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지난 25일 오전 11시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경기도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KT의 인터넷 접속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KT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기업과 매장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가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특히 점심 장사를 앞둔 자영업자와 반드시 인터넷망이 필요한 병원, 약국 등의 경우에는 카드결제, 전산조회 등이 불가능해 큰 혼란을 겪었다.

국가기간통신망사업자인 KT는 이날 곧바로 사고원인을 외부의 디도스(DDoS, 악성코드를 이용한 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추정했다가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라우팅 오류)로 정정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라우터는 데이터가 어떤 경로를 거쳐 갈지를 정하는 장치로, 대규모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본 장비다. 이 같은 기본장비의 오류로 인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약 85분 간 인터넷 없는 세상에서 혼란을 겪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다면 같은 날 사고가 일어났던 그 시각에 KT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KT는 2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람처럼 대화하는 AI 능동복합대화 기술로 ‘AI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는 AI컨택센터(AICC) 사업전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AI컨택센터(AICC)는 소상공인부터 기업, 공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AI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으로, KT는 자사의 기술을 통해 AI가 일상이 되는 미래 생활을 앞당기겠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밝혔다.

이날 구현모 KT 대표도 “KT는 AI 비즈니스를 본격 추진하는데 충분한 통신 및 플랫폼 데이터와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AI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말을 가장 잘 알아듣고 해석하는 ‘AI 능동복합대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AI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안정적인 통신망이다. 하지만 KT는 기본적인 장비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전국을 인터넷접속 불능상태로 만들어 놓고, AI 서비스를 운운했다.

관리부실로 멈춰버린 자동차를 갖고, 최상의 고객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KT가 해야 할 일은 우선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조속한 보상방안 마련이다. 이후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망 전반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AI 비즈니스와 같은 뜬구름 잡는 서비스 얘기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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