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원자력 생산 ‘핑크수소’도 청정수소 주장
전문가, “EU 동향 등 발맞춰 시행령에 규율해야”
분산E법, 공청회 일정 대신 소위 상정키로 협의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수소법과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심사를 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치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제공=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수소법과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심사를 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치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제공=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세영, 정재원 기자] 수소법 처리가 또 무산됐다. 야당이 원전으로 생산한 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함께 상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도 시간 부족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수소법 개정안에 대한 축조심사를 이어갔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청정수소로 발전된 전력을 일정량 이상 구매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의 큰 틀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청정수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부딪히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이날 야당은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 일명 ‘핑크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여당 일각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만을 청정수소로 인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개정안이 이번에는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도 청정수소에 포함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또다시 통과가 연기됐다.

야당 측 국회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은 에너지정책에 원자력을 제외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원전을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기술 개발과 실증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는 현재 청정수소의 범위를 놓고 진행 중인 국제적인 논의 추세에 발맞춰 시행령에 세부적인 내용을 규율하도록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장 법안에 명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소도 유통과 교역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국제기준을 외면한 채 청정수소의 범위를 법안에 정하면 추후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는 유럽 내에서 프랑스가 청정수소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을 뿐, 아직 EU 차원에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원전을 활용한 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할지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과 함께 국제적인 기준이 중요한 요소”라며 “EU 등의 정책 동향을 지켜보면서 시행령을 마련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도 처음으로 안건에 올라갔다. 그동안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비롯한 여당 쪽에서 안건 상정을 꾸준히 요구했고 따라서 기존 계획인 공청회 일정 대신 안건으로 올리는 것으로 야당과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분산에너지법은 첫 안건과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상정까지는 이뤄졌으나 자세한 논의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법안이 있다는 것을 전체 의원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에 약간의 진전은 있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