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겨울을 앞두고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에너지 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럽, 중국,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석탄, 가스, 석유 등 자원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한국에도 그 여파가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은 그야말로 10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에 처했다.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가정용 전기 공급도 중단됐다.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으로 석탄 수급이 어려워진 점이 이번 전력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정부가 탄소배출량 감축 기조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따른 위기라는 시각도 있다.

유럽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겨울이 다가오며 난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천연가스(LNG)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각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LNG 가격은 지난달만 35% 상승했다. 저소득층의 난방이 어려워지며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9월 넷째 주를 기준으로 유럽 LNG 가격은 MWh당 71.69유로(약 10만 원)로 지난해 5월 가격인 4.38유로의 16배나 올랐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전기 요금은 몇 배씩 오르거나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 에너지 위기가 한국에 미칠 여파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통신은 “전 세계는 올 겨울 글로벌 경제가 천연가스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석탄,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없는 데다 전력 수입도 불가능한 한국에게 에너지 위기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국내 전력산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70-80년 오일 파동때와 같이 전체 산업이 구조조정될 수 있다”며 “올겨울과 내년에 올 LNG 가격 폭등, 대체 석탄 가격 폭등, 유가 폭등, 탄소배출권 가격 폭등이 가계부채 및 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국내 공공기관과 사기업도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마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을 크게 줄이려던 영국은 결국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열린 에너지 위기 대책회의에서 영국 재무부 장관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원전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도 현실적인 판단과 적절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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