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재생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르네상스(renaissance)’는 옛 그리스·로마의 문화적 전통이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4~16세기에 일어난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표현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르네상스는 중세시대를 지배한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한다.

그것은 곧 인간 행동의 기초로 여겨지던 교리에 대한 합리적 의심,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재발견을 의미한다.

그래서 르네상스는 고대 문화의 부흥을 넘어 인간다움의 회복, 즉 휴머니즘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거대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르네상스는 오늘날 새로운 부흥과 도약을 상징하는 가장 적확한 개념으로 선택되곤 한다.

요즘 국산 전력기자재, K-일렉트릭 시장에서도 르네상스가 회자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전력기기 시장 참여자들이 처한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그린과 디지털 뉴딜의 시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속자생존(速者生存)의 시대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지난달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K-일렉트릭 르네상스를 위한 공청회’도 이런 위기감에서 기획됐다.

○…공청회에선 침체된 전력기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동력, 새로운 르네상스의 문을 여는 열쇠에 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접근법이 공유됐다.

탄소중립에 대한 선제적 대응, 친환경 절연가스의 국산화 등 차세대 핵심기술 분야 선점, 원천소재와 미래신기술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과 재원확보 등은 대표적인 현안으로 제시됐다.

전력기기는 전력품질을 결정하고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선진시장의 노후 송배전 설비교체, 신흥시장의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인프라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력기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국책 R&D가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기산업진흥회가 중심이 된 R&D 기획위원회는 전력기기 중 탄소배출이 많은 개폐장치와 전동기에 초점을 맞춰 연구과제를 발굴한 상태다.

국책과제로 최종 선정된다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전기계 산·학·연의 활발한 참여가 기대된다.

개폐장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8000만톤 이상으로 파악되고 전동기는 국내 전력소비량의 50%를 넘는 기기다. 관련 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르네상스를 화두로 삼아 K-일렉트릭의 새로운 비상을 기대해 본다.

성장 시계가 멈춘 낡은 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고 에너지·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미래 산업으로 부흥하려면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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