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숨은 영웅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전기공사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전기공사협회 오송 신사옥의 준공이 눈앞에 왔다.

지난해 8월 첫 삽을 뜬 후 16개월여 만이다. 앞으로 4만2975㎡(약 1만3000평)가 넘는 대지에 세워진 1만2892㎡(약 3900평) 규모 교육관과 생활관, 여러 교육 시설에서 미래 전기공사 인재들이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히게 된다.

연간 배출되는 예상 인력만 4만명 규모다. 전기공사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받은 청년인재 수급부족 문제를 씻어낼 수 있는 묘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신문은 업계 백년대계를 이끌어갈 협회 신사옥을 세우는 데 기여한 숨은 영웅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많은 영웅들이 땀방울을 흘렸지만, 그중에서도 건축공사를 책임지는 현장소장과 시공품질을 책임지는 감리단장을 만났다. 이들에게 여기까지 달려온 소감을 물었다.

박광호 수석은 감리 책임자로서 한국전기공사협회 오송 신사옥의 시공 품질과 공사기한 준수를 책임지고 있다.
박광호 수석은 감리 책임자로서 한국전기공사협회 오송 신사옥의 시공 품질과 공사기한 준수를 책임지고 있다.

박광호 감리단장(한림건축CM 수석)

▶16개월여간 감리 책임자로 있으시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다른 모든 현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19라는 위협으로부터 현장을 안전하게 지켜야만 했습니다. 건설 현장은 수많은 작업자들이 수시로 이동하는 곳이어서 인력 이동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요소수 사태도 위기였습니다. 당시 중국이 선박의 출항을 막지 않았습니까. 그때 건설 원자재 수입도 발이 묶였습니다. 석재는 전적으로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마감 시즌에 마감 자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다행히 수입이 재개되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당시에는 아찔했습니다.”

▶품질확보를 위해 노력하신 것으로 아는데.

“골조공사 단계에서 건축에 초점이 맞춰져 이전 공정계획을 변경해 전기·기계설비 등의 공정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본래 외벽 마감재인 석재패널이 오픈조인트로 설계돼 누수에 취약했는데 설계변경을 통해 볼트조임 코킹으로 해결한 점도 꼽을 만합니다.

또 추후 본관동 공사를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작업도 해놨습니다. 본관동을 지으면 우수·오수가 나오는 라인이 필요한데 다른 건물에 연결이 쉽도록 설계했습니다. 이걸 지금 해놓지 않으면 본관동 공사 때 일을 두 번 하게 됩니다.

본관동이 지어지면 교육동과 지하로 연결되는데 이때를 대비해 전기설비와 소방설비의 여유공간을 확보해놓기도 했습니다.”

▶현장 안전 위해 상당히 노력하셨다고 들었는데.

“건설현장의 근로자 안전 문제도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매주 수요일 감리단 전원과 공종별 현장소장, 안전관리자가 모두 참석해 안전시설과 관련 장구를 점검하고 현장 상황을 파악했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시정조치해 작업자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무재해를 기록 중인 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곧 준공이다. 소감이 어떠신지.

“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왔다 갔다는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겠나요. 내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고생한 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건물이 지어져 전기공사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명곤 소장은 오송 신사옥 현장의 건축부문 현장소장으로서 코로나19, 자재 수급 문제 등 여러 문제를 뚫고 사옥 준공을 이끌고 있다.
김명곤 소장은 오송 신사옥 현장의 건축부문 현장소장으로서 코로나19, 자재 수급 문제 등 여러 문제를 뚫고 사옥 준공을 이끌고 있다.

김명곤 건축부문 현장소장(소노인터내셔널)

▶많은 분들이 오송 신사옥을 궁금해하시는데,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잘 아시겠지만 오송 신사옥은 크게 교육동 건물, 생활관 건물, 교육실습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으로 본관동이 합쳐질 예정이고요.

우선 교육동은 크게 ▲교육생들이 강의를 수강할 강의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 ▲교육생들의 휴식을 위한 옥상정원으로 나뉩니다. 이외에도 식당과 체험실습장이 있지요. 생활관 건물은 2인 1실로 구성됐으며 교육생들이 최대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층에는 커뮤니티홀과 세탁실이 있지요. 교육실습동은 악천후 속에서도 외부 실습을 가능하게 해 교육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했습니다.”

▶이제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현장소장으로서 이 부분을 중요시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희 작업장에서는 매월 안전 수칙을 준수한 우수근로자를 표창했습니다. 또 근로자가 직접 안전 방안을 건의할 수 있는 근로자 제안제도도 실시했지요. 공정이 진행될수록 현장의 위험성도 달라집니다. 저희는 매일 구역별 위험작업을 게시해 작업이 간섭되지 않도록 현장을 운영했습니다. 또 근로자 본인이 사소한 위험이라도 감지하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Safety Call’ 시스템도 운영했죠.

위험도가 높은 고소 작업은 드론을 이용해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근로자와 관리자가 현장 안전점검을 평가하고 공유해 데이터를 만들었죠.”

▶코로나19 위험도 항상 경계하신 걸로 안다.

“현장을 개설했던 지난해 여름은 이미 코로나19로 전국이 긴장했던 때입니다. 신규 근로자는 현장 투입 72시간 전 PCR검사를 받게 했고 당연히 음성확인서가 확인돼야만 현장업무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은 수시로 방역했고 이용 중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도록 했습니다.

외부 방문객의 방문은 최소화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 방역수칙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준공을 앞둔 감회와 소감은 어떠신지.

“겨울을 겪지 않으면 봄을 맞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제와서 보면 뿌듯하기만 합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오송사옥에서 생활하시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일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이곳에서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도록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