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단체협상권 통해 납품단가 현실화할 것”
“전환기적 위기 직면…디지털전환 지원 속도 내야”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지난 2008년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국내 산업계에도 큰 상흔을 남겼다. 금융위기의 연쇄작용으로 철강, 석유 등 원자잿값이 급등하자 중소기업이 밀집한 제조업계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다.

정부가 현재 운영 중인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는 이같은 상황에서 탄생했다. 소재·부품을 납품받는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조정해주지 않아 중소제조기업의 피해가 누적되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듬해인 2009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일부개정되며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줄곧 뒤따랐다. 이후 몇 차례 관련 법·규정의 개정을 거치며 제도가 운영돼 왔으나 실질적으로 중소제조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함이 따랐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회원사 674곳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공급원가 상승률이 평균 28%에 달한다고 체감했으나, 이를 공급원가에 전부 반영한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중소제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지원 제도가 재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원자잿값 급등 사태가 재연되자 지원 정책의 미비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달 초 납품대금에서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경우 원자재 기준가격을 약정서에 기재하고,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대금에 연동해 반영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및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토론회를 개최하며 사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김 의원에게 국내 중소제조업계가 처한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21년 한 해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정활동을 펼친 소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부족하지만 손실보상법을 제정하고 손실보상 현실화를 위해 노력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국정감사로 2년 연속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것도 뜻깊게 생각한다. 그런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하자마자 신종변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서 앞으로도 손실보상서 제외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지원 대책을 보완하고, 초저금리 대출 확대, 지역화폐 확대 등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최근 ‘중소기업 제값받기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를 공론화했다.

“최근 원유, 철광석, 펄프 등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엔진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의 경우 주재료인 철 가격이 1년전에 비해 무려 74%가 급등해 매달 적자를 본다고 한다. 유례없는 원자재값 급등에도 대기업이 연간계약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의 과실은 대기업이 얻고, 비용 상승의 고통은 중소기업이 더 많이 받는 불공정한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및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달라.

“우선 원자재 비중이 높은 물품에 대해 원자재 기준가격 및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표준약정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원자재 기준가격이 일정비율 이상 상승하면 그에 따른 추가비용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지급해야 한다. 연동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행명령을 할 수 있고,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 실효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산업계에서는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한 법 제도뿐만 아니라 원자잿값 급등 등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악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상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조건을 협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공동사업을 할 경우 B2B 거래만큼은 거래조건 협의 등 공동행위(단체적 협상)를 허용해야 한다. 중소기업 단체협상권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철강이나 제지 등 소재대기업과 대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중소기업간의 소통채널이 부재해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원자재값 급등과 같은 리스크 부담을 최대한 조정하고 동반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의체를 상시적으로 구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 국세청,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국내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전체 사업체수의 99%(688만), 고용의 83%(1744만명), 국민의 77%(4011만명)가 중소기업 종사자와 그 가족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23조 제3항과 경제민주화를 명문화한 헌법 제119조 등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들 상징적인 숫자들을 조합해 ‘998377-1233119’를 중소기업 주민번호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불공정한 경제구조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임금 지불 여력과 투자 여력 역시 대기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전통 제조업 분야는 심각하다.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과 물류비 상승, 극심한 인력난 등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창업 중소기업인은 노령화되고 있는데 가업승계는 기피 대상인 게 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본다.”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의정활동이 있다면.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를 통한 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공동행위 허용,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등이 공정 성장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전통 제조업과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 자동화, 지능화, 스마트화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일본이나 독일처럼 100년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벤처 활성화와 창업을 위한 정부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손실보상 기금 확대, 지역화폐 발행규모 확대 등으로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노란우산 가입 및 공제혜택(복지)을 확대해 소상공인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경제적 식견을 갖춘 지도자여야만 할 것이다.”

▶현재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국내 중소기업이 전환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플랫폼·비대면 경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독점과 불공정거래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영영 도태될지도 모른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 등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맞춰 중소기업들도 생산성을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준비 중인 과제들 중 산업계의 관심이 요구되는 법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공공조달시장에서 최저가 낙찰관행을 폐지해 중소기업이 적정가격을 보장받고 기술경쟁과 품질경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지역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도시법 개정안과 아울러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준비도 마무리 작업 중이다. 산업계의 관심을 당부드린다.”

▶곧 다가올 새해의 의정 활동 계획은 무엇인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중소기업이 성장의 한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벤처기업과 신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통산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 ESG 경영에 대비해 스마트화・디지털화를 통한 생산성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생태계 구축과 신성장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의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지속해야 한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의정활동에 끝까지 매진하겠다.”

◆He is…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졸업(1982년)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 졸업(1989년)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2018년) ▲제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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