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하락과 주 정부 지원이 성장 견인

제주도에 설치된 한 ESS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제주도에 설치된 한 ESS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탄소중립 트렌드와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증가에 맞물려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의 ESS 시장 규모는 55억달러로 2020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코트라 시카고무역관은 ‘미국의 차세대 전력망 ESS 도입’ 보고서를 통해 “2020년 미국 전력망에 신규 도입된 ESS는 1GWh였으나 2022년에는 9GWh에 달하는 ESS가 추가 도입될 전망이고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50년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은 42%까지 증가한다”며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주택, 건물에 ESS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ESS 시장의 성장이 예견된다”고 밝혔다.

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활용해 전력 이용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피크 수요 전력 부하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발전 설비에 대한 과잉 투자를 막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BBB)’ 법안으로 그린뉴딜에 천문학적 규모의 금액을 쏟을 것으로 발표해 미국 ESS도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성장 원인에는 ESS용 배터리 가격 하락도 큰 몫을 했다. 2010년 kWh당 1200달러 이상이었던 ESS의 주요 구성 요소인 리튬 배터리팩은 2021년 약 132달러까지 떨어졌다. 과거와 비교하면 1/10 수준인 가격이 경쟁력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최근 주요 소재인 리튬, 코발트 가격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ESS 지원 정책도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주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많다. 2020년 기준 506MW ESS를 운영 중인 캘리포니아는 추가로 1027MW 규모 ESS 도입을 준비 중이고 93MW ESS를 운영 중인 뉴욕은 1076MW 규모 ESS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에너지자원부도 2025년까지 ESS 100MWh 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미국 ESS 시장이 고속 성장하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전력망 ESS 도입’ 보고서는 “한화에너지는 뉴욕, 네바다 등에 총 1.1GWh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고 두산중공업은 미국 괌에서 6200억원 규모의 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25MW 규모의 ESS도 함께 설치한다”고 밝혔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올해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더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급속하게 성장하는 미국 ESS 시장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화재와 경제성 부족으로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ESS 시장 성장에 대비해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SS 업계 관계자는 “ESS도 전기제품인 이상 화재사고가 아예 나지 않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변하지 않고 안전성을 올리고 전력계통 기여도 인정 등 적극 대책을 마련해 글로벌 ESS 시장 성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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