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영상들 가운데 VR(가상현실)을 착용하고 게임을 하다가 100인치 TV를 부수는 장면이 있다. 게임 속에서 아슬아슬한 난간을 걷다 추락하자 현실에서도 균형을 잃고 TV 앞으로 돌진하듯 쓰러지며 벌어지는 사고다.

주작이라고 하기에는 게이머가 너무 아파 보였고 100인치 TV의 가격 또한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추석, 나도 VR기기를 착용하고 구매한 지 3년이 채 안 되는 65인치 TV를 부쉈다. 탁구 게임에서 건너편 상대의 마구 같은 서브를 받겠다고 애쓰다가 TV에 세차게 주먹을 휘둘렀다. 메타버스가 바로 앞까지 왔다는 걸 몸과 지갑으로 체험하게 된 사건이었다.

AR(증강현실) 기술을 앞세운 포켓몬고가 속초를 태초마을로 바꾸며 대한민국에 돌풍을 일으킨 지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AR은 게임뿐만 아니라 TV, 심지어 아이들이 읽는 책 속에도 들어왔다.

낮은 해상도 때문에 패널에 그물망 모양의 격자가 생기는 ‘모기장 현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VR은 영상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보하며 8K 영상을 40만원대에 볼 수 있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출시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 되며 흔히 쓰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 등을 포함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유형이 증강현실, 일상기록,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으로 다양하지만 접점을 구하기 어려워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여기에 기존에 존재했던 기술과 플랫폼들이 새롭게 묶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히려 더 헷갈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까지 핫했던 4차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기업들이 메타버스까지 이해의 범주에 넣길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록 해외에서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산업의 신지평으로 떠오르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얼마 전 LS전선에서 메타버스의 일종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공모전을 펼쳤다. 시기 적절한 마케팅으로 보수적인 전선업계의 성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기술은 언제나 발전하고 있고 개인과 기업은 항상 그 흐름 안에 있다. 그 흐름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슬러 나갈지는 선택이지만 그럼에도 기술은 흘러간다. 그리고 기회는 항상 그 흐름안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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