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연구원 연구결과 공개
“간접활선공법 단점 보완 위해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 확대해야”
한전, 간접공법 적용 100% 목표...바이패스 공법 당장 실현은 글쎄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배전공사업계에서 화두인 간접활선공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이패스(by-pass) 케이블 공법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간접활선공법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간에서는 부분적으로 직접활선공법을 사용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적으로 산업현장의 위험요소 제거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전기산업연구원은 최근 ‘간접활선공법으로 인한 근로자 작업환경 개선방안 연구’의 결과를 공개했다.

전기공사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간접활선공법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분석,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게 연구의 목적이었다.

간접활선공법이란 절연장갑과 절연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전력 설비를 직접 다루는 직접활선공법을 대신해 도입된 전기공사 공법이다. 기다란 막대기와 같은 절연스틱과 관련 공구들을 이용해 전선을 다룬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공사기술자 보호와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해당 공법을 적용했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적용률이 6.3%에 그쳤던 간접활선공법은 2021년 5월 기준 65.7%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적용률은 현재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법은 기존의 직접활선공법에 비해 근로자 감전 사고 예방 효과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내 공법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공법 특성상 전주의 핀장주를 내장주로 교체하는 공사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밝혀지면서 일선 배전공사전문업체들의 애로사항이 속출했다.

내장주 교체 공사 외에도 10가지가 넘는 공사에 공법 활용이 불가하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근로자 건강이다. 공법에 사용되는 절연스틱의 무게는 종류에 따라 4.5kg에서 6kg에 달한다. 여기에 관련 공구를 부착하면 8kg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근로자는 8kg에 달하는 공구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2시간 넘게 작업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법 적용 이후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률이 급증했다.

2019년 발표된 배전 전기노동자 노동강도 평가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배전전기근로자의 근무 기간 1년 이내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수치가 낮았던 다리 질환이 50.3%였으며, 가장 높았던 어깨는 64%에 달했다.

더군다나 해당 공법은 근로자 노동강도는 높이고 생산성은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배전공사 근로자 중 76.8%가 직접활선공법에 비해 작업속도가 늦어져 노동시간이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이에 연구원은 해결방안으로 ▲바이패스(by-pass) 케이블 공법 적용 확대 ▲내장주 개소 확대 ▲직접활선공법 부분적 허용을 제시했다.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은 임시 전력선 역할을 하는 바이패스(by-pass) 케이블을 이용, 공사구간을 사선상태로 만들어 안전하게 시공하는 공법이다. 감전사고 위험이 적으면서 근로자 근골격계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도 적용이 어려운 구간이 있는 만큼, 연구원은 조건부 직접활선공법도 허용할 것을 제시했다. 사전안전교육, 충전부 방호는 물론 시공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등을 배치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한다는 조건에서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보다 간접활선공법을 30년이나 먼저 도입한 일본조차 아직까지 공법 적용률이 90% 수준”이라며 “모든 구간에 간접활선공법을 적용하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 핀장주를 내장주로 교체하되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책적인 분위기와 한전의 예산 문제 등을 살펴볼 때 이러한 대안이 당장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한전은 간접활선공법 적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은 기존 공법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공사비 증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로서 가장 우선순위는 간접활선공법”이라며 “현재로서는 간접활선공법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는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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