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안전협회 7일 창립총회 비공개로 개최
전기기술인협회 “전기안전공사 퇴직자 자리만들기 외 명분 없다” 강도높게 비판
기존 협단체와 중복 등 이유로 2009, 2017년 신청 불허했던 산업부, 이번엔?

전기기술인협회 대행협의회 관계자들이 (사)한국전기안전협회 창립총회장 앞에서 사단법인 추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전기기술인협회 대행협의회 관계자들이 (사)한국전기안전협회 창립총회장 앞에서 사단법인 추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전기안전 대행업계의 새로운 사단법인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미 7만여 대행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 전기기술인협회가 업무 중복과 유사단체 난립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사)한국전기안전협회는 7일 공군호텔에서 ‘(사)한국전기안전협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전기안전협회는 일부 대행업체 대표들과 전기안전공사 출신 인사 등이 주축이 돼 발기인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안전협회 창립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낼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전기안전관리법 제정 등을 계기로 대행업계의 권익을 대변할 새로운 사단법인 설립에 대한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 승인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참여하고 있는 다른 관계자도 “일부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기술인협회가 수행하고 있는 활동이나 교육 업무 등과의 중복 등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며 “같은 일을 할 것이라면 별도의 사단법인이 필요 없지 않겠나. 보다 폭넓게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내고, 이분들의 요구를 녹여내기 위한 취지이지 같은 일을 한다거나 기술인협회의 것을 뺏어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전기안전관리법이 시행되고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 안전 등 여러 부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새 그릇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고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전기안전협회 창립을 준비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어떤 담론을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승인이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나 (협회 설립 신청에 대한 승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전기안전협회 창립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전기기술인협회(회장 김선복)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창립총회 직후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사단법인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그간 기술인협회가 수행해 온 정부 위탁업무도 전기안전협회로 넘어간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면서 8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기술인협회 측 관계자는 “전기안전협회 설립의 주축 멤버들은 전기안전공사 퇴직자들”이라며 “이들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 외에 협회 설립에 어떤 명분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도 일부 대행업체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단법인 설립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기기술인협회 내에) 대행협의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7만여 대행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소수의 목소리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런 일로 대행업계가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밖에서 보면 ‘대행업계에 분란이 많고, 화합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겠느냐”면서 “실제로 지난 2017년 같은 이유로 대행업계가 사단법인 설립허가 반대 서명을 받았을 때 총 939개사, 91.3%가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지만 전체 업계의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소수의 목소리에 다수가 피해를 보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대행업계 종사자가 7만여 명이다. 이 중 마음이 맞는 몇 명이 모여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걸 풀어주면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천개의 법인이 난립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며 “이에 산업부도 이전에 대행업계에서 같은 이유로 사단법인 설립허가 신청을 제기했을 때 설립 목적이 비슷한 전기기술인협회가 있고, 유사 단체 난립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해 승인을 불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한국전기안전협회’ 사단법인 설립허가 신청이 제기됐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명칭사용 및 화합 목적 부적합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지경부는 신설되는 사단법인이 전기기술인협회와 설립 목적이 유사하고,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유사 단체 난립에 따른 정부위탁업무의 부실 등이 우려된다며 법인 설립 불허를 통보했지만 해당 건은 행정심판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등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3년여에 걸친 소송 끝에 서울행정법원은 지경부의 법인설립 불허처분이 타당하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행업계 사단법인화 움직임은 2017년 들어 재개됐다. 당시 업계는 한국전기재난안전협회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신청했다가 업계의 반발에 자진 철회한 후 대한전기안전관리협회라는 이름으로 설립허가 신청을 또 한번 냈다. 산업부는 이 때에도 사단법인 설립허가 불허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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