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결정에 정부・정치권 개입 최소화 필요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세대 부담 줄이기 위해선
현실적 요금 조정폭 국민 공감대 얻어야

[전기신문 유희덕 기자]한전은 상반기 전력판매량이 증가해 매출액은 4285억원이 늘었지만 연료비 및 구입전력비가 증가한 것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영업비용이 1조4421억원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원 이상 줄었다.

전기 생산원가의 80%가량 차지하는 연료비는 크게 늘었는데, 이를 소비자에 판매하는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서다. 전기 판매요금을 결정하는 SMP(계통한계가격)를 보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8월 기준 지난해 63.1원/kWh에서 올 8월은 94.07원/kWh로 30원 이상 올랐다. 9월 들어선 100원/kWh을 넘겼다. 도매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소매 요금에 반영해야 하지만, 전기요금은 유독 변동가격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비를 소매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도는 제대로 작동도 해보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와 한전은 23일 4분기(10~12월) 연료비 요금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한다.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뒤 1분기에 kWh당 3원 내렸고,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묶어놨다. 분명히 kWh당 3원의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정부는 코로나 19로 힘든 경제상황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미뤘다.

연료비를 반영한 조정 요금은 kWh당 최대 5원 범위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조정할수 있다. 이번에 연료비를 반영해 조정할 경우 kWh당 3원이 인상된다. 월 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의 경우 5만4000원 전기료가 부과되는데 조정 요금을 반영하면 1050원, 최대 1750원 가량 오른다. 음원 1곡당 다운로드 요금이 770원 인 것과 비교하면 2곡 다운로드 요금이지만, 전기요금의 상징성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요금조정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야당과 보수언론은 요금조정을 탈원전 때문에 비싼 LNG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려 요금을 인상했다고 비판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왔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줄이는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선 요금인상을 통해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갑작스런 요금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경우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전력정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선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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