘당신 회사에서는 어떤 ESG 활동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온전선은 이미 ESG 경영 도입을 위한 전략과제를 수립하고 실행과제 구체화 과정으로 옮겨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이행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가온전선 ESG 선포식’을 개최하는 동시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올해로 가온전선을 이끈 지 6년 차를 맞았다. 기업인으로서 달성하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전선산업을 매력적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전선산업을 성장가능성이 큰 핵심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데 이바지하면서,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미래 유망산업’으로도 만들어보고자 한다.

특히 기업인의 관점에서 더욱 유망한 인재들이 우리 산업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산업계 환경이 급변하면서 앞으로 인사관리·역량관리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텐데,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통칭)가 전선업계에 다수 유입돼 산업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He is…

▲전주고등학교 졸업(1979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1984년) ▲LS전선 입사(1986년) ▲미국 워싱턴대 MBA(2002년) ▲LS전선 OPGr 그룹장 이사(2005년) ▲LS전선 전력사업부장 상무(2008년) ▲LS전선 전력사업부장 전무(2011년) ▲LS전선 사업총괄 대표이사 부사장(2015년) ▲가온전선 대표이사 CEO 부사장(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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