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에너지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 연간 신규 발전량 기록을 갈아치운 분야가 있다. 풍력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한 ‘2021 상반기 신재생 에너지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글로벌 풍력 발전 용량은 96.8GW(기가바이트)였다. 2019년과 비교해 59.2% 증가한 수치다.

에너지 업계에 풍력이라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태양광에 밀려 이인자(二人者) 취급을 당했지만, 가파른 성장세로 태양광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풍력 발전량을 2034년까지 연간 24.9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전 세계 풍력 발전 규모(84GW)의 1/4에 달하는 용량이다.

풍력은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으로 나뉜다. 육상 풍력은 고산 지대에 부는 바람을 활용해 발전하는 것이다. 대형 터빈을 돌려 많은 양의 전기를 얻을 수 있지만 환경 파괴, 소음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최근에는 해풍을 활용한 해상 풍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상 풍력의 가장 큰 장점은 육상 풍력과 비교해 입지 제약이 덜하다는 점이다. 소음 문제에서 자유롭고, 발전 효율도 육상보다 높다. 강한 바닷바람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에 따르면 해상 풍력은 육상보다 발전 효율이 4배가량 높다. 영국, 덴마크 등 일부 에너지 선진국은 풍력 발전 단지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발전 단지’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울산에 1gw 규모의 부유식 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소비 활성화의 핵심 열쇠인 균등화 발전 원가(LOCE)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에경연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20MW(메가와트)급 풍력 발전의 설비 투자비(CAPEX) 전망치 등을 적용해 2030년 국내 풍력 발전의 LCOE가 130원 킬로와트시(K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보다 10% 하락한 수준이다.

풍력 발전의 대중화는 전기 공사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바다 인근 단지에서 육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져오려면 송배전 인프라 확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송전 설비 부족으로 전국 1MW 이하 소규모 재생 에너지 발전소에서 발생한 접속 대기 물량은 원전 4기 규모에 달하는 3931MW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울산 남구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 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바닷바람은 21세기의 석유 자원과 같다”며 “해상 풍력 단지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이 새바람을 넘어 우리나라 에너지 업계의 ‘신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글_김민령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시공 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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