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에 대한 믿음으로 사업 시작...주변 도움으로 자리 잡아”
“에너지 분야 사회적 공감대 생겨 혁신 기대해도 좋을 시점”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그리드위즈는 국내 대표적인 클린에너지 혁신 스타트업이다. 탄소중립이 지금처럼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3년부터 ‘Heal The Earth’라는 슬로건으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에 앞장서 왔다. 내년이면 10년 차인 그리드위즈는 수요관리(DR)뿐만 아니라 ESS,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 비즈니스를 발굴하며 글로벌 에너지 유니콘을 목표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본지와 만난 10일, 김구환 그리드위즈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보고회’에 중소기업 대표로 참석하기 위한 준비로 바빠 보였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에너지의 미래와 한국이 선도할 ‘K-ENERGY’ 시장을 이야기하는 김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 안에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 내년인 2022년은 그리드위즈 설립 딱 10년 차다. 소회는.

“사실 그리드위즈 설립 당시만 해도 10년이나 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20곳 정도에 투자유치를 다녔지만 모두 실패했다. 벤처캐피털의 세 가지 불문율로 ‘태양광,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분야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에너지 분야가 척박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탄소중립과 ESG 열풍으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사와 펀드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준비해온 것이 좋은 맥락으로 맞아떨어졌다.

에너지 분야는 사실 스타트업이 들어오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기존 플레이어도 각자의 영역이 있고 시장의 룰도 이미 세팅돼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길을 갈 때마다 규제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분의 도움과 노력으로 에너지 스타트업이 자리 잡았고 시장이 열렸다. 앞으로 더 다양한 기업이 에너지 분야에 들어와 시너지를 내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 처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통신 반도체 사업을 할 때 에너지 관련 고객이 많았다. 미국은 꽤 오래전부터 에너지 제어뿐만 아니라 농업,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에너지 비즈니스가 있었다. 그때부터 에너지 분야를 유심히 봤다. 그러다 우연히 스탠퍼드에서 ‘에너지혁명2030’의 저자인 토니 세바의 강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미래에는 에너지라는 새로운 분야가 열리고 전환기가 온다는 것을 직접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주변의 반대가 워낙 커 고민도 있었지만 믿음이 있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아이폰의 혁신을 직접 체감한 적이 있어 새로운 기회마저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과 같은 글로벌 어젠다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21번째 도전을 통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 2021년은 그리드위즈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향한 도약을 시작한 한 해였다. 매출액 증가와 기업 성장은 어느 정도였는지, 올 한 해를 스스로 평가해달라.

“코로나19 등 이슈가 여전해 쉽지 않은 한 해였다. DR의 경우 공장의 가동 자체가 줄어 고객들이 이탈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성장으로 만회할 수 있었고 올해 1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한다.

그리드위즈의 대표적인 세 가지 사업인 수요관리, ESS, 전기차 충전 중 가장 큰 성장은 ‘스카이블루’였다. 전기차와 충전, 라이프를 아우르는 전기차 충전 통합서비스 앱인 스카이블루는 올해 타이밍 좋게 플러스DR 등까지 도입되며 가능성이 보였다. 앞으로 플러스DR 외에도 FAST DR, 보조서비스 DR, 실시간 DR 등 새로운 시장에 맞춰 초 단위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전기차 충전기 또한 시장 보급 차원에서 많은 서비스를 얹을 예정이다.”

▶ 코로나 재유행, 탄소중립과 ESG 확산, 디지털 전환 등 세계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에 그리드위즈는 어떻게 나서고 있나.

“ESG와 탄소중립은 큰 흐름이다.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환경적으로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그리드위즈의 모토고 이는 우리의 슬로건인 ‘Heal The Earth’로도 잘 나타나 있다.

내년에는 그리드위즈 자체적으로 RE100 구현에 직접 나선다. K-RE100 수행과 관련한 모든 방법을 그리드위즈에 먼저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 2022년 RE100을 진행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관련 고객들에게도 빠르게 RE100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점차 에너지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보다 더욱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응할 그리드위즈만의 장점 혹은 차별화 요소가 있다면.

“업계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성숙도’라 표현하고 싶다. 최근 에너지 업계는 3D라고 불린다. (웃음) 어렵고 고되다는 의미의 3D가 아닌 ‘Digital, Decarbon, Decentralizion’을 말한다. 그중 핵심은 Digital이다. 에너지 섹터 대기업들이 최근 플랫폼을 넓히고 있는데 사실 디지털 분야까지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회사 특성상 디지털전환에 최적화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을 딱히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을 좋은 신호로 본다.”

▶ 최근 그리드위즈는 다양한 기업들과 MOU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과 앞으로 사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하다.

“에너지 분야는 그동안 과잉 경쟁과 불공정이 만연해 시장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리드위즈가 하는 파트너십이 쌓여 큰 흐름이 생기면 긍정적인 시장 이미지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에너지는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상생과 공존, 협력’으로 서로 시너지를 내며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 최근 에너지중소혁신기업협회 설립을 주도하며 ‘K-ENERGY’ 브랜드를 키운다고 말했다. 자세한 설립 과정과 목표가 궁금하다.

“과거 ‘K’는 디스카운트 조건이었다. 하지만 K-POP, K-DRAMA를 넘어 이제는 K-방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K’가 긍정의 표현이다. 에너지도 ‘K-ENERGY’ 브랜딩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굉장히 빠르고 스마트하며 심지어 일까지 열심히 한다. 이런 동력을 가진 민족들은 많이 없다. 전환의 시대, 속도는 생명이다. 변화에 빠르고 적응력도 강한 한국인들에게 유리한 시대인 것이다. 이런 특성을 잘 살려 ‘K-ENERGY’로 전 세계 에너지 흐름을 주도하고 싶다.”

▶ 현재 국내 에너지 시장은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등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재 어떤 단계까지 왔다고 보나. 애로사항은 없나.

“과거엔 기업들이 서로 다른 페이지를 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회사를 만나든 ‘에너지전환’이라는 ‘SAME PAGE’를 이야기한다. 이 정도로 에너지 분야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혁신을 기대해도 좋을 시점과 환경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적으로 규제들이 많아 어려움도 있다. 예를 들어 ESS와 전기차 관련 기술이 새로 나올 때마다 규제가 너무 많다. 에너지 속성상 안전 우려가 큰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스마트 충전기를 만들었는데 변압기 시험하는 곳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너무 과거 중심적이다.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전문 시험인증센터를 구축하거나 새로운 표준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2022년 그리드위즈의 경영 키워드와 화두는 무엇인가.

“2019년에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인 ‘글로벌 클린에너지 테크 프런티어’를 다시 한번 사용하고자 한다. 2022년에는 글로벌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리더십이 생겼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내년 화두는 ‘또다시 글로벌’이다.

그동안 열심히 수집해 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도 만든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고객이 직접 탄소를 줄이는 솔루션을 주는 등 시장에서 선순환 가치를 만드는 것이 그리드위즈의 새 목표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다. 2022년은 태양광, ESS, 전기차뿐만 아닌 종합적인 에너지 사업을 시장에 보급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 He is...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사, 석사/박사 수료 ▲위즈네트 부사장(1998~2005년) ▲일진전기 전략기획실 차장(2005~2009년) ▲Wiznet Technology(미국) CEO(2009~2013년) ▲그리드위즈 대표이사(201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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