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셀, 국내 조립하며 국내산으로 둔갑…소비자 피해 우려

한무경 국회의원은 '정부가 중국산 셀을 조립해서 만든 태양광 모듈에 대해서도 국산으로 통계를 잡으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지금까지 상당량의 태양광 모듈이 국산으로 원산지를 둔갑해 유통됐다'고 말했다.
한무경 국회의원은 "정부가 중국산 셀을 조립해서 만든 태양광 모듈에 대해서도 국산으로 통계를 잡으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지금까지 상당량의 태양광 모듈이 국산으로 원산지를 둔갑해 유통됐다"고 말했다.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지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을 대표 발의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려는 자는 설비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해당 법안의 주요 골자다.

한 의원은 태양전지(셀)를 수입해 국내에서 단순 조립 후 만들어진 태양광 모듈의 경우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어 한국을 제조국으로 표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의원은 “현행법상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어 수입한 셀을 국내에서 조립한 모듈이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 및 권익 보호는 물론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2항2호에서는 ‘단순한 가공활동이 아닌 제조·가공과정을 통해 제1호의 세번 변경이 안된 물품을 최종적으로 생산하고, 해당 물품의 총 제조원가 중 수입원료의 수입가격(CIF가격 기준)을 공제한 금액이 총 제조원가의 85% 이상인 경우’를 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듈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양광 셀을 수입하면 국내산으로 표기할 수 없다는 게 한 의원의 관점이다.

한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도 2014년 중국산 태양광 셀을 국내 공정을 거쳐 생산한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판단한 바 있다”며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산 셀을 사용해 만든 모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주미대사관이 배포한 ‘미국 관세청의 원산지 기준 및 판정사례’ 또한 개정안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소개했다.

해당 사례에서 미국 관세청은 셀이 패널의 본질적 특성을 구성하며, 패널로 제작되더라도 고유한 정체성(Identity)을 유지한다고 봤다. 또한, 패널조립은 실질적 변형으로 보기 어려우며 셀의 원산지가 패널의 원산지로 판단했다.

한 의원은 “결국 중국산 셀을 수입해서 국내에서 모듈로 조립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형이 아니기 때문에 모듈의 원산지는 셀의 원산지인 중국이라는 의미”라며 “국내에서도 관세청이 태양광 셀을 단순연결해 조립한 패널을 원산지로 위장해 수출한 업체를 대외무역법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의 원산지 기준은 국내외가 동일한 상황으로 수입한 셀을 국내에서 조립해 모듈을 제작하더라도 ‘made in korea’로 판매할 수 없다”며 “태양광 모듈의 수출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산지 표시가 우선 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 의원은 정부가 발표했던 ‘2020년 태양광 모듈 국산 점유율’ 67%도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에서 배추, 고춧가루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김장하면 모두 국산으로 인정해주는 꼴”이라며 “산업부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태양광 모듈 점유율 통계에 대한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국산 모듈 점유율’이 아닌 ‘국내 제조 모듈 점유율’로 변경하는 등 제조국을 명확하게 표시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대외 무역거래 상품을 총괄적으로 분류한 품목 분류 코드인 HS코드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외무역법 관리규정에 따르면 HS코드 4자리가 같으면 국산 원가 비율이 51% 이상이어야 국산으로 인정된다. 또 코드 6자리가 동일할 경우에는 85% 이상 돼야 국내산으로 인정되는데, 태양광 셀과 모듈은 6자리가 같다.

한 의원은 “태양광 셀과 태양광 모듈의 HS코드 6자리가 동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용도, 기능, 성질 등이 비슷하다는 뜻”이라며 “쉽게 말해 국내 제조한 태양광 모듈의 가격을 1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중국에서 수입한 셀의 가격이 1만5000원 미만이어야 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S코드에 대한 불합리를 지적하는 것은 국산으로 인정받는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며 “하지만 규정에 따라 원산지 표시를 한다면 HS코드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소비자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셀을 수입해서 국내에서 조립하는 회사들에는 원산지 표시가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제품의 실제 원산지가 어딘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알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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