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가격 MMBtu당 27달러, 역대 최고치
동절기 30달러 돌파 전망, 유럽·중국 수요 급증 원인
국내 장기비중 높아 영향 제한적, 전기·가스료 인상 불가피할 듯

한국가스공사 평택LNG기지.
한국가스공사 평택LNG기지.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LNG 현물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전기료 폭등 및 전기공급 중단 속출로 산업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수급 문제가 해소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동절기까지 LNG 수급 문제 및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SK증권에 따르면 9월 4째주 아시아 LNG 11월물 현물가격은 MMBtu(영국열량단위)당 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의 4달러 후반대 대비 5배 이상 오른 것이자 올해 초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20달러 초반대 기록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최근 LNG 현물가격 상승은 동절기를 앞두고 북반구 국가의 재고 확보와 함께 유럽과 중국에서 급작스런 이슈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풍력발전 비중이 높은데, 최근 바람이 약해지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풍력발전량이 급감했다. 유럽은 부족한 발전량을 채우기 위해 LNG발전 가동을 급격히 늘리게 됐고 이로 인해 현물 수급이 타이트해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LNG 비중이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래 유럽은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는 PNG 비중이 컸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가스분쟁으로 수급 리스크가 커지자 최근 10년간 LNG 비중을 크게 높였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은 전기료가 폭등하자 정부가 개입해 요금 상한제 적용 및 세금 감면을 계획 중이다. 재생에너지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도 전기료를 낮추기 위해 석유발전을 재개했다. 또한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되는 인공비료와 암모니아 생산이 감소하고 영국의 수소공장 2곳도 가동이 중지됐다.

이 같은 유럽의 수요 급증에 이어 중국에서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수급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급감하면서 석탄발전 가동 중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LNG발전 가동을 늘리면서 현물 수급이 타이트해진 것이다. 중국의 전기공급 중단 사태로 애플과 테슬라 부품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산업계에도 막대한 피해가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북반구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LNG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시아 LNG 현물가격은 30달러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이미 30달러를 돌파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을 통한 LNG 장기도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보다 피해는 덜하겠지만 현물가격이 더 오르면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천연가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총 LNG 도입물량 중 중장기 물량과 현물 비중은 8:2 수준이다.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일정 부분은 현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물가격이 더 오른다면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천연가스 도매요금 및 전기료는 각각 원료비 및 연료비 연동제로 결정되기 때문에 LNG 도입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해당 요금도 오르게 돼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외부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 LNG 수급 사태는 겉보기엔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로 인한 단기적인 수요 급증이 원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급작스런 에너지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부족이 주원인”이라며 “공급을 늘리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및 가격 상승이 완화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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