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는 이 시대에 가장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다.

공교롭게 이들 기업은 2년 전인 2019년, 국제권리변호사회(IRA)로부터 함께 피소된 적이 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아동들로부터 노동을 착취한 혐의를 받았다.

민주콩고 내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던 아동 광부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자 IRA는 이들 기업이 제품에 쓰는 코발트가 아동 노동과 연계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콩고는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60%를 생산하는 나라다. 코발트는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광물이다. 채굴과정에서 불법 광산, 인권 침해 등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적 이슈가 되자 테슬라는 곧바로 ‘코발트 프리’, 즉 앞으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애플도 공급망 내 모든 단계의 협력업체에 대한 노동권, 인권 등에 대한 행동수칙을 마련했다.

이른바 코발트 소송은 분업화된 공급망 구조에서 자칫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고객 기반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SG를 반영한 공급망 관리는 유럽을 중심으로 법제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U는 이미 2018년 500명 이상 사업장에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했고, 다국적기업들도 납품업체들에 ESG이행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ESG 준수 여부가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SG는 거대 기업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도 ESG의 영향권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처럼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 활동과 직접 연관된다.

이 때문에 ESG 자체를 경영 목표로 설정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ESG는 곧 지속가능, 즉 기업가치 유지와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ISO14001(환경경영), ISO50001(에너지경영), ISO9001(품질경영), ISO45001(안전보건경영), ISO37001(부패방지), ISO37301(준법경영) 등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 안에 한국형 ESG지표를 마련하고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의 ESG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의 메가트렌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ESG에 대해 전기산업계도 관심과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전선이나 변압기, 배전반 등 현장에서 얘기를 나눠보면 대다수 중소기업 CEO들은 여전히 ESG를 하나의 규제로 치부하거나 먼 미래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재무적 지표에 대한 이해 수준도 높지 않다.

그러나 ESG에 대한 외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더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거나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수출 판로가 막히거나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ESG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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