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계, 우려 목소리 높아져
현장 상황 따른 적용 유연성 필요해

지난 20일 인천 중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건설사가 제공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일은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린 날이다.
지난 20일 인천 중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건설사가 제공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일은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린 날이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근로자 안전을 위해 오후 2~5시 작업중지를 강력히 권고하고 현장 이행여부를 점검하겠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장 여건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4개 부처는 합동으로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공공공사는 무더위가 집중되는 14~17시 중지를 지시하고 민간공사도 중지를 강력히 권고하겠다는 게 골자다. 고용부는 안전보건공단, 민간전문기관과 협력해 각 현장을 방문하며 작업중지 여부 및 열사병 예방 수칙을 지도‧점검하겠다는 설명이다. 전기공사현장을 비롯한 건설현장 전반과 물류센터, 조선소, 철강업 현장도 대상이다.

이번 조치는 일종의 ‘강력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혹서기 건설현장 중단과 관련 수칙 이행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근거해 기존에도 시행돼 왔다. 그럼에도 4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를 한 것은 역대급 폭염이 닥친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이번 조치의 부작용에 대해 아예 대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시공사의 공사기한 부담을 덜기 위해 공사가 정지된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시공이 지체된 기간에 대해 지체상금을 면제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완책은 사실상 발주처가 공공기관이나 정부‧지자체인 공공공사에만 해당된다. 민간공사라면 공기가 연장된 데 대한 보상을 받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기공사업체가 정부와 발주처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이중고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소식에 업계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에 소재한 업체 대표 A는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업계 자율에 맡길 일이지 규제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건설현장이라고는 하지만 현장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열사병 위험도도 제각각 다른데 일괄로 금지하는 건 얼토당토않다는 설명이다.

전라남도 강진군에 있는 업체 대표 B 역시 “전기공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정책”이라며 꼬집었다. 오후2~5시에 일을 하지 말라는 건 새벽이나 저녁에 일을 하라는 것인데 활선 작업은 위험성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은 노조와의 협의로 정오부터 오후2시까지 2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정했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근로자는 12시부터 5시까지 쉬게 된다. B대표는 “일하지 말란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강력 권고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상대적으로 덜 더운 고지대나 하천 근처 현장, 냉방 시설이 어느정도 가동되는 현장 등은 상황이 또 다른 만큼 해당 시간에도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발주기관의 재량에 따라 판단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공공공사에만 효과를 보는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민간공사는 어디까지나 권고 수준인 만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후공정인 전기공사가 이 정책을 준수하려면 먼저 건축 등의 공정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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