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카트형 충전기·자율주행형 충전 로봇 등 전기차 충전 종합 기업 목표

이훈 에바 대표가 CES2022의 2개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전기차 완속 충전기 ‘스마트 EV 차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훈 에바 대표가 CES2022의 2개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전기차 완속 충전기 ‘스마트 EV 차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전기신문 오철 기자] 공동주택용 전기차 충전기 보급은 국내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이 약 7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2050년까지 주거지, 직장 중심으로 완속·중속충전기 보급을 50만대 이상으로 늘리기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공동주택은 배전 용량 증설 비용이 높고 주차 구역 분쟁이 심해 충전기를 충분히 구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전기차 충전기 설치 반대 많아...'전기차에도 보조배터리를

“공동주택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보통 아파트 주차면이 부족하니 전기차 전용 주차 구역이 생긴다는 인식 때문에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죠. 이런 문제들이 사회적 갈등요소가 되고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로봇을 기획했습니다”

이훈 에바(EVAR)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 사업기획자다. 2017년 삼성전자 C-Lab 사내벤처로 ‘자율주행 충전 로봇’ 솔루션을 기획·개발, 삼성전자 수원 본사 지하주차장에서 실증을 통해 사내 평가 1위를 받았다. 자율주행 충전 로봇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탑재한 로봇이 알아서 배터리가 부족한 전기차로 이동해 충전을 한다는 콘셉트다.

이 대표는 이듬해 11월 법인을 설립했다. 모토는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다. 자율주행 로봇 충전을 비롯해 앞으로 개발될 수동이동식, 전력공유형 완속충전기 등 모든 전기차 충전 솔루션은 이 철학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탓일까. 자율주행에 로봇 충전을 개발할 당시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는 물론 보험도 전무해 사업화가 막막했다.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자율주행 법령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었고 사고를 대비한 보험 상품도 없었죠. 상용화는 시기상조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율주행이 아닌 수동이동식 전동카트 형태로 제품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수동형 충전 카트로 위기 돌파...이르면 내년 상용화

수동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카트를 끌고 와 전기차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근력 증강 기술이 적용돼 누구나 쉽게 구동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렇게 자율주행 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기사업법이 발목을 잡았다. 전력 재판매 규제에 막혀 수동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도 상용화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동형 충전기로 전력 재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안전 인증 기준 제품을 써야 했는데 아직까지 고정형 외 기준은 수립 되지 않았어요.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제주도에서 먼저 제안해 주셨어요. ‘전기차 충전 서비스 규제자유특구’에서 같이 해보자고”

에바의 수동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과제에 선정됐고 지난해 7월 실증에 착수, 올해 말까지 실증이 완료된다. 우수한 평가에 목표 지표도 대부분 달성했다. 실증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진행했으며 제주 도청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훈 대표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수동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에 관련된 안전인증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속충전기로 CES 2022에서 혁신상 수상...기술력 인증

“이동형 충전기 개발이 차근차근 진행될 때쯤 에바의 충전 솔루션을 좀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부 보급 목표 대수도 많고 현 상황에 빠르게 보급이 필요한 완속충전기를 염두에 두었어요. 전기차 이용자들은 저렴한 비용때문만이 아니라 배터리를 무리 없이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도 완속을 선호하거든요.”

에바는 전력 공유형 스마트 (완속)충전기를 만들었다. 제품명은 ‘스마트 EV 차저(Smart EV Charger). 지난 4월 출시했다. 스마트 충전은 전력을 배분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충전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완속충전기(7kW) 5기를 설치하면 35k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에바의 스마트 충전기는 7kW 용량만으로 5기를 구축할 수 있다. 여유 전력 용량만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는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에 유용한 충전 방식이다.

특히 지능형 메시 네트워크와 자동 검출 및 그루핑 기술을 적용해 구축비용을 약 30% 절감했다. 또 유럽 충전사들이 보통 사용하는 직비(Zigbee)+서버 형태가 아닌 저전력 블루투스(BLE, Bluetooth Low Energy)을 적용해 통신료도 확 줄였다. 일반 완속충전기와 비교 하면 전기 기본료도 1/5수준이라 전체적인 운영비용이 최대 80%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가진다. 11일에는 스마트 EV 차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스마트시티 부문과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 스마트 에너지 부문에서 받았으며 전기차 충전기가 2개 부문에서 동시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세계 최초다.

“올해는 100kW급 급속 충전기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충전로봇도 2세대 버전으로 개선 중이고요.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친환경 급속 충전소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합 충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에바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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