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에너지 부문이 이슈가 되었던 역사를 되돌아보자.

1970~1980년대. 2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는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1989년 9월. 영광(현,한빛)원전 협력업체 근로자 부인의 무뇌아 출산사건으로 방사선 안전문제가 크게 대두됐었다. 그러나 이는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및 서울대 역학조사에서 방사선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2010년대 초반에는 밀양송전탑 사건이 있었다. 2008년부터 밀양 주민들의 반발이 있어서 2009년 국민권익위가 갈등 조정에 나섰고 2010년에는 경실련 주관으로 ‘밀양송전탑 보상개선추진위원회’가 작동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쓰나미 사고의 불똥이 국내로 튀었다. 반핵 환경단체들이 ‘밀양’으로 옮겨왔다. 그들은 밀양 주민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당시 2013년 착공목표)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와 숙제들을 남겼다. 이런 와중인 2011년 9•15 순환정전이란 초유의 전력공급중단 사태를 겪었다. 2013년부터는, 초미세먼지 이슈가 크게 대두되면서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 수준 유지에 기여했던 석탄발전이 커다란 숙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8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탈핵’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탈탄소’만 해도 벅찬 형편인데 ‘탈원전’이 우선적 정책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할 수 없다는 건 책임있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임에도.

일부 급진적 환경주의자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능하며 화석연료와 원전은 지구온난화와 방사선 피해로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급진적 환경주의를 ‘종말론적 환경주의‘라고 부르게 된 것은, 지구환경 문제를 종말론적으로 바라본 <2050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스/컬럼니스트)이 발간되면서 이에 대해 반박하는 ‘다른 환경주의자‘들이 그들을 이렇게 칭하기 시작하면서이다. 기독교계에서 ‘종말론’을 주장하면 ‘이단’으로 분류한다.(사이비와 이단은 다름). 그런데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주류가 ‘종말론자들’이고 ‘이단’은 ‘다른 환경주의자‘들인 것 같다. 이 이단자 중 한 사람. 2008년 타임지가 ‘환경 영웅‘으로 선정한 마이클 셸런버그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에 빠졌다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 능력이 있고, 인간은 적응한다....기후 변화의 악영향은 이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1920년대에 정점을 찍고 그 뒤로 92퍼센트나 감소했다. 따라서 ‘기후종말’은 없다....에너지전환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다. 때론 정치가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버리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연료를 택하는...”. 또 다른 한 사람. 세계적 환경운동가 중 스스로 ‘이단자’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린피스를 공동 창설하고 15년간 이끌었던 패트릭 무어. 그는 그린피스가 정치 세력화되고 특히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에 의한 종말론적 공포를 조장하는 과격한 환경주의가 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이제는 그린피스에 반박하는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저서 <종말론적 환경주의>에서 이산화탄소 영향에 대해 기존 환경주의자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이산화탄소와 기온의 인과관계는 이산화탄소에 따른 기온변화가 아니라 기온변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이다....현재의 수준인 415ppm(산업혁명 이전 180ppm)에서 적어도 1천ppm까지는 생태계에 이롭다.” 그리고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주류인 현재 상황에 자신과 같은 기후회의론자들은 차라리 이단자라고 불리고 싶다”라고 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셸런버그와 무어는 이단자이다. 진보적 지식인 사이에서 이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과학과 기술을 근거로 한 심도있고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과학자들의 용기가 요구된다.

지난 연말 개봉한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혜성충돌 예견과 대응과정 그리고 지구 종말을 다룬 작품이다. 여기서 주인공 과학자인 랜들 민디 박사(디카프리오 역)의 변절과 회심 그리고 지구의 종말을 보면서 맘이 우울해졌던 것은 나만 느낀 것일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여야의 정책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분야가 에너지 분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지나치게 이념과 정치에 함몰되어 있는 것 같다. 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대응’은 물론 ‘수급안정’과 ‘경제성’ 이 3가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세대 간의 합의도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이처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거의 종교화 되어버린 이념과 정치공학에 더 이상 맡겨서는 안된다.

끝으로 필자는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작은 행동으로나마 실천하고자 집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도 설치했고, 그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하려고 한다.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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