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코로나19로 바이러스, 세균 등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인기를 모으는 제품 중에 하나가 바로 자외선(UVC)을 활용한 공기살균기다.

공기살균기는 UVC 광원을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 바이러스의 DNA와 RNA를 파괴해 깨끗한 청정 환경을 만드는 소독·살균기기다.

사실 UVC를 활용한 살균기는 그동안 식수(食水) 소독에 주로 활용됐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공기를 살균하는 용도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UVC 공기살균기를 검색하면 여러 가격대에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목격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대상으로 자외선 살균기 도입을 확대했다. 또 학교, 공장, 창고 등에서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제품수요가 늘고 있고, 식료품점이나 공항에서 카트를 소독할 수 있는 자외선 터널이나 의류 소매업체에서 사용되는 자외선 소독 옷장 등 신규 아이템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인 Arizton Advisory & Intelligence는 2019~2025년 글로벌 자외선 소독 장비 매출이 연평균 약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UVC와 공기살균기를 결합한 융합제품이 심심치 않게 출시되고 있다. 종류도, 가격도, 브랜드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 기기들이 모두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인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UVC는 높은 살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파장이 긴 자외선인 만큼 직접적으로 노출이 될 경우 인체의 피부나 눈에 유해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UVC를 적용한 휴대폰 살균기를 어린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뚜껑이 열렸는데도 UVC 빛이 계속 비쳤을 때 그 아이의 눈과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또 짧은 파장을 방출하는 UVC 램프는 공기 중 산소분자를 분해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오존이 생성되기도 한다.

국제표준인 IEC 62471, IEC 62368과 세계조명협회의 ‘UV-C 안전가이드라인’에서 자외선을 방출하는 제품은 자외선량에 따른 광생물학적 위험성을 평가해 위험그룹에 해당되면 사용자의 눈·피부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장치(차폐, 전원차단 등)를 부착하고 경고표시(자외선 방출 사실과 눈·피부에 위해할 수 있다는 내용)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국내외 UVC 공기살균기 제품 가운데 이런 규정을 제대로 충족하는 게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해에서야 전기소독기의 경우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공기청정기·살균기 등은 안전기준 강화를 천명했지만 아직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소비자 건강과 직결된 UVC 공기살균기를 선택할 때만큼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대처가 미덥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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