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개인화 서비스·공공네트워크로 AMI 활용해 비즈니스 창출
국내 ‘AMI 필요성·사회적 합의’ 약해 속도 늦다 지적
정부 그린뉴딜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 참여 의향도 밝혀

문석준 아이트론 한국지사장이 해외와 국내의 AMI 사업 추진의 차이점과 미래 AMI 시장 추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문석준 아이트론 한국지사장이 해외와 국내의 AMI 사업 추진의 차이점과 미래 AMI 시장 추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기신문 강수진 기자]세계는 지금 원격검침인프라(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를 단순히 보급하는 차원을 넘어 분산전원, 가로등, 전기차 충전기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공네트워크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있다. AMI 보급을 100% 완료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등 많은 국가가 이미 차세대 AMI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아이트론은 AMI 시장 선두주자다. 미국 AMI 시장에서 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트론은 계량기를 다루는 장비(Device), 통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크게 3개 분야에서 주력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약 2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MI 파트너사만 250개사에 달한다. 10년 이상 AMI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아직 절반가량의 보급률로 난항을 겪고 있는 국내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아이트론의 문석준 한국지사장을 만나 AMI 시장 선도 공식을 들어봤다.

▶아이트론은 AMI 업계 1위다.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이트론만의 기술적 강점이 뭔가.

“가장 큰 저력은 업계 최고의 제품 성능, 품질, 지속적인 업데이트에서 나온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당사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SLA(Service Level Agreement)을 체결하고 있다. 특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AMI는 4G나 5G 네트워크와 다르다. 단말기가 고장이 났을 때 사용자 개입이 어렵고, 주 고객이 에너지 회사인 만큼 통신 전문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99.5% 혹은 99.9%까지 보장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전 제품과의 호환성도 필수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통신과 보안업계의 특성상, 이전 제품과의 호환되지 않는 제품의 수명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10년 이상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10년 전 제품이 현재 제품과 완벽히 호환되는 제품을 가진 회사는 당사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안다.”

▶아이트론의 한국 입지와 사업적 성과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이트론은 1980년대 후반, 전국에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됨과 동시에 산업용 가스미터를 공급하며 대리점을 통한 국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해 발전소용 계량기를 공급하고 있고, 통신 솔루션도 국내에 맞게 수정 중이다. 더불어 당사는 AMI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IoT 기업으로 변모한 상태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능화된 AMI 시스템과 스마트시티를 위한 IoT 솔루션 보급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아파트 AMI)’사업이 진행 중이라 함께 할 국내 파트너사들을 찾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국내외 AMI 업계 흐름을 파악하고 있을 텐데, 해외와 국내 AMI 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는 AMI 사업의 ‘추진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의 경우 10년 전 정부에서 정한 법적 의무사항이 AMI 사업의 큰 동력이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에너지 사업을 할 수 없어 검증된 회사에 턴키 형식으로 맡겼다. 최근에는 AMI 비용대비 효율성과 필요성이 과거 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된 데다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추세라 더 이상 AMI를 미룰 이유가 없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직 왜 AMI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가 약해 AMI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결과물도 부정확하다.”

▶국내 AMI 사업은 2010년 한전 AMI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그러나 시작이 더 늦은 해외보다 국내 AMI 보급 속도가 느린데, 그 원인이 어디있다고 보는지.

“확실한 방향성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AMI를 설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관리와 고객서비스 때문이다. 국내는 AMI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비용대비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방향성과 이루고자 하는 성과가 시간에 따라 변하고, 원하는 사양과 기술도 계속 바뀌어 그때마다 사업이 중지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2~13년 전 사양을 기반으로 변경돼 왔기 때문에 현재의 해외 기술 수준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한전과 비슷한 시기에 AMI를 진행했던 사업자들은 이미 기존 시스템은 걷어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국내는 AMI 보급 속도뿐만 아니라, 대표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크다. AMI 서비스와 관련해 해외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텐데, 아이트론을 비롯한 해외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타개하고 있나.

