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약 이행률 1위 기록…사람이 돌아오는 대덕 만들기 초점
남은 임기 동안 친환경・E스마트 혁신거점, 스마트그린산단 추진
전국 첫 ‘대덕형 RE100’ 캠페인으로 산업・환경 살리기 나서
탄소중립 정부 주도 공감대 형성 미흡…‘에너지 분권’ 중요

박정현 대덕구청장
박정현 대덕구청장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박정현 민선 7기 대덕구청장은 대전 환경 관련 단체에서 오랜 기간 운동해온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이러한 자신의 장점을 살려 활기를 잃어가던 ‘산단도시’ 대덕이 박 구청장 취임 이후 탄소중립 정책에 앞장서며 ‘환경과 산업 친화 도시’로 생기를 채우고 있다.

대덕구는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주도하는 캠페인인 ‘대덕형 RE100’으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다. ‘주민과 함께하는 2050 탄소중립도시 대덕’ 조성에 여념이 없는 박정현 대덕구청장을 전기신문이 만나봤다.

▶4년간의 임기 후 올해 지방선거가 다시 열린다. 대덕구청장으로서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임기 동안 사람에게 투자해 사람이 돌아오는 대덕의 기틀을 만들고 초석을 다지는 데 중점을 뒀다. 공약 이행률은 70%를 기록,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지역 공약 이행률도 1위를 기록했다.

사실 그동안 대덕구가 상당히 침체돼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과 같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정책으로 주민 사이에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뿌듯하다.

또 주민 이해관계가 걸린 것은 타운홀 미팅처럼 직접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정책의 설계부터 논의와 집행까지 주민 참여에 집중했기 때문에 주민이 변화를 체감하게 도운 것이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이 함께하지 않으면 좋은 정책도 풀어나가기 어려워서 주민 참여를 더더욱 강화시킬 생각이다.

이러한 결과 숙원 사업들이 해결되고 기반이 마련되는 등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남은 기간 대덕구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에너지스마트 혁신거점으로 성장시키고 산업단지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임기를 보내며 대덕구에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특히 ‘친환경에너지 자치도시’ 키워드로 도전 등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대응에서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최우수 선도도시였다고 자평한다. 특히 지난해 탄소중립경연대회 우수상을 시작으로 올해 초에는 ‘탄소인지예산제’로 지방재정 우수사례(장관표창) 등에도 선정됐다.

따라서 민선 7기는 지역에너지전환, 탄소중립사회 조성의 선도도시로서 ‘주민과 함께하는 2050 탄소중립도시 대덕 조성’의 발판을 공고히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구청장이 환경운동단체 출신이기 때문에 환경 정책이 중심이라는 비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직면한 시대 한가한 이야기다. 기후위기는 좋은 공기를 마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먹거리가 달린 문제다. 특히나 대덕구는 산단이 집중된 곳인데, RE100과 탄소세까지 겹친다면 수출조차 어려워진다. 결국,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에 앞서 가기 위해 그린뉴딜과 환경정책에 신경 쓰는 것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박정현 대덕구청장

▶구청장으로서 대덕구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등 환경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많이 내놓았다. 대표할 만한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면.

“대덕구의 탄소중립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만 탄소다이어터 양성 정책’이다. (10만 양병론과 관련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 율곡이이 선생님의 10만 양병론에서 따온 말로 대덕구 인구 17만4000명 중 노인과 아이들을 빼고 가능한 인원을 모두 투입해 5년 안에 탄소 줄이는 활동가 10만명을 만들자는 것이다. 주민 모두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 등이 이뤄질 플랫폼도 지원할 예정이다. 방법의 하나는 ‘에너지카페’다. 주민들이 에너지 문제를 어렵게만 보지 않고 가볍게 일상적으로 다루게 돕기 위함이다. 또 넷-제로 공판장도 조성했다.

대덕구를 ‘채식특구’로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다. 탄소중립은 축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구내식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하는 날’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넷-제로 공판장 쪽에 식당들이 채식식단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고 채식페스티벌 등도 열 계획이다.”

▶지자체가 주도해 RE100을 한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정책을 내놓게 된 배경은. 다른 지자체보다 더 열심히 RE100을 선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대덕구는 대전의 인구수 및 면적 대비가 12%인 작은 구이지만 전력사용량도 많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전시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의 삶의 질과 환경권이 위협받고 있다. 지역 특성을 보자면 동쪽으로는 계족산, 대청댐 등 환경과 관련, 서쪽에는 대전, 대덕 산업단지 등이 있어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산단의 온실가스도 감축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특히 산단 내 1400개정도 기업 중 대부분은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영세기업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지금부터 RE100에 대해 고민하고 에너지전환을 시작하지 않으면 열심히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위기가 온다. 그때가 되면 대덕구 경제가 가라앉아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대덕구 기업 경쟁력을 위해 RE100 추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RE100 성과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중소기업들인 만큼 RE100에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설득했나.

“기업들은 항상 코스트를 낮추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RE100에 이어 탄소세 등도 도입되면서 기업들도 직접 위기를 느끼고 있다. 아마 몇 년 안에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RE100 추진 기업을 찾는 것이 우려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대덕형 RE100 1호는 ‘신탄진주조’라는 막걸리를 만드는 기업인데 제품 용기를 플라스틱에서 유리병으로 변경하고 태양광 시설도 설치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태양이 만든 막걸리’ 등을 브랜딩화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열풍으로 협약기업이 주변기업으로 RE100을 홍보하는 등 점차 기업들 사이에서도 RE100이 확산하고 있다.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대덕e 기업e 살아나는 RE100포럼’을 개최하기도 했고 올해에도 RE100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지역에너지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RE100을 더욱 적극 추진할 예정이며 RE100 협약기업도 큰 폭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또 대덕경제재단을 통해 지역상생형일자리와 사회공헌사업 등도 주관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에 따라 분산에너지전원 등 에너지전환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탄소중립 정책을 평가해달라. 또 이런 기조에서 지자체들이 대응해나가야 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2년 동안 정부가 탄소중립 추진 전략도 세우고, 탄소중립 위원회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환경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에 대해 소모적 논쟁을 많이 하느라 기반을 쌓지 못해 당장 탄소중립으로 풀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험 문제를 풀 때 어렵다고 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다음 정부도 이 문제를 잘 받을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은 정부의 힘뿐만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은 지역별 특성 파악이 미흡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등 실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 지자체의 역할은 주민과 함께 지역별 여건에 맞는 탄소중립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의 해결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잘할 수 있다.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에너지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던 권한과 책임을 지방정부와 시민 등이 나눠 맡도록 하는 에너지 자치와 분권도 중요하다.”

◆She is……

▲1964년 11월 출생 ▲충남대 법학과 학사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대전광역시의회 제 6, 7대 시의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2021년)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현) ▲행복실현 지방정부협의회 공동회장(현) ▲제12대 대전광역시 대덕구 구청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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