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ES2022 전략회의 개최, 정유공장 탄소중립 첫 언급
업계·전문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김준 부회장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 강한 의지로 추진하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 현장에서 김준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첫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 현장에서 김준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첫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대외적으로는 처음으로 정유공장의 탄소중립 목표를 언급했다. 정유공장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사실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 설비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의지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 현장에서 김준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첫 전략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략회의에서는 계열사 별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공유하고 감축 실행 방안과 중장기 업그레이드 계획이 논의됐다. 특히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의 투자를 가속화하고 탄소중립 정유공장(Refinery) 추진 등 사업 회사의 탄소중립 세부 실행 방안도 점검했다.

김준 부회장은 전략회의에서 “탄소중립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우리 모두의 목표”라며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의 최종 종착지인 ‘넷 제로’를 향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자”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이 다양한 탄소 감축 방안을 밝힌 적은 적은 있으나 정유공장의 탄소중립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물론이고 연구계까지 정유공장의 탄소중립이 매우 어려운 분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언급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정유공장은 원유를 열로 가열해 끓는점을 이용해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이 시스템 전체를 탄소중립화 하려면 연료와 원료 모두 탄소중립화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연료와 원료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연료는 주로 중유가 사용됐으나 최근들어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가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또는 수소·암모니아 연소 방식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원유의 탄소중립 방식으로는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열분해유, 바이오매스 기반 원유, CO2 합성원유 등이 꼽힌다. 열분해유는 소각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관점에서 탄소감축 효과가 있으나 이것을 탄소중립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바이오매스 원유는 생장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나 조류로부터 추출한 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원유에서 탄소가 배출돼도 중립성이 인정되고 있다. CO2 합성원유는 포집한 CO2에 수소 등을 첨가해 만든 화학적 원유로, 여기에서 배출되는 CO2는 또 포집하기 때문에 중립성이 인정된다.

이밖에도 전 과정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설비공정의 효율 극대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바이오 석유제품 등의 기술 확보도 필요하다.

이처럼 기술적으로는 정유공장의 탄소중립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박기태 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전환연구실 실장은 “(정유공장의 탄소중립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노력, 시장 수용성, 가격경쟁력 등이 기업이 감내할 수준인가에 따라서 (달성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CCUS 기술을 활용하고 향후에는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공장의 저탄소는 가능하지만 탄소중립까지는 매우 힘든 일”이라며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탄소중립 달성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정유공장의 탄소중립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파이낸셜 스토리 설명회에서 정유업계 중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의 사업으로 탈바꿈하는 카본 투 그린 전략 발표와 함께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또한 국내 기업 최초로 달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은 특별보고서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탄소배출량 1243만t을 기준으로 2025년에는 25%, 2030년에는 50%를 감축해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며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원료로 제품을 만든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 사용 비율을 2025년 25%, 2030년 100%로 높여 이를 통해 배출량을 180만t 감축하고 CCUS로 150만t, 친환경 제품 개발 등으로 50만t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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