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확정하면서 변화하는 에너지 정책에 따른 전력 수요와 발전자원 에너지믹스 전망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하 전기본)의 방향을 정하는 전력수요 전망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자원환경 특성에 따라 나라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10차 전기본의 전력수요 전망이 9차 전기본에 비교했을때 얼마나 다른 내용들을 담아낼지 궁금하다.

전기본 관점에서 보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실행계획에 따라 발전자원의 구성과 전력수요 예측에 변화가 예상되며 설비계획에 재생발전 비중 증가에 따른 계통안정성 확보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본은 예측 불확실성을 고려해 수립되는데 그 중 첫째로 꼽히는 불확실 요인은 수요예측의 불확실성이다. 또한 사회적 수용성 부족에 따른 준공지연과 설비 계획의 변동은 전기본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킨다. 반면 전력계통 성능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높고 오랜 기간 검증된 기술이 대부분이기에 불확실성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다. 전기본에서는 지금까지 통상 7~9%의 설비를 추가해 불확실성에 대처했다. 그러나 10차 전기본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방향 위에 수립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했던 불확실 요인들과 더불어 새로운 불확실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전력시장 외 자가용 태양광 및 PPA 태양광 발전의 수요 전망,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적기 준공, 실효용량 적용과 변동성 예측 등이 전기본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새로운 설비 여유비율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데 설득력있는 수치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자원을 정의하고 에너지 믹스를 정하는 국가의 최상위 계획으로 수립과정에서 자원의 기술적 특성이나 기술적 완성도, 경제성 등을 면밀히 살핀다. 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앞서 시작되는 10차 전기본 수립과정에 신기술의 도입을 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입 여부와는 관계없이 미래기술들 가운데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 후보 기술에 대한 전문가 견해가 나오고 있다. 초고압 교류송전방식과 직류송전방식, 직류 설비의 전류형 기술과 전압형 기술, 인버터를 통해 접속하는 재생발전원의 그리드 추종 기술과 그리드 포밍 기술, 수소터빈 기술과 연료전지 기술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기술간의 특성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기술 적용 시점과 현장 여건, 관련 제도와 규정의 완비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간혹 전제 조건 없이 기술 특성을 평가하는 견해를 접하게 될 때 아쉬움을 느낀다. 따라서 기술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의 심도있는 토론 과정을 통해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메우고 검토 대상 기술에 대한 불확실 요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단방향 전력시스템을 양방향 시스템으로 전환 가능한 섹터커플링이 전력망 마스터 플랜 기술로 검토되고 있다. 해당 기술이 아직 미래기술 영역에 있어 전기본에 등장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전력망 계획이 미래 기술의 불확실성에 근본적이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계획 수립체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상위계획에서 설정한 목표가 하향식으로 반영되는 체계에서는 목표 설정이 실행 가능성, 책임성과 분리될 여지가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온실가스 감축계획 목표의 이행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상위 계획이 실행 가능성과 책임성을 담보해 내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전력망 전문가가 제출한 전기본 답안에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력망 계획은 안정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서로 상치된 문제에 최적화된 답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안정성과 경제적 효율성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이로 인해 우리가 부담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따라서 상위계획 수립에 전력망 전문가들을 참여시킴으로서 실행 가능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수립 체계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래전력망에 전력망 전문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바란다.

이병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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