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그린뉴딜정책 선도 개발
국가 에너지 정책연구기관 위상 ↑
탄소중립, 많은 양의 광물 필요
자원 공급리스크에 대비해야
재생E 충분히 확대될 때까지 원전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중기 탈탄소경영 지원방안’ 연구
경영목표에 포함, 꾸준히 추진 예정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에서는 보기 드문 이공계 출신이다. 취임 전에는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에경연이 국가 에너지정책의 기초를 제공하는 정책연구소라는 점에서 그동안 경제학 전공자 중심의 연구가 보여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했다.

임 원장은 정부의 한국형 그린뉴딜 기획에 참여했고 현재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 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에너지정책의 수장인 그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산업 전반을 살펴봤다.

▶최초로 경제학 기반이 아닌 공학 전공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되었는데 소감 및 각오는. 취임 전에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공계 출신 원장에 거는 기대도 높다. 이런 논란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임기 중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에경연은 우수한 자원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35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연구의 산실이 됐다. 다만, 최근 자원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의 진보 속도와 관련 법률, 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융·복합적 분석과 사고가 어느 때보다 긴밀히 요구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에경연의 역할이 중차대한 시기에 에너지기술과 정책전문가인 내가 에경연 원장으로 오게 된 것은 시대적 사명과 역할에 대한 주문이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임 동안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탄소중립-그린뉴딜 정책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제시해 국가 에너지 정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에경연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 목표다.”

▶신재생에너지 전도사로 알려졌는데, 국가 에너지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장으로, 에너지원별 연구 균형을 어떻게 맞출 예정인지?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에너지 기구는 앞으로 30년 후에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믹스의 주류가 되고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에너지가 비주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전환은 재생에너지의 빠른 보급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통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는 국민의 일상생활 영위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주류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시장의 수급불균형이나 이에 따른 경제충격 등이 우려된다.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연구뿐 아니라 전통에너지를 포함한 우리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관한 연구가 확대되고, 깊어져야 한다.”

▶부산 울산이 원전해체를 중점산업으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이하 단지)에 선정됐지만, 에경연은 그와 관련 연구 실적이 없다. 현장을 모르고 외국 문헌 번역과 데이터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리고 에경연이 울산에 있지만, 지역에 이바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 그러한 비판이 있다는 것이 상당이 놀랍다. 하지만 이는 단지 선정 과정에 에경연이 어떻게 기여해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발생한 오해다. 먼저 단지 조성계획 자체가 울산시가 발주하고 우리 연구원이 2019년 수행한 ‘울산‧부산 원전 해체산업 융복합단지 조성계획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계획 사업 추진단계에서도 자문위원참여, 컨설팅 등으로 지원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의견을 산업부에 제시했다. 최종단계에서도 에경연 연구진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여 단지 선정에 직접 관여했다.”

▶ 내년 및 중장기 에너지 가격 전망은?

내년 봄이 되면 국제 에너지수급 불균형 문제가 일부 해소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다소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장기적 에너지 가격 추이는 각국의 에너지전환 관련 정책이 어떤 속도로 추진될 것인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표된 IEA의 전망치를 보면 현재 각국이 기존에 공식화한 기후정책만을 유지할 때(Stated Policies 시나리오) 원유 가격은 2030년에 $77/bbl에서 2050년 $88/bbl로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추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추진할 경우(Net Zero by 2050 시나리오) 원유 가격은 2030년에 $36/bbl에서 2050년 $24/bbl로 유가 자체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원 무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처 방안은?

“자원 무기화를 경험한 가장 큰 사건은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이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공급을 제한하면서 유가가 폭등했으며 세계 각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산유국들이 석유나 천연가스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들은 지금까지 지속됐다. 한편, 최근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움직임과 더불어 기술발전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태양전지, 풍력발전기,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많은 양의 광물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 광물 역시 석유처럼 생산지역이 편중되어 있으며, 주로 중국·호주 등에서 그 광물들을 가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자원의 공급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원의 부존 지역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고, 국가 간 분업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공급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온 석유처럼 에너지전환 관련된 광물이나 소재의 경우도 수요 증가와 공급 위험도를 참작해 국내 비축 규모와 수입처 조정방안을 마련하고, 생산국들과는 물론 수입국 간의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서 이러한 자원 공급리스크에 대비할 포괄적인 안보협력을 하기로 한 것은 자원외교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후위기 극복이 전 세계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독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탈석탄·탈원전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실현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기후변화 재원 마련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하면서 반발이 생겨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유럽과 비슷한 기조로 탄소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면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면?

