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수소차 시장과 배터리산업 등 급성장, 中 규제 풀린 올해 IPO 최적기 판단
모든 종류의 전기차·수소차용 양방향 EV릴레이 개발, 확보 자금으로 라인 증설
세계 1위 日 업체만 보유했던 가스절연 기밀기술 자체 개발, 높은 진입장벽 형성
“2024~2025년 배터리, EV릴레이 등 부품 부족사태 올 것”, 사전대비로 성공자신

[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세계 최초로 양방향 직류 고전압 릴레이(계전기, Relay)를 개발한 와이엠텍(대표 김홍기)이 지난 9월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와이엠텍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2939.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게 모인 청약 증거금만 6조원을 넘는다. 와이엠텍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것은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양방향 직류 고전압 릴레이를 개발한 소재부품 분야 강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와이엠텍의 주요 고객사는 최근에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배터리와 전기차·수소차, 전기차 충전기, 태양광 인버터 업체들로, 이들 고객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덩달아 부품 기업인 와이엠텍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지고 있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홍기 와이엠텍 대표를 충북 청주 본사에서 만났다.

“본격적인 흐름을 탔습니다.”

김홍기 와이엠텍 대표의 일성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시장의 성장성, 기술의 독창성, 차입이 없는 재무안정성에 공모를 통해 확보한 실탄까지 겸비한 만큼 와이엠텍의 성장 가도에는 거침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은연중에 배어났다.

“지난해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을 170억원 정도밖에 못했는데,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실적을 초과하는 178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매출이 280억원까지 가능해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이 예상됩니다. 본격적인 성장세를 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김 대표는 42년간 한 우물만 파온 국내 최고의 릴레이 전문가로, LS일렉트릭을 거쳐 지난 1998년 와이엠텍을 창업했다.

◆올해가 상장 적기라고 판단= 성장가도를 달리던 김 대표는 지난 2018년에도 상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터진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논란으로 인한 중국의 보복 사태와 2019년 연이은 ESS 화재사고로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한 전기차·수소차 시장과 배터리, 태양광산업 등의 성장성, 또 올해 완전히 규제가 풀린 중국 시장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올해가 적기라고 판단, 상장을 추진했다.

“국내와 유럽, 미국 기업 등과 많은 논의를 하면서 ‘불량 자체가 날 수 없는 생산시스템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공장만 봐도 이 업체는 불량이 나올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게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완전한 기계화, 자동화가 필요했고, 이런 시설을 갖추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IPO를 추진한 것입니다.”

다행히 자본시장에서는 와이엠텍의 잠재력을 인정했고, 그렇게 확보된 170억원의 자금은 EV릴레이 양산과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모든 종류의 전기차·수소차용 양방향 EV 릴레이(EVS) 개발이 거의 완료단계에 있습니다. 이 제품을 양산하는 라인 증설에 공모자금을 투입할 것입니다. 현재 EV 라인 증설을 위해 서오창 테크노벨리에 2만1157㎡(6400평) 규모의 부지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향후 공장증설이 완료되면 44만개 수준(2020년 기준)이던 EV릴레이 생산캐파는 76만개로 75%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2024~2025년이면 전기차용 배터리가 부족할 겁니다. 그러면 EV릴레이도 똑같은 부족사태가 오겠죠. 지금도 못 만들어서 난리인데,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하면 배터리와 관련 부품들의 수급난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시기를 예상하고, 현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와이엠텍의 경우만 해도 과거에는 통상 주문부터 납기까지 2주 정도면 가능했으나 지금은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이로 인한 배터리, EV릴레이 등 관련 부품의 수급난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와이엠텍 생산직 직원이 릴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와이엠텍 생산직 직원이 릴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외 레퍼런스 확대 적극 추진=EV릴레이는 전기접점을 물리적으로 접촉(ON) 또는 이격(OFF)시켜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연결 또는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 등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2016년 3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던 EV릴레이 시장은 2026년 54억6800만달러로 연평균 성장률(CAGR)이 32%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글로벌 EV릴레이 시장에서 와이엠텍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0.37%로, 1위인 파나소닉의 10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김 대표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EV 릴레이를 국산화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레퍼런스가 확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업은 전 세계 21개국, 35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멘스를 비롯해 독일에서 가장 큰 ESS 업체인 SMA, 스페인 파워일렉트로닉스 등 다수의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들이 와이엠텍과 거래를 맺고 있다.

또 국내의 우진산전,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자일대우버스 등도 든든한 고객사다.

“제품 라인업 중에 EVS는 800V급 전기차를 비롯해 승용차, 상용차, 전기버스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제품으로, 현재 거의 개발을 끝냈고, 이번에 공장증설도 이 제품을 만드는 라인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EVSB 10 모델과 EVSB 200 모델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스펙인 작업이 진행 중인데, 아마도 중국에서 먼저 적용될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매출기준으로 현재 내수가 45%, 수출이 55%인데, 해외수출의 80%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고객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레퍼런스를 다변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게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와이엠텍의 사업 포트폴리오(제공=유진투자증권)
와이엠텍의 사업 포트폴리오(제공=유진투자증권)

◆기술력 발판으로 세계 1위와 격차 좁힌다=와이엠텍의 이런 자신감에는 독보적인 원천기술이 있다.

김 대표는 안전과 직결된 고성능 기술들을 모두 내재화해 국내에서는 경쟁사도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형성했다. 이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가스절연(Gas insulation) 기밀기술과 양뱡향 아크차단 기술 등이 있다.

특히 가스절전 기밀기술은 직류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할 때 발생하는 아크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접촉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기밀기술은 질소가스를 이용하는 방식과 수소혼합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특히 수소혼합가스 활용방식의 경우 레이저용접으로 마감하느냐, 프로젝션 용접으로 마감하느냐에 따라 제품 완성도와 생산시간에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는데, 그동안 프로젝션 용접방식은 EV릴레이 분야 세계 1위인 파나소닉만 보유해왔다.

“타사는 모두 제품 테두리를 레이저로 용접해 내부를 진공으로 만든 뒤에 파이프를 이용해 다시 수소를 집어넣는 방식이라 생산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프로젝션 용접으로 한방에 용접과 수소 저장을 끝낼 수 있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이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파나소닉을 보면서 우리도 이 기술이 없으면 EV릴레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2년여의 노력 끝에 겨우 프로젝션 용접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부품·소재·장비분야 강소기업 100업체’에 선정된 게 큰 도움이 됐죠.”

김 대표는 고전압, 대용량 릴레이 시장에서 선진기업 제품을 보고, 그들의 비결을 연구·분석하던 수준은 벗어났다면서 이제는 와이엠텍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의 자격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앞으로는 EV릴레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문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자재 가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부품 생산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이제 원자재 가격상승 문제를 생산성 향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은 벗어났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금형을 파서 협력사에 외주를 맡겼던 부품 공급을 내부에서 담당할 생각입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와이엠텍 공장 전경.
충북 청주에 위치한 와이엠텍 공장 전경.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