“먼저는 AMI를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신재생에너지를 계속 확대 보급하는 과정에서 AMI 없이 분산에너지 관리가 가능한가. 만일 가능하다면 오히려 그게 가장 큰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 같다. AMI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한다면 우선 본연의 에너지 공급시스템 관리일 것이다. 현재의 공급시스템 대비 AMI를 통해 절감되는 효과만 보더라도 비용대비 성과가 나온다. 북미의 평균치를 보면 1.1배 가량의 비용대비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데이터가 나와 있다. 여기에 DR, 스마트 가로등, 배전자동화 등의 솔루션을 얹게 되면 약 1.9배 정도의 비용대비 성과가 나오게 된다. 당사의 ESG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좀 더 자세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AMI의 가치와 비즈니스모델도 1차적으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성과를 명확히 정하고, 성과에 도달하면 정부나 한전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개인화’를 통한 서비스다. 15분 단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면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 개선점이 파악된다. 전열기구, 전기온수기, 에어컨, 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을 좀 더 효율적인 기구로 교체했을 때의 이점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생산자와 연결시키는 플랫폼을 통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스마트시티다. 전 세계 도시들이 스마트시티를 크고 작게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각종 도시 구조물에 센서를 설치하고 통신을 연결해 구축된다. 특히 통신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AMI를 공공네트워크로 구현하고 저렴한 IoT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중복투자도 막고 비용도 절감하면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1석 3조, 4조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3가지 사례는 개인의 상상력이 아니라 현재 당사에서 서비스하는 솔루션이고 이미 상용화된 것들이다.”

아이트론이 추진하고 있는 원플랫폼 사업 구상도. 어떤 디바이스도 AMI와 연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아이트론이 추진하고 있는 원플랫폼 사업 구상도. 어떤 디바이스도 AMI와 연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아이트론의 AMI 참조 모델 혹은 눈여겨본 AMI 사업의 우수사례는.

“AMI 부분에서 당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개발 및 보급하고 있는 시스템은 DI(Distributed Intelligence)다. 번역하면 분산지능인데, 간단히 말해 계량기를 리눅스 컴퓨터화해 지능화된 서비스를 전력망 구석구석에 빠른 속도로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Xcel에너지, TECO등이 도입했고 차세대 AMI를 생각하는 회사들은 모두 관심이 있는 상태다. APAC에서는 호주와 태국에 보급하고 있다. 지능화된 계기들이 각 가정에 보급되기 때문에, AI와 접목해 전체 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 및 예측하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망을 운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를 AMI 플랫폼에 운영하면서 다양한 고객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과거의 AMI기기는 앱스토어가 없었던 이전의 피처폰이고 DI가 적용된 AMI기기는 현재의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국내 AMI 업계는 수출 장벽이 굉장히 높다. AMI 업계가 국내에만 머무르게 되는 원인과 해법을 제언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저희와 같은 해외 시스템 업체와 함께 일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기업은 한전향 시스템에만 주력하고 있다. AMI 계량기 입찰은 전 세계에서 항상 있다. 하지만 운영되고 있는 네트워크와의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은 기업은 참여할 수가 없다. 현재 당사가 국내 전파 규정에 맞게 제품을 수정 중인데 90%가량 완료된 상태다. 국내 기업과 협업해 당사가 국내에 진출하게 된다면, 국내 기업 역시 해외 AMI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니 서로 윈윈 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당사 네트워크에 연계된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인증 파트너사는 250개가 넘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끝으로 아이트론이 바라본 AMI 미래 먹거리 사업은.

“스마트시티와 DI가 미래의 먹거리다. 스마트시티와 DI를 이용한 앱스토어가 활발히 보급되면, 현재는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앱 생산이 가능해질 거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를 처음 만들었던 스티브잡스도 앱스토어를 통한 IT업계의 생태계가 이렇게 발전할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AMI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 AMI는 더 이상 계량기의 전력데이터를 수집하는 단순 데이터시스템이 아니다. 공공네트워크로서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능형 분산 에너지 관리를 위한 기본 인프라다.”

◆He is…

▲숭실대 영문과 졸업

▲금호미터텍 입사 (1998)

▲Schlumberger RMS 입사 (2000)

▲Actaris Metering System 한국 지사장 (2003)

▲Itron 한국지사장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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