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창설 후 최초 연임...업계-정부 가교역할에 주력
부품 업체 등 미래차 대응 지원 필요...업종·인력 전환 중요
네거티브 규제 도입해야...규제 풀리면 산업도 활발
펜데믹속 서울모빌리티쇼 개최 유의미...CES 처럼 만들 것
완성차 업체 중고차시장 진출하면 신뢰도↑·시장 규모↑

[전기신문 오철 기자] 흔히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의 꽃’이라고 부른다. 무수한 부품을 연계하고 통합하면서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 수출, 부가가치 창출, 조세부담 등에서 핵심산업 역할을 하며 국가 경제를 떠받쳐왔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연계성과 파급효과가 큰 산업 특성 때문에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업계와 정부 간 소통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해왔고 공로를 인정받아 협회 창설 최초로 연임됐다. 본지는 정 회장을 만나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의 동향과 미래를 들어봤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협회 창설 후 최초로 연임을 하게 됐다. 업계에서도 평가가 좋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지난 3년간 협회를 어떻게 이끌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현안을 미리미리 챙기고 대응한 점을 좋게 봐준 것 같다. 코로나가 닥쳤을 때 우리 부품업체를 포함해 자동차 업계 전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에서 선제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집계해서 노력했다. 금융당국, 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은행권과 직접 회의하면서 실마리를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신용회사, 수출 무역 관련 기관들과 우리 업계를 서로 연결해 주려고도 노력했다.

앞으로의 현안은 그때마다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대응이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으로는 아무래도 코로나, 중고차, 반도체 등을 중점으로 체크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 전기동력차 보급과 관련해 우리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문제들이 크다고 본다. 우선 우리 산업이 탄소중립, 자율주행, 전기차 등 모빌리티 서비스 위주로 변하게 구조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업체들과의 소통이라 생각한다."

◆전기차 확대 등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은 이미 전쟁터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2018년에 국내 순수 전기차 보급 비중이 1%였는데 지금은 수소차를 포함해 6.6%로 올라왔다. 미국, 유럽도 3% 정도밖에 안 되니까 참 빠르게 보급된 것이다. 다만 수입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국내 생산 기반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구나 싶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부품 업체들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 이것을 잘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동종 업계 계통의 부품 업체들은 다른 부품 생산으로 업종 전환이 필요하고 또 재교육과 재배치를 통한 인력 전환도 신경 써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배터리, 모터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수입하는데 이런 것들은 언제든지 요소수 사태처럼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자원 관리와 해외자원 개발에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한다. 자칫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인력 전환에 힘써야 한다. 인력 전환은 단순히 전기차 전환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AI나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서 각 사회 영역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정부와 업계가 함께 손을 잡고 헤쳐 나가야 한다.

아울러 빠른 산업 전환을 위해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대도 중요하다. 지금의 경직된 노동관계 근로기준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매주 52시간 단위를 6개월이 아닌 1년으로 넓혀주면 일감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장은 생산 효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또 파견 근로는 일시적인 생산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런 것을 풀어주고 슬기롭게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규제는 처음 협회장을 맡았을 때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20대, 21대 들어와 규제 건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한 3500건 생겼는데 정부 입법으로 된 게 많다. 이런 규제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인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지만 중대재해법,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보면 좀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미국 투포원룰(two-for-one rule)이나 영국의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나의 규제를 신설할 때는 반드시 2개를 폐지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거나 영국처럼 1개 규제를 신설하고 3개를 폐지하는 것을 의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네거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대통령 주재로 제조업 혁신전략회의나 무역투자 진흥회의 등을 다시 신설하고 도입했으면 한다.

산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는 그걸 운영할 때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산업부가 한 달 동안 규제를 발굴했는데 업체를 통해서 157개를 찾았다. 그것을 각 부처로 보내고 풀 수 있을 것을 풀자고 하니까 7개만 해결하고 나머지 150개는 못 풀겠다고 하더라. 그때 청와대에서 반대로 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꼭 존치해야 하는 것만 각 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하니까 각 부처에서 거꾸로 7개만 존재시키고 나머지 150개는 풀겠다고 하더라. 이게 네거티브 규제 심사 시스템이다.

우선 대통령 주재 회의를 만들고 각 업체들이 규제를 제시하고 발굴하면 풀어야 될 것은 담당부처에서 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꼭 존치시킬 것 같으면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된다. 규제가 열리면 산업도 당연히 활성화된다."

◆ 서울모빌리티쇼가 이름을 바꾸며 2년 만에 개최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프라인 행사는 앞으로도 한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돌파전략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터쇼가 대부분 개최되지 못했다. 전시회 참석 예산을 연초에 결정하는데 불확실성이 커져서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가 참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규모가 줄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결실도 있었다.

올해 모빌리티쇼는 새로움이 더해진 행사였다. 반도체, 로봇 모빌리티, 대학, 연구소 등이 참석해 전시회를 풍성하게 했다.

앞으로의 서울모빌리티쇼는 B2B 기능을 강화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처럼 집합 경제의 효과를 거두는 행사로 만들거다. 여기에는 ‘서울모빌리티 어워드’가 중요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매년 CES를 주목하는 이유는 큰 규모도 있지만 기술혁신 제품의 등장이 핵심이다. 많은 제품이 출품되고 심사를 거쳐 우수 제품을 선정되면 세계적으로 홍보 효과도 생기고 투자도 들어오고 그런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이슈다.

"중고차 시장은 일단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특히 판매자가 정보는 거의 독점하다보니 그것을 악용해 문제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장 거래보다 개인 간 거래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완성차가 들어가면 소비자 신뢰도도 높아져서 시장 크기도 커질 것이다. 또 완성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게 되면 중고차를 팔 때 아무래도 검사를 철저히 할 것이고 검사하면서 생긴 부품 하자를 교체할 건데 그렇게 되면 또 새로운 부품 시장도 열리게 된다. ‘제로섬 게임’이 될까봐 걱정하시는데 파이가 커지니까 중고 매매상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또한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도 중요해 졌다. 지금은 자동차만 만들고 팔면 끝나던 시대가 아니다. 특히 제조업의 서비스화라든지 AI, 빅데이터 등 ICT와 접목돼 판매 이후 폐기되기 전까지 전 과정에 관한 정보를 DB로 만들어 다시 신차 개발과 고객 서비스 제고에 활용한다. 글로벌 회사들이 다 그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만 그 추세를 역행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종합적인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He is

▲서울대학교 윤리교육학 학사 ▲파리제10대학교 경제학 박사 ▲산업부 산업통상기획관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제1대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제17대·18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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