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현장 ‘디테일’ 살려야 사고 막는다
감전·추락 등 기존 위험요소 관리되고 있지만 순간 방심 등 ‘디테일’ 부족
안전에 부담·압박감 느껴서는 안돼…선의의 피해자 없도록 새로운 대안 필요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올해 들어 전국의 배전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특히 감전이나 추락 등 기존의 주요 사고원인이 아닌 작업자 부주의와 장비 부실, 안전조치 미이행 등으로 인한 사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작업자 안전교육 및 관리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과 현장 여건상 괴리가 크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장인력 고령화 등의 문제에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배전공사 현장의 중대재해 실태를 짚어보고, 사망사고 감축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올해 초 전주 시설공사 현장에서 이동식크레인의 붐대가 부러지면서 작업자를 덮치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지중화 공사 현장의 감리책임자가 후진하던 굴삭기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6월에는 배전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활선작업 차량을 운전하던 작업자가 차량의 브레이크 파열로 철재 가드레일과 차량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작업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채로 고임목을 해체하려다 차량이 움직이며 작업자가 벽과 차량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 중대재해가 감전이나 추락 등 그간 배전공사 현장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돼 온 요소가 아닌 작업자 부주의, 장비점검 및 관리 소홀 등에 따른 사고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배전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총 4건이다. 이들 모두는 작업자 부주의 및 장비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였다.
이와 관련해 현장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배전공사 현장에서 감전으로 인한 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관련 장비 및 현장관리 미흡에 의한 중대재해의 비중이 늘고 있다”고 지목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전관리, 특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나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감전이나 추락 등 배전공사 현장의 중요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인식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순간의 방심이나 부주의 등의 ‘디테일’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관건은 이러한 디테일을 채우기까지 한동안 겪어야 하는 성장통을 시공업계가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사고 때마다 되풀이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특별점검이나 한시적인 집중관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보다 실질적으로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대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전기공사업체들의 사업 의지를 꺾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 8월 배전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한전이 11일부터 사흘간 긴급을 요하는 공사를 제외한 모든 공사를 멈추고 대대적인 점검 및 대책마련에 나섰을 당시 시공업체들이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열심히 일한 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었다’며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는 “차량 불량 등에 의한 사고는 사전점검이나 교육 등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지만 현장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순간적으로 방심한 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작은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 업체와 현장관리자, 작업자 모두의 책임이자 반성해야 할 대목이지만 기업들을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숨통을 틔워주고, 투자 의지를 고취할 수 있는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