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요즘도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바른 표현을 사용해야 할 언론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전기세’라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기세’는 말 그대로 하면 전기세금이라는 뜻이다. 세금(稅金)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법률에 의거해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는 금전 또는 재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전에 납부하는 전기요금은 강제로 납부하는 금전이 아니라 전기를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남의 힘을 빌리거나 사물을 사용·소비한 대가로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돈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전기세는 틀린 용어이며, ‘전기요금’ 혹은 ‘전기료’가 정확한 표현이다. 개념의 혼동에서는 오는 오류를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써온 것이다.

이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를 놓고, 최근까지 산업부와 기재부가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과는 기재부의 승리.

한전은 20일 내년 1~3월분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공물가 안정과 함께 내년도 3월 예정된 대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는 항상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산업부(전력당국)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을 이유로 내건 기재부(물가당국)의 갈등을 촉발해왔고, 대체적으로 기재부의 의견대로 가닥을 잡아왔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자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직전 3개월 간 에너지 평균 가격에서 과거 1년간의 평균 가격을 뺀 뒤 그 편차에 비례해 전기료를 분기마다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도 당연히 올리고, 반대의 상황이면 요금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올려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또 다시 탁상공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밀운불우(密雲不雨)에 다름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릴 경우 그 원가 상승·하락분 만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경제상식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연료비가 상승했음에도 요금인상을 억제해 그 부담을 오로지 상장사인 한전이 떠안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 탓에 지난해 약 2조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4조384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문제는 그 부담이 전기공사업과 중전기기 제조업 등 전력생산의 밸류체인 기업들에 고스란히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한전이 적자를 내면 자연스럽게 비용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유지보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사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 사업들과 연관된 중소 시공·제조업체들에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좌지우지 하는 돈이라면 그것은 요금이 아니고, 세금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부터 전기요금이라고 하지 말고 ‘전기세’라고 부르는 게 어떠한가.

요금조정 시기가 올 때마다 정부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한전과 전력산업계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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