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9000억원 투자 폴란드 동박공장 건설
경쟁사 솔루스첨단·일진머티 헝가리 진출
독일 등 큰시장 접근 쉽고 저임금 ‘유럽의 공장’
현지업체 협업 및 자원재활용 사업도 염두해야

18일(현지시간) 폴란드 스탈로바볼라 제슈프기술공대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이완재 SKC 사장(왼쪽)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함께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폴란드 스탈로바볼라 제슈프기술공대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이완재 SKC 사장(왼쪽)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함께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SKC가 유럽 동박 생산거점으로 폴란드를 낙점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이자 주고객인 SK온이 헝가리에 위치하고 있어 같은 곳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미 헝가리에는 경쟁사인 솔루스첨단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터리 완성품 업체를 따라 유럽에 속속 진출 중인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거점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SKC의 동박 제조 투자사인 SK넥실리스는 폴란드 당국과 스탈로바볼라시의 E-모빌리티(E-Mobility) 산업단지에 동박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SKC는 이곳에 9000여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규모의 동박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며 향후 1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이르면 2024년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이다. 이 때문에 당초 SKC의 유럽 거점으로 헝가리가 예상됐다. 주 고객이자 그룹 계열사인 SK온이 헝가리 코마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헝가리는 경쟁사들이 자리를 찜해 놓은 상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동박을 생산하는 솔루스첨단소재가 지난해 연간 1만2000t의 헝가리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하고 있으며 1만9000t을 증설할 예정이다. 또한 일진머티리얼즈도 유럽 거점으로 헝가리를 낙점한 상태에서 가공공장만 세울지, 생산공장까지 세울지를 막판 검토 중이다.

서로 최우방국이기도 한 폴란드와 헝가리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프랑스 등 유럽 자동차 생산거점을 옆에 두고 있고 타 유럽연합국 대비 임금도 저렴해 ‘유럽의 공장’으로 불린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유럽 배터리산업의 핵심 거점이 되고 있다.

폴란드에는 배터리 완성품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연간 70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고 분리막 생산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연산 3.4억㎡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전해액 업체인 엔켐도 연 2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고 전해액 원료인 전해질을 생산하는 후성도 진출을 준비 중이다.

헝가리에는 배터리 완성품 업체인 SK온이 연간 17.5GWh에 이어 30GWh 증설을 진행 중이며 또 다른 완성품 업체인 삼성SDI는 연간 30GWh 생산공장을 50GWh로 증설하고 있다. 알루미늄 전지박 업체인 롯데알미늄은 연산 1.8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했으며 전해질 업체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연 2만t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까지 유럽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연 14만t의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가운데 주 고객사인 SK온과 삼성SDI가 있는 헝가리가 유력해 보인다.

유럽 배터리 시장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소재, 부품, 장비 공급망이 부족해 국내 업체한테는 기회로 다가 오고 있다.

코트라의 2021 유럽 전기차배터리시장 진출 전략가이드에 따르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90만대에서 2030년에는 최대 13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유럽의 배터리셀 생산규모도 2021년 53GWh에서 2030년 최대 968GWh로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유럽은 자국내 공급망 확보 및 자원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어 현지 업체와의 협업과 재활용 사업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 12월 발표한 배터리 규제안(Batteries Regulation)을 통해 2030년 1월부터 배터리 원료 중 재활용 사용 비중을 코발트 12%, 리튬 4%, 니켈 4% 등으로 제안했으며 2035년 1월부터는 코발트 20%, 리튬 10%, 니켈 12%로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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