”우선 사실관계 확인 필요한데, 2018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부유세 인하, 유류세 및 자동차세 인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프랑스의 조세개혁이 중산계층과 노동자 계급에만 부담을 준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기후변화 재원 마련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한 것이 주요 원인은 아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과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같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유럽의 노란 조끼 운동도 조세개혁에 따른 계층 간 불평등 심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제조업과 가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수출경쟁력과 개인소득을 향상시켜 왔다. 반면, 에너지 다소비 문제가 발생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조해지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가 발효되면 산업 전반의 충격도 우려된다. 낮은 전기요금이 소탐대실 정책이 되는 것이다. 올해 정부에서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계시별 요금제도 시행하기로 한 것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합리화의 초석이다. 전력 생산비용뿐만 아니라 외부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로 국민적 공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약 3배나 되는데, 세금이 절반 정도 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원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하락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단가가 지난 10여년간 각각 1/10, 1/3로 급격히 하락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통발전원에 비해 친환경적이며 경제성도 훨씬 좋아져서 전기요금의 원가 하락을 주도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 10%대인 낮은 세금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재원은 에너지협동조합 등을 통해 개인과 사업자들에게 되돌려주고, 송배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사용된다. 독일이 높은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이유가 세금이 늘어날수록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크게 오르지는 않으면서도 국민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잘 관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반도체, 철강 등 각 산업 분야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지 전망하면? 또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이차전지 산업 등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미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다행히 우리나라는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및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세계적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핵심부품이다. 우리가 점유율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생산기반과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과감한 산업육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중국이 세계 수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미국과 유럽 등이 중국산에만 의존할 수 없는 에너지안보, 무역경쟁문제가 있어서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미래 신기술 선점으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 산업 밸류체인의 구축과 핵심 소재·광물 확보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에도 탄소중립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하이닉스· LG 등의 제조업체들이 RE100을 하기에 아직 재생에너지가 크게 부족해서 글로벌 산업 밸류체인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를 연간 5GW에서 10~20GW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편, 제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체 가스와 효율적인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철강 산업의 성패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와 경제성 개선에 달려있다. 올해 8월에 스웨덴의 SAAB가 볼보에 그린철강 납품을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조기 확보가 필요하다. 경제성 개선을 위해서는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도 필요하다. 정부의 R&D 지원과 기업의 자구노력 모두가 필수적이다.”

▶ 탄소제로 정책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한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은.

“원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확대될 때까지 기존의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원전 건설단가는 후쿠시마 사고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안전 보강이 필요해지면서 원전의 경제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40여 년 만에 원전을 추가로 2기 건설 중이지만 1기에 16조원 이상으로 건설비가 급증하여 먼저 짓던 원전 2기는 건설을 포기다. 영국 힝클리포인트에 원전을 건설하던 도시바는 3조원 정도 손실을 감수하고 원전건설을 중간에 포기했는데 이 또한 풍력발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은 원전의 단가를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주변에 인구밀집지역이 없고 지진 활동이 없어야 하며 다수 호기가 밀집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원전 수출하고 있는 UAE 바라카 원전은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원전 주변의 위험 반경 안에 3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돼 있고, 최초 건설될 때와는 달리 지진 발생 위험이 확인되고 있으며, 세계 최고로 다수 호기가 밀집된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으로 신규 건설할 부지 선정도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수십 년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하나도 확보 못 하고 있는데 어떻게 원전을 신규 건설할 수 있는가?

