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 하락 시 기존 발전기 시장 퇴출 될 수도
석탄화력·가스터빈 발전 등에 대해 적정 보상해야

재생에너지 비중이 40~50%인 전력계통의 2030년 도매전력가격. 재생에너지 믹스에 따라 미국 내 주요 ISO의 도매전력가격은 6~1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美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재생에너지 비중이 40~50%인 전력계통의 2030년 도매전력가격. 재생에너지 믹스에 따라 미국 내 주요 ISO의 도매전력가격은 6~1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美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도매전력가격이 하락해 기존 발전기가 퇴출되거나 신규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력시장을 변동비반영시장(CBP)에서 가격입찰제(PBP)로 전환할 계획인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40~50%인 계통의 도매전력가격은 태양광과 풍력 믹스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최소 6%에서 최대 19%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BNL은 풍력 중심 계통과 태양광 중심 계통, 풍력과 태양광이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계통으로 구분해 각각의 경우에 미국의 독립계통운영자(ISO)별 도매전력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가격은 ▲ERCOT(텍사스) 6~19% ▲CAISO(캘리포니아) 6~11% ▲NYISO(뉴욕) 2~11% ▲SPP(오클라호마) 6~13% 등 모두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LBNL은 또 도매전력가격의 하락으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기는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돼 차츰 퇴출 기로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LBNL에 따르면 CAISO를 제외한 나머지 ISO들의 석탄화력, 가스터빈발전기는 4~16% 가량이 좌초자산화 될 전망이다.

전력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발표된 NDC 상향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3020보다 더 많은 용량의 재생에너지가 오는 2030년까지 전력계통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CBP시장에서는 발전효율이 높고 연료비가 저렴한 신규 발전기들의 급전순위가 높았다.

하지만 PBP시장에서는 운전유지비(인건비, 수선비 등)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낮은 발전기가 시장에서의 발전원가 경쟁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대거 유입되면 기존 발전기는 입찰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재형 건국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PBP시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기존 발전기의 시장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기존 발전원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신규 설비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전력계통은 설비용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노 교수는 “설비용량 부족을 겪지 않으려면 최소한 기존 발전기가 제공하는 설비예비력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제공돼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영국이나 미국 텍사스와 같이 용량시장을 따로 개설해 시장가격을 통해 설비예비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