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공기지연·막대한 사업비 소요 대형원전 대안 부각
부하추종운전 등 유연성 기능, 경제성·안전성 모두 갖춰
기존 대형원전 규제체계 개선…혁신형 SMR 성공 관건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조감도. 제공: 두산중공업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조감도. 제공: 두산중공업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혁신형 SMR(이하 i-SMR) 기술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내년 4월까지 예타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원자력업계는 오는 2023년부터 표준설계에 착수해 2025년에 완료하고 2028년에 인허가를 취득한다는 목표하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는 정부와 국회의 지원에 힘입어 표준설계뿐 아니라 혁신기술 개발은 물론 관련 규제 개선을 논의하는 등 적기에 개발을 마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i-SMR 사업 성공의 핵심 관건은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즉 누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느냐에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30년대에 본격적으로 열릴 시장에 경쟁자보다 빨리 진입하는 게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가 이처럼 자못 타이트해 보이는 일정 속에 i-SMR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더 이상 기존 대형원전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함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완벽하게 자립에 성공한 국내 원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을 한다.

SMR은 잦은 공기지연과 막대한 사업비가 발생하는 대형원전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유연성과 함께 최상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해 기존 대형원전의 한계를 혁신기술로 극복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최근 주요국 원자력업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유연성 전원이 미래 에너지 환경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SMR 개발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이 선도주자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러시아도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건설 또는 운영 중에 있다.

SMR은 그간 대형원전의 약점으로 부각돼 온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수소생산에 활용하거나 원격지 분산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성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단순화, 모듈화, 표준화 첨단 제조기술을 적용해 대형원전에 버금가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한편 단순하고 피동(자연)안전성이 뛰어난 원자로를 도입해 안전성을 대폭 향상했다.

전기가 필요 없는 안전계통을 채택해 중대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줄이고,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주민소개가 필요하지 않은 설계를 갖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울러 환경 파괴 논란이 있는 대용량 송전망을 추가 건설할 필요도 없고, 수요지 인근에도 건설이 가능해 장거리 송전이 불필요하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OECD NEA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해 줄 확실한 대안은 바로 SMR”이라며 SMR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기도 했다.

OECD N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6년 기준 활용 가능한 모든 발전 에너지원을 고려해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산정한 결과, 전체 발전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SMR의 비중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 NEA는 오는 2031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3.8~7.9GW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SMR 개발에 성공하려면 기존 대형원전과는 전혀 다른 규제체계가 적용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의 또 다른 관건 중 하나로 규제체계 개선을 꼽는다. 기존 대형원전을 기준으로 정립된 현행 규제체계로는 적기에 SMR 심사를 마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미국 뉴스케일이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를 획득한 것도 바로 규제기관의 선도적인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개발업체인 뉴스케일과 NRC가 오랜 기간 사전 협의를 거쳐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정해진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윤호 한수원 중앙연구원 SMR 추진단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인허가를 통과한 SMR도 국내 규제체계에서는 인허가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최소한 현재까지 해외에서 심사를 통과한 혁신 기술을 심사할 수 있는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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