소형모듈원전(SMR)도 원전 안전 기술 확보·유지 차원에서 소규모 연구비로 기술개발은 할 수 있겠지만, 용량이 커질수록 경제성이 좋아지는 원전 개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대형 원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좋기 어렵다. 신기술의 적용으로 개별 호기의 안전성은 개선될 것이나 소용량으로 인해 다수 호기를 배치해야 하므로 전체 안전성은 개선되기 어렵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핵비확산성 문제다. 소규모로 구청 단위로 1개씩 설치한다고 하면 어디에 설치할지, 핵물질 탈취를 막기 위해 주변의 방호는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보면 이게 비현실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형 원전은 이미 다수 개발된 적이 있지만, 원자력 상선이 상용화에 실패한 이유다. SMR은 세계적으로 주로 벤처투자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민간주도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전을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어서 장기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본도 기존 원전 중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일부 원전만 재가동하고 있다. 우리도 고리·월성 원전 등 초창기 원전과 한빛원전 등 안전성·부실 공사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수명 연장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최신 원전의 경우 경제성을 평가하여 수명연장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원전은 경제성보다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71% 가 되는데, 3/4에 가까운 변동성 전원을 수용하기 위해 전력계통 보완 및 증설에 들어갈 비용은 추계(推計)해 본 적이 있는지. 신재생에너지가 10%에도 못 미치는 현재만 해도 전력계통 접속 대기 중인 신재생발전 설비가 용량 4.2GW(신청접수 물량의 29%)나 되는데, 전력계통 보완 및 증설 비용에 대한 추계 없이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변동성 전원을 수용하기 위한 전력계통 보완 및 증설에 들어갈 비용은 앞으로 지역별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백업 설비 및 스토리지 믹스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정교하게 분석돼야 한다. 변동성 전원을 수용하기 위한 전력계통 보완 및 증설 투자는 굉장히 중요하며, IEA나 IREN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연구도 해당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EA(2021)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는 전력망 확장과 현대화에 대한 투자가 대폭 증가해야 하며,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에너지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투자비의 약 17~18% 정도(연평균 8,000억 달러)가 전력망 확장과 현대화에 소요돼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IRENA(2021) ‘World Energy Transitions Outlook: 1.5℃ Pathway’은 에너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투자에서 44%가 발전 부문에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계통 투자비 예측과 절감 방안 정책연구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접속 대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번에 정부(산업부)에서 ‘선 계통 확보 – 후 발전 접속’ 정책을 새롭게 수립했다. 앞으로는 한전 등 계통사업자들이 전력계통 설비를 수요 예측에 기반해서 선제적으로 해나가길 기대한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수요 모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송전단 주변에 대용량전력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수전해시설, RE100 산업단지 등이 많이 건설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재생에너지 발전전력 변동성을 발전단에서 흡수해서 송전선에는 균일한 전력을 전송함으로써 송전선 설비추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수요변동을 흡수하기 위해 수전단 주변에도 위에 쓴 에너지 저장 수단을 설치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수요반응(DR), 섹터 커플링(P2X), 전기차 충방전(EV 충전, P2G) 등을 하게 되면 역시 송전선 설비추가를 줄일 수 있다.

송전선 신규 가설은 사회적 수용성 때문에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송전선과 변압기를 개조하여 승압함으로써 설비용량을 2배 정도로 높이고, 그래도 부족한 설비는 고압직류송전선(HVDC)을 서해안 도로변이나 해저선으로 해서 수도권과 연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밀집으로 인해 송전효율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양호한 96%대입니다. 그만큼 송전 손실률이 낮다는 것이고, 송전설비에 대한 상대적 부담이 가장 낮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경제적으로는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의 생산과 소비처인데, 수소전기차가 주요 소비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수소생산에 대한 계획은 아직 이론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용량이 적고 변동성이 심해 수소생산의 기술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경제성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당장 경제성만 추구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석탄과 원자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수전해 수소에 대한 투자는 단지 그린수소의 국내 생산이라는 1차원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전력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미래 투자로 봐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발전이 400GW, 풍력발전이 100GW 전후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있게 되면 앞으로 전기 수요가 확대돼 현재 60~90GW의 2배 정도로 커진다고 해도 300GW 이상 여유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를 수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장차 국내 수소생산의 주력 방식이 될 것이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 방식에서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연계하면 변동성 문제와 함께 20% 내외의 낮은 이용률로 대용량 수소생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변동성을 완화할 대용량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수요반응(DR), 전기차 충방전(G2V, V2G), 섹터 커플링(P2G) 및 가상발전소(VPP) 등이 수전해 장치와 연동돼야 한다. 그러면 수전해 장치에 일정한 전력으로 공급할 수 있고 이용률도 대폭 올라가서 경제성이 높아진다.

제도적으로는, RE100에서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사용전력을 그린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력계통에서 수소를 생산하면 그린수소로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계절적 수급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한다. 가스터빈과 연료전지를 이용한 무탄소 발전원에 사용하는 것이다.

수소경제 1.0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동안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로 시장이 집중되어 있지만, 탄소중립이 바꿔갈 수소경제 2.0에서는 그린수소가 철강, 정유화학 등 산업부문과 해상·항공 교통부문의 주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세계 시장 규모도 연간 10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그린수소 자급률 향상을 우선하면서도, 우리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해외에서 암모니아·수소 및 그린철강재료 등의 형태로 생산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수소경제 2.0의 양대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새로운 산업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력기자재 제조업 등 후방 산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한데, 현재 국내 전력기자재 제조업계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은 발전 부문에 있다. 최근 무탄소, 친환경 발전기술과 관련한 신시장이 개척되고 있기에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수소와 암모니아 등 무탄소 전원 터빈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천연가스 터빈 기술의 국산화 사례를 보면 우리는 이제 막 수십 년간 세계 가스터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 기업의 기술력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최근 두산중공업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 전소 터빈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글로벌 시장 진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태양광발전과 송배전망 확대 관련해서 전력기자재 제조업의 역할이 크다. 고압직류송전(HVDC)와 중전압직류송전(MVDC), 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인버터, 양방향 송배전 설비, 전력안전시설장비 등 전력기자재 제조업체들의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에 있어서 핵심기술인 전력전자 부문의 역량확충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기업은 신시장 개척 선점을 목표로 더욱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전력산업계에서는 에너지전환이 핵심 과업으로 불리고 있으나 여전히 민간 부문의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에경연에서는 이 같은 수용성 부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제들을 준비 중인지.

