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수요 급증에 석탄·LNG 가격 ‘급등’
에너지전환→전기료 인상 그린플레이션 비판 대두
BP CEO “공급 감소, 수요 그대로면 가격 상승뿐”

중국 장쑤성 난징에 소재한 석탄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하얀 증기가 나오는 모습. 제공: 연합뉴스
중국 장쑤성 난징에 소재한 석탄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하얀 증기가 나오는 모습. 제공: 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북반구 주요국들이 동절기를 앞두고 에너지 대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빚어진 전력난 탓에 가동 중이던 공장이 멈췄고 미국과 유럽도 석유, 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그린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번 대란을 계기로 에너지전환 속도조절론도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유럽은 북해 인근에 집중된 풍력발전기에 평소와 같은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아 발전량이 급감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석탄 발전량을 늘렸을 테지만 탄소배출권(Certificated Emissions Reduction) 가격이 오른 탓에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유럽 CER은 연초만 해도 t당 30유로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60유로를 넘겼고 지난달에도 59유로대를 기록했다.

이에 유럽은 LNG 발전을 가동해 부족한 발전량을 채우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거래 LNG 가격이 치솟아 네덜란드 거래소(TTF) 기준으로 11월 LNG 선물가격은 연초 대비 약 400% 폭등한 100유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LNG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의 전기요금도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달 영국의 도매전력가격은 MWh당 540파운드(약 88만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독일과 프랑스도 MWh당 150~160유로(약 22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유럽 가계의 전기요금 상승 압박도 심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영국 에너지규제기관(Ofgem)은 올해 가계 전기요금 인상률 상한을 12%로 올렸는데 올겨울에는 상한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전체 발전량의 64%를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석탄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공장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호주와의 분쟁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자급력이 부족해지는 자충수를 둔데 이어 지난달 산시성 등 주요 석탄 생산지를 강타한 홍수 피해로 국내 공급력마저 대폭 감소했다.

석탄발전 가동 중단 사례가 속출하면서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에 송전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주간에는 전력 공급을 끊고 야간에만 공장을 가동하게 하는 방식이다.

다급해진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몽골 등과 서둘러 새로운 석탄계약을 맺으면서 국제 가격이 크게 올라 호주 뉴캐슬FOB 기준 석탄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40달러에서 올해 10월 129달러로 3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래도 에너지 수급난이 해소되지 않자 결국 중국은 앙숙인 미국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시노펙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은 미국 LNG 수출업체와 장기 계약을 위한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연간 최소 400만t 이상의 장기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원개발 투자 및 생산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수급 균형이 무너졌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배럴당 80.64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가격은 1갤런(3.78ℓ)당 3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력 소매가격은 지난해보다 5.2% 뛰어 2014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 나라들이 그린플레이션에 시달리자 에너지전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 취지에 따라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다가 천연가스 등 의존도가 높아져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 석유메이저 영국 BP의 버나드 루니 CEO는 “공급은 사라지는데 수요가 그대로라면 결과는 가격 상승뿐일 것”이라며 “단순히 공급원만 바꾸려 하면, 향후 전력 공급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