“발전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량을 정책적으로 축소시켜감에 따라 민간 석탄발전설비에 대한 좌초자산화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사업관계자들의 수용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먼저 산업 내 전환, 기업 내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감축되는 석탄발전 대신에 브리지 발전원인 가스발전의 비중을 늘려나가면서 전체 발전량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같은 화력발전산업내에서의 전환이고, 많은 경우는 발전 공기업 내의 전환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면 사회적 전환 비용이 최소화되고, 그만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한편, 신규로 건설 중인 석탄 발전설비들에 대한 고정비 보상 수준을 얼마나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민간의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방안은 여러 환경비용을 전력 요금에 반영하고 송배전, 판매 부문을 민간에 개방하는 등 전력시장을 시장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이다. 에경연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제도개선 연구를 다양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을 위해 국내 민간 부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나 여전히 중견-중소기업계의 대응이 미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와 관련, 에경연에서 계획 중인 과제 및 사업들이 있다면?

“우리 연구원에서는 현재 '중소기업 탈탄소경영 지원을 위한 법제 구축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탈탄소 경영을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향후 중기부와의 협력을 통한 과제 발굴과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방안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를 경영목표에 포함하여 재임 기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송부문의 전동화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전기차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어난 데는 보조금 지원의 역할이 컸다. 다만 이 때문에 보조금이 끝나면 전기차 보급도 멈추는 현상도 나타난다. 향후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현재 정부의 전기승용차 국비보조금은 자동차의 규격과 성능에 따라 최대 800만원 범위에서 차등 지급되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은 국비보조금에 비례해 지급된다. 정부는 내년 초 전기자동차 차종 다양화 등 생산 여건을 반영해 고성능 대중형 모델 확대를 이끌기 위한 방향으로 보조금 제도를 다시 개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전기차량 기본 판매 가격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요국들도 아직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도 당분간은 보조금 정책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향후 전기차 보급 대수와 차량 가격 인하 속도 등을 종합 고려해 보조금 정책을 유연하게 추진하되 중장기 정책 방향을 소비자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재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나 충전 인프라 지원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시그널이 없어 잠재 수요자들의 의사결정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보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내연기관과 비교해 전기차 산업은 부품과 공정이 적다 보니 인력도 적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정부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대비해 지난해 6월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 차 전환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부품기업의 46.8%, 고용의 47.7%가 사업재편 필요 기업군으로 평가된다. 부품 관련 기업의 종사자만 약 22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 산업재편에 따라 2030년 기준 900개 기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자동차부품 산업 생태계를 신속히 미래차 중심으로 혁신하는 동시에 일자리와 생산기반의 유지·확대를 위해 지난 6월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지원계획에는 현재 재직자들의 직무 전환 교육 등을 통한 고용유지‧공정 전환이 주요 전략으로 포함됐다. 에너지전환은 우리 사회경제시스템 전반의 대변혁이 따르는 정책이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숙련된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전환이 담보되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다만, 단순히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부품 수 감소로 기업이 감소한다는 측면만 봐서는 안 되고, 전기차 생산이 대폭 확대되고 이의 기술혁신과 시장혁신을 한국이 주도하면 훨씬 많은 기업과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테슬라의 주가가 현대자동차의 20배나 성장한 것이 바로 이러한 혁신주도형 경제의 특징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수송 부분은 탄소배출 비중이 전체의 23%, 국내는 16%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에경연은 수송부문 연구팀을 만들 생각이 있는지

“현재 에경연의 연구조직은 에너지원을 기본 연구단위로 하여 팀을 구성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연구 등 각 에너지원 간 Cross-cutting 한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와 산하 연구팀들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송부문뿐 아니라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 부문, 산업부문 등에 관한 감축 전략 등 에너지 소비부문별 대응 전략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섹터 커플링 등 에너지전환정책에서 부문 간 연계된 전략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 체계를 지속할 계획이다.”

▶ 3년 후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정책을 에경연 구성원과 함께 선도한 원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국민경제에서 에경연의 역할이 지금처럼 중요했던 시기는 없었다. 나의 정책 경험과 기술역량이 연구원의 35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좋은 시너지를 내어 국가 에너지정책을 이끄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He is...

▲1963년생 ▲금오공대 전자공학과 ▲KAIST 전자공학과(박사) ▲청와대 행정관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 ▲GIST 융합기술원 정교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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